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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투자자 자격을 단 하루면 취득? 자본시장법, 100억원 잔고 하루 유지하면 모든 장외파생거래 가능

황은재 기자공개 2009-02-27 09:11:58

이 기사는 2009년 02월 27일 09: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에서 규정한 전문투자자 요건이 너무 느슨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투자상품 잔고를 단 하루만 100억원을 유지하면 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서는 투자자의 범위를 일반투자자와 전문투자자로 나누고 있다. 일반투자자는 위험회피목적으로만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하지만 전문투자자는 위험회피와 투기 등 모든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하다.

전문투자자 자격을 취득하려면 하루전 금융투자상품 잔고를 100억원 이상 유지하면 된다. 자격을 취득한 뒤에는 잔고 유지 의무가 없어 인출이 가능하다.

실제로 최근 이 규정을 이용해 장부상 회사(SPC)들이 하루만 100억원을 맡긴 뒤 전문투자자 자격을 취득해 신용파생상품을 기초로 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를 발행하는 일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파생상품계약이 유동화를 거쳐 증권화된 다음 주로 단위 농협 또는 신협이나 새마을 금고 등에 팔리고 있는데 그 규모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SPC, 전문투자자 되기①..'금융거래잔고 100억원'

NH투자증권이 26일 특수목적기구(SPC)를 세워 발행한 424억원 규모의 ABCP는 신용부도스왑(CDS)의 보장 매도(Protection Selling)에 따른 프리미엄 수취와 신한은행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 흐름을 유동화한 것이다. 보장 매도는 위험회피목적 거래가 아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파산, 지급실패, 채무재조정 등 신용사건이 발생할 경우 일정금액(1000만달러)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위험회피목적 거래에 대해 위험회피 대상인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시 파생상품의 손익구조(Pay-off)가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기조차산의 손익변동과 반대의 손익 변동을 보여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SPC는 전문투자자의 자격 요건을 취득해야 했다. SPC가 전문투자자 요건을 구비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10조는 법인 및 단체의 전문투자자 충족 여건 가운데 하나로 '관련 자료를 제출한 날 전날의 금융투자상품 잔고가 100억원 이상이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ABCP를 발행한 SPC는 상법에 근거에 세워진 장부상 회사로 법인에 해당한다.

NH투자증권의 SPC는 ABCP 1회차 100억원을 발행해 현대증권의 MMW(Money Market Wrap)에 연 이자 2%로 예치해 전문투자자 요건을 충족시켰다.

◇ SPC, 전문투자자 되기②.."파생거래 계약을 늦춰라"

미래에셋증권이 '파워퓨처스' 유동화회사를 세워 73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했다. ABCP의 기초자산은 한국전력공사 채권 700억원과 200억원 규모의 파워스프레드 스왑. 한전채 700억원은 고정금리로 이자가 지급되기 때문에 이자율스왑을 통해 변동금리로 바꿨다. 금감원 세부기준에서 보면 위험회피 목적 거래에 해당한다.

파워스프레드 스왑은 위험회피목적 거래가 아니다. SPC는 파워스프레드 스왑을 편입하기 위해 전문투자자가 돼야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산 편입시기에 간격을 뒀다. ABCP의 발행일은 20일이지만 파워스프레드 스왑의 거래 시작일은 25일이다. SPC는 한국전력공사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문투자자가 요건을 충족시켰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ABCP 중 파생상품에서 나오는 이자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경우 전문투자자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 금융회사-SPC 장외파생거래 크게 증가 전망

이 같은 방법을 이용해 SPC가 전문투자자의 요건을 얻어 금융회사와의 장외파생상품 거래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외파생상품 거래 시장 차원에서 보면 거래량 증가 및 시장 확대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장외파생상품의 위험이 유동화 상품을 통해 시장 전체로 전가된다.

SPC가 발행하는 ABCP를 개인투자자가 살 경우, 개인투자자는 일반투자자에 속하지만 ABCP를 통해 전문투자자가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전문투자자의 요건을 보다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SPC에서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에 나서는 게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지만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 취득이 너무 쉽게 돼 있다"며 "위험회피목적 이외의 장외파생상품 거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상품이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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