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23일 08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게임사 '조프소프트' 인수전은 비교적 싱겁게 끝났다. 다수의 대형 게임사가 관심을 보였지만 최종 승자는 예상대로 크래프톤이었다. 압도적인 수익성을 자랑하는 크래프톤과 달리 다른 게임사는 높은 몸값에 괜히 조프소프트를 품었다가 영업권 손상으로 수익성이 훼손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떨쳐내지 못했다.수익성을 사수하기 위한 신중한 행보는 존중받아 마땅한 일이다. 문제는 최근 게임업계 전반적으로 사소한 실패조차 두려워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익성 지표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과감한 도전보다는 무난한 안정을 선택하는 곳이 늘고 있다는 말이다. 요즘 게임사에서 가장 힘센 부서는 개발팀이 아닌 재무팀이라는 말까지 심심찮게 들린다.
오랜 기간 게임업계를 상징하는 표현은 도전정신이었다. 자칫 무모하게 보였던 도전이 시장을 휩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과거 넥슨이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네오플을 인수하기 위해 수천억원대 대출을 일으켰던 것이 상징적이다. 자칫하면 회사가 휘청일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넥슨을 대형 게임사로 발돋움시킨 '신의 한수'가 됐다.
크래프톤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작 <배틀그라운드> 탄생 직전까지 막대한 적자에 허덕였다. 이때 실패를 피하겠다며 흔하디흔한 양산형 게임을 내놓았다면 지금의 크래프톤은 없었을지 모른다. 마지막 배수진을 치고 배틀로얄이라는 생소한 장르에 '올인'한 결과가 크래프톤을 세계적인 게임사로 만들어냈다.
해외 사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의 닌텐도는 선두주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를 따라잡기 위해 다른 길을 택했다. 고사양 콘솔기기에 집착하던 경쟁사와 달리 게임에 익숙지 않은 여성과 아이, 중장년층을 겨냥한 저사양 콘솔기기 '위(Wii)'로 판을 뒤집었다. 무모해 보이는 배짱이 콘솔기기 시장 문법을 바꾼 순간이었다.
물론 모든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개발한 대작 게임이 무조건적 흥행을 보장하지 않듯 과감한 투자가 되레 회사를 위태롭게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미래를 향한 도전조차 재무제표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위대한 성공은 나타나기 어렵다.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무모한 도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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