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8년 10월 21일 11: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객이 만족하지 않으면 수수료를 받지 않겠습니다"
한 증권회사의 광고카피가 눈길을 끈다. 업계최초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수수료 무한책임제를 도입한 유진투자증권 얘기다.
새로운 HTS출시에 맞춰 향후 6개월간은 고객 만족도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이다.
TV광고에는 화끈한 KO승으로 팬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던 돌주먹 김태식이 등장했다. 고객이 만족(KO승)하는 만큼의 수수료(환호)를 받겠다는 유진투자증권의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그러나 증권업계를 가만히 살펴보면 KO승은 커녕 판정패에 그쳤는데도 환호(수수료)가 뒤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위탁매매 외에 증권사들은 유상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 기업의 자금조달을 주관함으로써 수수료를 챙긴다. 이 때 고객만족이란 100% 자금조달에 성공했을 때만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자금 조달결과와는 관계없이 주관사가 수수료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신주나 채권이 전량 혹은 일부 미발행되더라도 주관사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발행회사 입장에서는 배가 아플 수밖에 없다. 미발행으로 인해 실제 유상증자 금액보다 주관사에 주는 수수료가 더 큰 어이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해당 주관사들은 주관사로서 의무를 다한 만큼 수수료를 예정대로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유가증권신고서 제출, 투자자모집 등 및 각종 준비과정에서 주관사가 쏟는 인적·시간적 비용을 '정상참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과연 주관사의 역할이 '과정'에 전념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일까. 자금조달을 준비하는 회사는 주관사에 전권을 위임한다.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 예정된 자금조달을 성공시킬 수 있느냐다. 발행회사 입장에서 수수료는 '과정수행'이 아닌 '성공'의 대가다.
재무상태가 불안한 '한계기업'일지라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공모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말 그대로 한계가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이라도 자금조달의 기회는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주관업무를 자처했다. 하지만 결과는 업계의 예상대로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그럴듯했던 주관 동기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주관사로선 자금 조달에 실패했지만 수수료는 받은 만큼 손해 볼 것이 없다.
최근 유상증자를 실시한 회사 담당자는 "미발행 규모에 따라서 주관사 수수료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에 증권업계의 반응은 냉랭할 뿐이다.
수수료 무한책임제의 실현이 아직까지 요원하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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