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 더 쓴 동국제강, 과욕인가 자신감인가 인수해도 마땅한 시너지 없어...'베팅' 성공할지 관심
이 기사는 2008년 07월 16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6월 11일. 쌍용건설 본입찰장으로 가는 차 안. 남양건설 실무진은 마형렬 회장의 전화를 받았다. 입찰을 하루 남겨놓고도 입찰가를 정하지 못하던 마 회장은 실무진에게 주당 2만원대 초반을 쓸 것을 지시했다. 매각 초기 자체 평가한 가격 5000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건설업에서 잔뼈가 굵은 마 회장은 5000억원을 부담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 건설시장 위축이 원인이었다. 입찰 이틀 전 최종 프리젠테이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당 3만 원 이상을 건의한 실무진에게 남양건설 최고위층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남양건설 관계자는 "최근 건설경기가 나빠 무리하게 인수에 나설 상황이 아니었다" 며 "제시한 금액 이상을 내고 쌍용건설을 가져와도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12일 본입찰. 남양건설과 수를 겨루던 동국제강컨소시엄은 주당 3만1000원(4620억원)을 제시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동국제강은 환호했지만, 시장은 냉담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마자 동국제강의 주가는 떨어졌다. 11일 종가는 4만6300원을 기록했다. 다음날은 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그 다음날에는 4만3800원까지 내려갔다. 그동안 우려했던 시장의 비토(veto: 거부권)가 현실이 되는 듯한 분위기였다.
4620억 원을 제시한 동국제강의 판단은 옳았을까.
쌍용건설이라는 매물의 겉만 보면, 동국제강이 제시한 금액이 비싸지 않다는 것이 공통된 판단이다. 하지만 인수 이후까지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너지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시너지효과는 M&A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라고 말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 대부분은 '동국제강+쌍용건설'의 경우 시너지효과가 미미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그동안 시너지 측면에서는 남양건설이 동국제강보다 낫다고 분석해왔다. 쌍용건설의 고급인력과 브랜드는 남양건설에겐 '날개'나 다름없었다. 그런 남양건설도 쌍용건설을 포기했다. 날개만을 찾기엔 건설업 시장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오리온그룹이 올 3월 입찰을 포기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그러나 건설업 경험이 전무한 동국제강은 베팅을 했다. 전문가들은 동국제강이 쌍용건설의 가치를 끌어올릴만한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동국제강은 지난 2005년 유일전자 인수 후 경영에 실패했던 이력이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철강재를 공급하는 것 말고는 동국제강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는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의 핵심인 수주 등에서 동국제강이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지적을 모를리 없는 동국제강은 "플랜트 사업을 통해 쌍용건설을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하지만 플랜트 사업이 없는 쌍용건설에 노하우를 축적시키겠다는 말은 원론적인 수준의 방향제시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동국제강은 주당 3만1000원의 인수가를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됐고, 남양건설은 2만2000원대를 불러 '예상대로' 탈락했다. 쌍용건설이라는 동일한 매물을 1300억원가량 더 쓴 동국제강의 선택이 옳았는지, 남양건설의 판단이 현명했는지 지금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동국제강의 베팅에 대한 점수가 매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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