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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08년 07월 18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시장의 서브프라임 사태 여파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상각 부담에 대한 우려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부동산과 관련한 금융시장의 부담은 계속되고 있다. 소위 '제2파'다.
미국 신용이슈의 유동성 문제화
미 연준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프레디맥과 패니메에 대한 자금지원을 실행할 전망이다. 두 회사가 미국 모기지시장의 절반을 맡고 있고 서브프라임이라기 보다는 프라임론 위주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서브프라임 이슈가 낮은 신용도의 부동산대출에 대한 위험에서 전체 모기지시장의 문제로 번졌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연준에 의한 프레디맥과 패니메에 대한 지원으로 이제 실질적인 자산부실의 문제는 막바지에 온 것이라고 보는 반면 비관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대표적인 프라임모기지회사의 문제화는 추가적인 여타 모기지회사의 부실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숨기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막 깊어지려는 상황에서 이러한 신용이슈의 지속은 현실적인 처리문제와 함께 시장내 심리적인 압박을 가일층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에서도 이와 관련해 미국시장 내 리스크의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의 상황과는 달리 국내는 아직 건설회사의 자금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심리적으로도 미국시장의 패닉심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지만 미국에서의 크레딧 이슈는 우리나라 시장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금확보를 위해 외국금융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높아 현금화하기 쉬운 국내주식을 매도하고 있고 국내기업이나 금융회사의 해외기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의 문제를 글로벌 이슈로 퍼뜨리고 있는 것은 1차적으로 금융회사들의 글로벌화와 시장간 거리의 축소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리스크의 전이를 이끌어내는 것은 유동성을 통한 전염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유럽의 금융회사들이 그 동안 유동화, SIV 등을 통해 실질적인 통화창출을 해왔던 부분이 축소되면서 나타나는 유동성 압박은 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시장의 유동성 축소는 주변부시장의 유동성도 축소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은 설사 모기지시장의 펀더멘탈 리스크가 해소되더라도 이후 상당기간 지속되기 쉽다.
펀더멘탈 보다는 유동성 리스크에 주목할 때
우리의 입장에서도 미국 모기지시장의 문제가 직접적으로 부담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유동성의 압박과 현재 진행중인 시장부진이 가져올 심리적 압박은 현실적인 크레딧문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미 그 동안 나타났던 부동산 PF와 관련된 여신축소의 움직임은 최근 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부동산과 관련된 이슈로만 끝나지 않고 이 문제가 현실적인 유동성의 축소로 나타날 경우 부동산과 무관한 영역으로 전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 깊어지고 있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이 점에서 우려되는 징후라고 할 수 있다. 금융시장의 신용문제는 늘 진원지와 겉으로는 멀리 떨어져있는 곳에서 대형화하기 쉽다. 대부분의 경우 그 전달경로는 가격변수라기 보다는 유동성의 문제가 된다. 지난 2003년 SK그룹여신의 문제가 어떻게 카드사태로 연결되었던가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신용평가회사가 기업을 분석할 때 주로 현금흐름에 주목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은 평가받는 회사의 구조적인, 펀더멘탈 리스크의 수준을 반영한다. 일시적인 리스크에 대응하는 능력이라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상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구조와 여유를 갖추고 있는가를 포착하는데 집중한다. 그렇지만 금융시장 상황이 예외적으로 어려워지고 유동성의 압박이 나타날 때 꼭 펀더멘탈이 약한 기업부터 신용상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펀더멘탈이 기업외부상황이나 재무적 문제에 대응할 능력으로 이해되는 것은 적절한 일이다. 다만 최근의 경우처럼 '통상적이지 않은'시장상황-tail risk상황-의 경우 시장 전반적인 신용이슈가 나타나는 것은 유동성의 문제이기가 쉽다. 이런 현상은 금융시장의 정보의 흐름이 빨라지고 심리적 요인의 영향이 커지면서 더욱 확대되어왔다. 최근 해외건 국내건 신용평가회사들이 통상적인 분석에 더하여 단기유동성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현상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문제에서 출발한 펀더멘탈 리스크가 이제 막바지에 왔다고 보든지 혹은 더 지속될 것이라고 보든지 올 하반기의 시장에 대한 우려가 유동성의 압박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금융회사나 일반기업체나 하반기 중 유동성 관리에 대한 더욱 큰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자기의 '실질적'인 유동성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현재 확보했다고 믿는 크레딧 라인이나 어음할인한도가 정작 예민한 시점에서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것도 2003년의 쓰린 교훈 가운데 하나다. 때론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면 더 큰 과외수업료를 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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