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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볼 위기 관리

윤영환 크레딧애널리스트 공개 2009-07-20 10:00:19

[편집자주]

자본시장 발전에 신용평가는 인프라와 같은 존재입니다. 서브프라임사태로 신용평가의 공정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것도 신용평가의 중요성을 재차 일깨우는 사건입니다. 더벨은 신용평가를 포함해 크레딧시장의 전반을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분석합니다. 신용이슈 등 일련의 현상에 대해 폭넓은 이해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 기사는 2009년 07월 20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속성을 이야기할 때 흔히 소규모 개방 경제(Small open economy)라고 한다. 개방 경제는 이해하기 쉽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고,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자의 진퇴도 쉽다. 매우 성장 지향적이고 변화와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에너지가 넘치고, 그만큼 변동성이 큰 시장이다.

반면, 소규모 경제라는 개념 규정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우리의 경제규모가 아일랜드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지 않은가? 국민총생산, 교역규모, G20, OECD 등등 어디를 보아도 소국 경제는 너무 이상하다. 일종의 자기비하, 자학적 사고가 아닐까?

야구 경기를 관전하다가 문득 떠 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흔히 미국의 야구를 Big ball이라고 한다. 감독이 경기에 일일이 간여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최대한 맡겨 두는 방식이다. 반면 일본 야구는 감독이 경기의 부분 부분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Small ball이다.

리의 Small economy는 혹시 이런 개념이 아닐까? 경제 운용에 당국이 세밀하게 개입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두드러진 특징이 아닐까?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모든 것을 시장에 그냥 내맡기는 정부는 세계 어디에도 없지만, 이만한 경제 규모에서 이렇게까지 적극적이고 섬세하게 그리고 선제적으로 위기 대응에 나선 사례는 드물다.

위기 이후 은행의 신용위축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여 많은 나라들이 확장적 금융 및 재정정책을 전개했다. 그런데 우리 금융정책 당국은 한걸음 더 나아가 개별 은행의 여신정책에 직접 개입하여 은행의 디레버리징을 아예 원천 봉쇄했다.

기업 구조조정도 당국의 지휘 아래 충격적인 기업 퇴출을 최소화하면서 부드럽게 만기연장에 대부분 성공했다., 적극적인 규제완화로 부동산 시장의 붕괴를 막았다. 90년대 초반 일본이 실패한 정책을 우리 당국은 거뜬히 해낸 것이다.

외환위기 때와는 확연히 다른 전형적인 Small ball이다. IMF의 역할, 위기의 성격, 우리의 펀더멘탈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적 선호의 차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대붕괴의 국면에서 전력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질서 있는 퇴각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훗날 반전의 계기가 주어졌을 때 권토중래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된다. 하지만 그 권토중래도 와신상담의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와신상담은 전쟁보다 어렵다. 목구멍을 지나면 뜨거운 것을 잊는 법이다. 적의 포화 속에서 어렵게 살려온 장수를 명분도 흐릿해진 혁신에 다소 방해가 된다고 과연 정리할 수 있을까? 그렇게 좀비들이 살아 남고 오히려 득세한다. 위기를 부른 온갖 모순들은 더 심화된다. 결국 권토중래의 기치를 세우기도 전에 자중지란에 빠진다.

그래서 Small ballBig ball보다 훨씬 어렵다. 한 방의 호쾌함을 능가하는 그 짜임새 있는 플레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철저한 전력 분석과 반복 훈련, 그리고 팀을 위하는 희생정신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작은 틈만으로도 시스템은 무너진다. 그러기에 훨씬 더 철저한 평가와 Re-building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정이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무서우리 만큼의 냉철함이 필요하다.

이제 위기의 2, 스토브 리그가 열렸다. Small ball의 스토브 리그는 일견 조용해 보여도, 물밑으로는 무섭도록 치열한 분석과 고뇌의 과정을 거친다. 우리 당국도 조용히 그리고 면밀하게 금융정책 전반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문제가 됐던 은행 단기차입, 예대율, 외화 유동성 문제 등과 관련해 전반적인 내용들을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가 직접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금융연구원이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금융당국자의 발언이다. 아주 적절한 시점에 나온 의미있는 발언이다. 위기와 관련한 우리 금융시장의 핵심 이슈들이 명확히 지적된 점도 돋보인다.

그런데 한 대목이 목의 가시처럼 걸린다. 왜 위기 성찰과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은행 부문에 치중하여, 그것도 은행 기반 연구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일까? 갑자기 난감해진다. 스토브 리그가 뜻밖의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먼저 위기에 대한 분명한 성찰과 공과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위기를 부른 각종 모순을 분칠하지 말고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 미래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금융위기 이후 은행과 자본시장의 새로운 관계정립은 패러다임 수준의 초대형 이슈다. 그러한 대형 논의의 출발은 마땅히 그에 어울리는 큰 틀을 갖추어야 한다. 역량 이전에 진정성과 공감의 문제다..

[칼럼니스트 소개]

윤영환 크레딧애널리스트 약력

2001∼ 굿모닝신한증권 선임연구위원

1988∼2001 한국신용정보, 연구개발실장 화학산업평가실장

KAIST MBA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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