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9년 10월 23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증권 토박이. 남기천 본부장(45. 사진)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89년에 입사한 후 영업부, 채권부, 외화 트레이딩부를 두루 거쳐 고유자산운용(PI)본부장까지 올해로 21년째. 남 본부장은 대우증권의 성장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함께 한 시간이 길어서일까. 남 본부장은 대우증권이 변화를 시도할 때마다 그 선봉에 섰다. 1994년에 국내 증권사 최초로 파생상품본부의 탄생을 이끌었고, 2001년부터는 6년간 영국 런던에 머물며 대우증권 런던법인의 현지화를 도왔다.
그런 그가 대우증권의 또 다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11월 시행령 발표를 앞두고 있는 인수합병전문회사 스팩(SPAC)이 바로 그 변화의 실체. 인터뷰가 진행된 남 본부장의 사무실 책장에는 이미 스팩 관련 자료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스팩, 증권사와 투자자의 '윈-윈(win-win)' 전략
대우증권이 스팩에 대한 스터디를 시작한 것은 2007년. 남 본부장이 PI부서에 발령받은 지난해부터는 준비 작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해 이르면 오는 12월 말 대우증권은 첫번째 스팩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대우증권이 2007년부터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스팩 도입을 추진해 온 이유는 뭘까. 남 본부장은 "스팩이야말로 증권사 투자은행(IB)부문의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설명한다.
지금까지 국내 IB의 투자자는 보통 기관투자자로 한정돼 있었다. 특히 인수합병(M&A)부문에서는 개인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 극히 적었다.
하지만 스팩은 얘기가 다르다. 스팩은 설립 단계에서부터 개인투자자금을 받는 데 제한이 없다. 스팩 발기인인 증권사가 투자해야하는 5%의 설립자본을 뺀 나머지 95%를 모두 개인투자자금으로 채울 수 있다.
때문에 남 본부장은 "스팩은 증권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관투자자에서 개인투자자까지 수익원을 다변화 시킬 수 있고, 개인투자자 역시 그간 소외됐었던 M&A 시장에 참여해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팩 제도 정착, "증권사의 철저한 사후관리에 달렸다"
매력이 큰 만큼 스팩에는 적지 않은 리스크가 존재한다. 스팩 설립과 상장, 비상장기업과의 합병까지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 길게는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만약 중간에 증권사에 관리가 조금이라도 소홀해지면 스팩이 해체될 가능성도 있다.
대우증권은 이런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팩의 모든 업무를 PI부서에 맡겼다. PI부서의 업무가 회사의 자기자본투자이니만큼 사업 종결 시점까지 개인투자자와 동등한 입장에 서서 안전하게 스팩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남 본부장은 "PI부서를 통해 스팩 설립부터 IPO, M&A까지 모든 과정을 꼼꼼히 관리할 것"이라며 "주식자본시장(ECM)팀, 컴플라이언스팀, 법률팀과의 협업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입 초기이니만큼 사업자가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 남 본부장은 스팩제도를 정착시키고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취지를 달성하려면 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형 스팩의 투자자보호 규제가 조금 엄격한 면이 있지만 제도 정착 후에 차차 규제 완화를 요구할 것"이라며 "증권사도 당분간은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기 보다는 법규를 준수하면서 안정지향적인 스팩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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