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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시노펙스, 반도체 케미컬 필터·혈액여과기 양산 본격화100% 수입 의존 제품 국산화… 퀀텀점프 이끌 신사업 '시동'

화성(경기)=이종현 기자공개 2025-04-18 07: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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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7일 14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리 너머로 흰색 방진복에 마스크를 쓴 작업자들이 무언가 작업하는 모습이 보였다. 클린룸 속 일자로 이어진 자동화 생산 설비를 통해 혈액여과기(혈액투석필터) 생산이 이뤄지고 있었다. 대부분 설비가 자동화돼 있어 소수 인원만 생산 공정을 살피는 현장이었다.

더벨은 지난 14일 시노펙스 화성 동탄·방교 사업장을 방문했다. 시노펙스가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반도체 케미컬 필터(동탄)와 혈액여과기(방교) 생산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불순물이 있어선 안 되는 필터 생산 공정인 만큼 병원 수술실이나 반도체 생산 환경과 같은 클린룸에서 작업이 진행됐다.

현장을 안내한 지화용 시노펙스 상무는 "반도체 케미컬 필터(이하 케미컬 필터)와 혈액여과기는 당사가 특히 집중하고 있는 사업 분야"라며 "지난 연말까지 본격적인 양산을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말했다.


시노펙스는 멤브레인 소재부터 각종 산업에 쓰이는 필터까지 함께 생산하는 중이다. 공기청정이나 수처리용부터 첨단 산업에 필요한 케미컬 필터까지 전 산업 영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필터 제품군 중 가장 매출 비중이 높은 것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 쓰이는 CMP(Chemical Mechanical Planarization) 필터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는 웨이퍼를 평탄화하는 과정에서 연마제(액) '슬러리'를 사용하는데 이때 슬러리에 불순물이 있을 경우 수율 저하로 이어진다. 원하지 않는 큰 입자를 여과하는 CMP 필터가 필수적이다.

동탄 사업장에서 생산되는 케미컬 필터 역시 이물질을 거른다는 기본적인 개념은 같다. 차이가 있다면 소재다. 시노펙스의 케미컬 필터는 폴리테트라 플루오로에틸렌(PTFE) 소재로 만들어진다. 내화학성·내열성·비점착성 등 특징을 지닌 불소계 고분자 소재다. 각종 화학 작업이 필요한 반도체 공정에서는 필수적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

지 상무는 "국내 반도체 공정에서 쓰이는 케미컬 필터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다. 나노(㎚)급 고성능용 PTFE는 미국 기업이 독점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노펙스가 2020년 정부 국책과제를 수주해 기술개발에 착수했고 지난해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나노급 케미컬 필터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시노펙스는 지난 연말 동탄 사업장에 케미컬 필터 생산센터 개소하고 15·10㎚ 필터 양산 준비를 마쳤다. 구축된 생산설비는 1㎚ 제품 생산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점차 미세화하고 있는 반도체 공정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시노펙스 방교교상장 내 혈액여과기 생산 라인

케미컬 필터가 기존 CMP 필터 등의 연장선에 놓인 제품이라면 혈액여과기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다. 2020년 정부 국책과제로 혈액여과기 국산화 기업에 선정된 것이 시작점이다. 2023년 국책과제를 완료했고 지난해 3월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고 국내 병·의료원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지 상무는 "한국의 인구당 신장(콩팥) 유병률은 전 세계 2위다. 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1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보험수가 기준 단일 치료 행위로 가장 많은 비용이 지출된 것이 혈액투석이다. 그런데 혈액투석을 위한 재료를 100% 수입에 의존해왔다. 코로나19 때 물류 대란이 발생하면서 국산화 필요성이 대두됐고 시노펙스가 서울대병원과 함께 국책과제를 수행해 국산화했다"고 전했다.

방교 사업장에서 확인한 시노펙스의 혈액여과기는 원통에 가느다란 멤브레인 소재가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독일 기업 알파플랜의 장비와 기술을 도입해 멤브레인 소재 투입, 커팅, 봉인, 품질검사 등 전 분야 자동화가 이뤄져 있다. 연간 23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캐파를 갖췄다. 지 상무는 "사업장 내 여유 공간이 있어 수요 증가에 따라 캐파를 늘릴 준비도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판매를 시작해 지금 30개 병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내 100개 병원까지 판매처를 늘리려 한다"면서 "지금 5개 상급병원에서의 4상 중 환자 임상을 마쳤다. 올해 열리는 세계 4대 신장학회에 임상 결과를 토대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학술적 근거가 뒷받침될수록 판매에도 탄력이 붙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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