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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 상선 지킨 대가로 1000억대 파생손실 우호지분 세력 확보차 옵션·스왑..주가하락땐 손실 보전 약속

황철 기자공개 2009-05-15 10:21:28

이 기사는 2009년 05월 15일 10: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현대상선 주식 때문에 1000억원대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현대중공업과 벌인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 당시 외부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한 계약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1분기 현대상선 주식에 대한 스왑·옵션 계약으로 1020억원의 파생상품거래·평가손실을 입었다. 이번 손실액은 지난해 당기순이익(298억원)의 세 배 이상에 해당한다. 이로써 현대엘리베이터는 1분기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06년 외국 투자기관들과 현대상선 주식에 대한 대규모 옵션·스왑계약을 맺은 바 있다. 그 결과 현재는 우호세력 포함, 48%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강화했다.

현대상선 경영권 강화 위해 파생상품 계약..2~3년 후엔 분쟁 재발의 불씨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순환출자의 핵심에 서 있는 기업들이다. 상층부 지배구조는 현정은 회장 일가 및 현대택배→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으로 이어져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택배·현대증권·현대아산 등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며 그룹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상선을 사이에 두고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치열한 지분 확보전을 벌인 배경중 하나다.

img8.jpg현대상선 경영권 분쟁 당시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의 지분율 차이는 근소했다.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지키기 위해 확실한 외부의 지원군이 필요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 2006년 외국 투자자들과 파생상품계약을 맺은 이유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아일랜드계 파생상품 전문 투자사인 넥스젠 캐피탈(Nexgen Capital., Ltd.)이 보유한 현대상선 보통주 600만주(2008년말 기준 지분율 6.58%)를 기초자산으로 주식스왑계약을 체결했다.

넥스젠 캐피탈은 기초자산 마련을 위해 현대상선 주식을 대거 장내 매수했고, 이중 최소 540만주에 대한 의결권을 현대엘리베이터와 공동 행사키로 했다. 계약 자체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배력 강화용임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계약 목적을 '현대상선(주)에 대한 안정적인 주주 지위 확보'라고 밝혔다.(2006.10.24 기타 주요경영사항 공시)

현대엘리베이터는 같은 해 홍콩계 투자사 케이프 포춘(Cape Fortune B.V)과도 동일한 목적의 파생상품계약을 맺었다. 케이프 포춘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301만1798주(지분율 3.30%)에 대해 상호간 차액현금정산을 요구할 수 있는 세틀먼트 옵션(Settlement Option)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당시 계약 목적 또한 '투자 및 현대상선(주) 경영권 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2006.7.4 기타 주요경영사항 공시) 케이프 포춘은 현대상선의 3대 주주(지분율 7.06%)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러나 외부와 파생상품 계약으로 확보한 지분은 2~3년 후 다시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계약 만기일이 2011~2012년에 순차적으로 도래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 지분 8%를 보유한 현대건설의 M&A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막대한 자금부담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소지가 적지 않다.

우호관계의 조건..매분기 이자 지급에 손실 보전, 이익은 배분

현대엘리베이터는 우호세력을 묶어두기 위해 향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넥스젠 캐피탈과의 스왑계약에서 만기 시점에 주가하락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전액 현금으로 보존해주기로 했다. 반대로 이익이 발생하면 20%를 넥스젠 캐피탈의 몫으로 넘겨주는 내용도 넣었다.

넥스젠이 현대상선 지분 매입에 사용한 대금에 대해서는 매분기말 일정률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또 주식 매입액의 20%를 현금담보로 제공했고,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주식(60만주)에 대해 질권을 설정하기도 했다.

현대그룹은 이 같은 노력으로 현대상선 우호지분을 45% 가량 확보할 수 있었다. 반면 현대중공업 우호지분은 지금까지 30%대에 머물고 있다.

이같은 파생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의 손익은 현대상선 주가에 연동해 춤을 췄다. 지난 2007년엔 현대상선 주가가 오르면서 케이프 포춘 및 넥스젠 캐피탈과 파생상품에서 대규모 평가이익이 발생했다. 그러나 지난해 수백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엔 1000억원대의 거액 평가손실을 입게 됐다.

현대엘리베이터가 1분기 흑자를 내기 위해서는 1020억보다 많은 이익을 다른 곳에서 내야 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순익 규모는 최근 5개년 평균 연간 784억원, 분기로는 196억원에 그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현대상선에 대한 투자가치가 있어 계약을 체결했던 것일 뿐"이라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또 "관련 손실과 실적 반영 내용은 15일 공시를 통해 자세히 밝힐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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