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8년 10월 28일 09: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궁금했던 건 '과연 손실 폭이 어느 정도일까'였다. 폭락장이 오고 나서 토러스투자증권의 자본금(300억원) 30%가 깨졌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던 때였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위해 택시를 타고 가며 팀장과 그 이야기를 했다. 결국 이번 인터뷰는 '운용 현황'에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세간의 의혹을 해소하지 않는 한 이번 인터뷰는 힘만 낭비하는 셈이다.
인터뷰 중간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사장이 올해 흑자 회사를 만들어 보겠다고 이야기를 할 때야 비로소 자본금 운용 현황을 물어볼 수 있었다. 최근 폭락장을 대하는 손 사장의 반응은 예상외로 담담했다. 20년 넘는 증권사 경험 때문일까.
“지금까진 소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많지 않다. 신설증권사로선 불가피한 면이 있다. 점포 개설비와 각종 가입비 등 고정비용을 제외하고 오히려 폭락장을 제대로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법인 부문에선 채권 영업이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있고, 소매 부문에선 어려운 장임에도 불구 지점 영업이 손익분기점에 근접해 있다. 파생상품 트레이딩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자본금 여유..올해 흑자 내겠다”
토러스(Taurus)는 ‘황소자리’의 영문명이다. 오리온자리 북쪽에 커다란 브이(V)자를 한 별자리로, 겨울밤 남쪽에 나타난다. 승리의 V자는 황소의 뿔과 머리가 어우러진 것이고, 토러스증권의 로고에 원용되었다.
뿔 달린 ‘황소’ 로고를 처음 소개한 미국의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1960년대 말 다우지수 폭락장에서부터 사세 확장의 기반을 다졌다가 40년의 영광을 뒤로하고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팔렸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국경이 없다. 월가의 메릴린치가 몰락하고, 한국 여의도에서 설립된 토러스증권도 설립 4개월만에 복병을 만나고 있다.
손 사장은 “주식 포지션을 길게 가져가지 않고 그날그날 정리하는 게 주효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손 사장도 처음엔 오판을 할 뻔 했다.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직후 악재가 노출, 증시는 빠르게 안정화 될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 리먼의 파산 소식이 전해지던 추석 연휴 일요일, 사무실에 출근한 그는 한 통의 전화를 당국으로부터 받았다. 앞으로 추이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전화였다. 그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어 등락이 있을 수 있지만 곧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美 위기 오판할 뻔, 위기 심각성 인지하고 선제방어”
그러다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인지하고 곧 시각을 바꾸었다.
“3주일 전쯤 외국계 은행쪽 상황을 자문했더니 자금 회수가 상상 이상이었다. 투자은행은 레버리지를 일으켰다가 부족하면 자금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상업은행마저도 난리였다는 것이다.
신뢰의 위기가 생긴 것이었다. 리먼 브러더스가 도산하고 나니 은행도 서로 못 믿게 된 것으로 보였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자금의 속성상 크레디트(신용)를 주고받아야 돈이 도는데 이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다. 심지어는 중앙은행으로부터도 못 빌린다. 빌리기만 하며 자금부족으로 소문나기 때문이었다.”
손 사장이 파악한 미 금융위기의 원인은 ‘은행간 크레디트(신용) 구조 붕괴’에 있었다. 투자은행을 넘어 상업은행에 대한 불신이 지금의 위기로 파급됐다고 본 것이다.
판단이 서자 각 파트장에게 이례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올라가면 팔아보고 떨어지면 사보라. 역발상으로 접근해보자.” 최고경영자(CEO)가 간섭할 일이 아니지만 이걸 누차 강조해서 이야기 했다고 한다.
“브로커리지에 주력, 자본력 점차 확충”
위기는 영웅을 키우고 영웅은 난세를 수습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버텨내어야 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처럼. 60개가 넘은 국내 증권사들이 경쟁다운 경쟁을 못해보고 말라버릴 수 있다. 손 사장은 ‘브로커리지’에서 해답을 구하고 있다.
그는 “내년에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더라도 증권사에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결국 개별 금융기관이 성장하고 발전해야 하는데 기존 증권사나 지금이나 수익은 브로커리지(중개업무) 수수료 이외에 답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시점에 가선 500억원으로 자본금을 확충한 뒤 자기자본을 5000억원으로 늘릴 복안이다.
“매출 1억원 기업이 매출 1조원 기업으로 환골탈태하는 제조업체가 있다. 미래에셋도 10년만에 1등으로 올라섰다. 대우증권의 경우 자기자본 100억원이 6년여만에 1조원이 됐다. 금융은 성장속도가 빠를 수 있다. 첫해 소기의 이익을 내고 500억원으로 자본금 증자를 하면 자기자본은 금새 5000억원이 될 수 있다.”
“지배구조 투명, 직원 누구나 CEO될 수 있어”
성장의 기제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지배구조가 투명하다는 점에 손 사장의 시선이 있다.
대기업 계열이나 1인 지배주주가 대부분인 국내 증권사 지분구조 경향과 사뭇 다르다. 손 사장(10.01%)을 포함 전북은행(10.00%), 행정공제회(10.00%), 대구은행(9.99%) 등이 주요 주주다.
손 사장은 “투명한 지배구조에서 소속 임직원의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며 “지금 직원들 누구나 토러스 증권의 CEO가 될 수 있다”고 강변한다.
증권업계에 뿌려진 그의 밀알은 수십년 이후 어떤 나무가 되어 있을까. “제대로 된 증권사를 만들어보는게 꿈이다. 우리는 지배구조에서 굉장히 독립적이다. 종업원들의 회사가 될 수 있다.
실제 현재 임직원들 가운데 미래 사장이 나올 것이다. 직원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해서 사장을 할 것이라고 워크샵에서 말했다. 지배구조의 차별화가 경영 차별화로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
토러스 증권의 정체성이자 그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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