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①사라진 은행채…"공시는 싫어" 이사회 의결 2주 이상 소요, 발행 '중단'… 공시제 맹점 상존,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

황철 기자공개 2008-07-23 14:28:22

이 기사는 2008년 07월 23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당분간 채권시장에서 은행채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채 발행 공시 여파로 앞으로 2주 정도는 신규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사회 소집과 금융당국의 신고절차까지 완료하려면, 적어도 보름 정도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

향후 제도 변화에 따른 혼란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여, 은행채 시장의 중장기적 위축론까지 힘을 얻고 있다.

종적 감춘 은행채

은행들은 바뀐 증권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20일부터 발행하는 채권에 대해 유가증권 신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신고 방식은 2개월∼1년 기간 동안의 채권 발행액을 한꺼번에 신고하는 일괄신고제가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은행채 시장 침체를 우려한 업계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 규제 수위를 대폭 완화했다. 당국은 채권 발행 때 제출하는 추가 서류를 이사회 의사록 사본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이사 확인·서명 등의 문서 제출 의무도 면제했다. 자금중개를 위해 수시로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은행 입장을 적극 고려한 조치다.

그러나 은행들은 채권 발행을 위한 사전 작업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일괄 신고를 위한 이사회 소집과 의결, 서류제출과 심사 등 복잡한 절차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를 소집하는 데만 적어도 2주가 걸린다는 게 개별 은행들의 토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달 가까이 채권 발행을 중단한 채, 내부 의결과 신고 절차에 매달려야 한다는 것.

수신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는 은행채 발행이 중단되면, 자금조달의 한쪽 날개를 잃은 채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기업과 달리 은행은 이사회 소집과 의결이 간단히 마무리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 “은행마다 일정이 다를 수 있지만, 일괄 신고까지 마치려면 적어도 8월 초중순까지는 은행채 신규 발행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금조달 적시성 '비상'

일괄 신고제 이후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다. 발행 공시 경험이 없는 은행으로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접속해 일일이 안건을 신고하는 것부터가 애로다.

신고를 마친 후에도, 재무 관련 지표가 바뀌거나 중요 공시 변경 사항이 생기면 발행이 중단될 수 있다는 맹점도 존재한다. 이럴 경우, 은행들은 재신고 과정을 거친 후 은행채 발행에 나서야 한다.

자금조달의 적시성을 생명으로 하는 은행으로서는 재무상 특수 상황이 생길 때마다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꼬일 수 있는 개연성도 상존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급격한 예금 감소로 채권을 통한 재원 확보는 은행의 가장 중요한 조달책이 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은행채 발행이 중간중간 끊길 경우, 시장 위축이 장기간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은행, 예금 드라이브 거나

은행들이 채권 발행 여건 악화로 예.적금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쪽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금시장 이탈 고객을 다시 끌어오려면 특단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거나, 한시적 고금리 특판에 기대야 한다. 당장 가시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지만, 은행채 조달이 중단된 현 상황에서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일별 많게는 조 단위에 달하는 은행채 부족분의 상당량을 고원가성 특판으로 메울 경우, NIM(순이자마진) 하락 등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CD 역시 급한 불을 끄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단기차입금 상승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가 증가하는 것 역시 은행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이들이 양도성예금증서를 자금조달책으로 적극 활용할 경우 CD는 물론 예금, 대출의 연쇄적 금리상승으로 이어져 여러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

위 관계자는 “연체율 상승 등으로 안정된 대출 상환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채마저 끊긴다면 예금이나 CD에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적어도 공시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는 고금리 특판 등을 통해 부족분을 메울 가능성이 크다”면서 "물론 제도 변경만으로 은행 자금조달에 치명적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만, 단기적 혼선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