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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5개월..10점 만점에 몇점? 취지 못살렸지만 심리적 효과는 적지 않아

황은재 기자/ 한희연 기자공개 2009-05-14 08:29:03

이 기사는 2009년 05월 14일 08: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오는 17일이면 운용을 시작한지 5개월이 된다. 운용 시작 전 채권시장에 국고채 투자 구축 등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현재는 기억에서 잊혀진 정책펀드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만큼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경제적 효과를 따지긴 어렵지만 시장 심리를 달래는 차원에서 성공했다는 평가이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국내로 확산·전이되는 길목을 어느 정도 사전 차단 했다는 것이다.

◇ 조성까지 수조원 비용 지출..비난 쇄도

채권안정펀드가 태어나기까지 치룬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11월 펀드 조성계획이 발표되자 금융회사들이 자금출자를 위해 국고채를 팔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리가 급등했다. 한국은행 1조원어치 국고채 매입에 나서면서 겨우 진정됐다. 금리상승으로 입은 손해까지 더하면 펀드 조성을 위해 치룬 비용은 더 늘어난다.

운용을 시작한 뒤에도 평가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악화됐다. 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펀드인 동시에 금융회사들이 출자한 민간펀드란 태생적 한계 때문에 운신의 폭이 적었다. 펀드 조성 취지에 충실하면서도 안정성과 수익성까지 고려해 살만한 채권을 골라야 했다.

우량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는 것이 당초 취지였지만 우량 회사채는 올해 날개 돋힌 듯 팔려. 채권시장안정펀드에 돌아갈 몫이 없을 정도였다. 반대로 B급 회사채는 펀드가 직접 사들일 수 없고 자산유동화증권(ABS) 형태로 매입해야 해 기업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당장 자금조달이 급한 여신전문회사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유동화를 위한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되자 채권시장안정펀드는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됐다. 저등급 기업을 위해 프라이머리 CBO 조성에 나섰지만 이미 시장에서 채권발행이 가능해진 기업들의 참여 부족으로 발행이 늦춰지기도 했다.

◇ 10점 만점에 몇점?.."심리적 효과 컸다"

그러나 부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금융시장 회복의 촉매는 아닐지라도 심리적 안전판을 만드는 데는 기여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안 심리를 막는 역할을 어느 정도 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자금팀장 역시 "10조원이 대기 매수 자금으로 있다는 게 채권금리 급등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10점 만점에 8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줬다.

최석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채권을 사지 않던 12월에는 채권안정펀드가 순기능을 했지만 그 이후에 추가적인 순기능을 했다고 보긴 어렵고 조성 단계에서 지불한 비용을 감안하면 경제적 기능이 컸다고 보긴 어려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채권안정펀드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기대가 없지만 기업의 유동성 문제나 신용시장의 불안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채권안정펀드는 앞으로도 작은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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