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시장 개편 논의 '공회전' 잦은 인사이동·증선위 반대 부딪혀..금융위 "이르면 4월에나 개편안 발표"
이 기사는 2010년 03월 24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중점 추진 사항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단기금융시장 개편 논의가 잦은 인사 이동과 증권선물위원희의 반대로 게걸음을 걷고 있다. 금융위는 콜시장 개편 및 환매조건부증권(RP) 시장 활성화를 통해 금융시스템 위험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논의를 마친지 3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금융위는 2010년 업무보고에서 올해 역점 과제 가운데 하나로 "단기자금조달의 콜시장 편중 등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 완화 및 단기금융시장의 균형발전을 위해 단기자금시장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콜시장을 은행의 지급준비금 과부족을 해결하는 본연의 기능 중심으로 개편하고 비은행 금융회사들은 RP나 단기사채 등을 이용하는 쪽으로 큰 방향을 잡았다.
◇ 콜시장 개편은 단기금융시장 선진화 신호탄
금융위 복안이 현실화되면 현재 콜시장에서 상당한 자금을 조달하는 증권사는 다른 조달처를 찾아야 한다. 펀드의 여유자금을 콜론으로 운용하는 운용사들 역시 CP나 RP 등으로 운용처를 바꿔야 한다. 콜시장 개편의 영향이 은행 뿐 아니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전체 금융권의 자금운용과 영업전략을 바꾸어 놓는 것은 물론 단기자금시장의 틀을 근본부터 다시 짜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금융회사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증권사의 과도한 콜운용이 유동성 위험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확인했던 터라 금융위가 칼을 매섭게 뽑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한국은행과 학계, 업계 주축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여러차례 회의를 열었다. 콜시장의 지준시장화 여부 및 비은행 금융회사의 콜시장 참여을 제한할 경우 야기될 문제들이 집중 논의 됐다.
금융위와 TF는 당장 콜시장을 지준시장화하기 보다는 단계별로 콜 사용을 제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비은행 금융회사의 자기자본이나 펀드 규모에 맞춰 콜 자금 사용 및 운용 한도를 설정하는 형태다.
이 때가 지난해 말이다. 금융위는 TF의 의견을 종합해 늦어도 2월 초에는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갑자기 속도가 떨어졌다. 발표시기를 2월말로 미루더니 2월말이 되자 다시 3월말로 연기했다. 당초 스케줄대로라면 3월말은 금융위가 약속한 개편안을 발표해야 할 시점이지만 여전히 TF 논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 이창용 전 부위원장 빠지자 동력 잃어..잦은 인사도 원인
단기금융시장 개편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이창용 전 부위원장이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 단장으로 이동하면서 내부적으로 힘을 잃었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여기에 금융위의 잦은 인사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 금융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금융위의 과장급 인사의 평균 근속기간은 9개월 내외. 단기금융시장 개선을 담당하고 있는 자본시장과 역시 인사 이동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2009년1월부터 현재까지 과장만 세차례나 변경됐다. 실무를 담당했던 사무관 역시 최근 인사 이동으로 자본시장과를 떠났다. 업무의 연속성이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증권선물위원회도 콜시장 개편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선위원은 현재 콜시장이나 환매조건부시장에 이렇다 할 큰 문제가 없는데 굳이 칼을 댈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금융시장 관계자는 "금융위 내부적으로 콜시장 개편 취지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며 "증선위원과 실무진 간의 의견 대립이 해결돼야 콜시장 개편으로 시작되는 단기자금시장 개편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권 실망감 감추지 못해..."위기 벌써 망각했나"
개편안 발표가 미뤄지면서 시장의 실망감은 커지고 있다. 단기금융시장 개편 논의가 최근 몇년간 입버릇처럼 제기됐었고 올해도 '계획으로만 끝날 것 같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단기금융시장 관계자는 "발표가 차일 피일 미뤄지면서 사실상 올해도 단기금융시장 개편 논의는 물건너 간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위기 당시 증권사들의 과도한 콜차입으로 금융시스템이 위협을 받았던 경험을 벌써 잊은 듯하다"며 "금융위기 시점에서 멀어질 수록 단기금융시장 개편은 큰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빠르면 오는 4월 중에는 콜시장 개편을 포함한 단기금융시장 개편 방안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 의견 조율 문제 등으로 이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콜시장 개편 논의가 미뤄지는 사이 증권사들은 콜자금을 빌려와 은행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있고 회사채 인수에 나서는 등 금융위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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