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삼천리제약 '고가매입' 이유 CGMP 설비 구축 시급..영업가치보다 자산가치 따질 수 밖에 없어
이 기사는 2010년 04월 06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아제약이 삼천리제약 인수에 한발 다가섰다. 하지만 협상 중인 가격이 본입찰 경쟁자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벌써부터 딜 클로징 리스크는 물론 인수 이후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삼천리제약 본입찰에서 동아제약이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실시한 예비입찰에서 동아제약과 녹십자, 한독약품 등 3개 국내 제약사와 두산그룹 계열의 투자회사 네오플럭스 등 총 4곳이 참여했다.
이후 열린 본입찰에서 녹십자와 한독약품이 각각 참여한 반면 동아제약은 예비입찰 경쟁자였던 네오플럭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자금력이 가장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는 녹십자가 본입찰을 중도 포기하면서 한차례 유찰되기도 했다. 녹십자는 삼천리제약이 보유한 항바이러스 기술(nucleoside manufacturing)이 내심 탐났지만 동아제약이 제시한 가격이 두배 이상이나 높아 입찰 참여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가 본입찰에서 제시한 가격은 400억원대, 반면 동아제약이 제시한 가격은 800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배가 넘게 가격 차이가 벌어진 것은 삼천리제약의 기업가치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서 연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녹십자의 경우 삼천리제약의 순수한 영업가치에 착안한 반면 동아제약은 영업가치보다는 자산가치에 따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
통상 제조업체에 대한 주된 밸류에이션 잣대는 영업가치다. 대상 기업의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를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수 대상이 금융회사이거나 제조업체라 하더라도 부동산 등 비영업 자산 비중이 월등히 높은 대상이라면 자산가치를 중요하게 따져야 한다.
동아제약의 경우엔 좀 독특한 케이스다. 삼천리제약의 지난해 12월 기업 분할(삼탄인터내셔널) 전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채 40억원이 안된다. 따라서 동아제약이 본입찰에서 제시한 가격은 작년 EV/EBITDA의 20배가 넘는다.
주요 상장 제약사들의 지난해 EBITDA 대비 주식가치(현재 시가총액, EV대신 차용)가 동아제약의 경우 10배, 녹십자가 7.8배, 한미약품이 14배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고가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제약이 삼천리제약을 굳이 인수하려는 목적은 현재 미국 FDA의 임상2상 승인 단계에 있는 자이데나의 수출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국내 제약사가 미국 제약시장에서 약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미국 FDA의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을 통과해야 하는데, 동아제약의 경우 CGMP 기준에 부합하는 생산관리 시스템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
반면 삼천리제약은 몇년전 다국적 제약사인 GSK로 에이즈 치료제인 지도부딘을 수출하면서 CGMP 기준을 통과한 바 있다.
문제는 동아제약이 M&A 대신 그린필드 방식 투자로 CGMP 설비를 갖추려면 삼천리제약 인수에 소요되는 자금 이상의 비용을 써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대웅제약이 동아제약이 필요로 하는 규모의 CGMP 설비를 구축하는데 8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은 바 있다. 특히 동아제약의 경우 그 비용을 쓰고도 최소 3~4년의 시간 낭비가 불가피하다.
결국 동아제약으로선 조속한 CGMP 설비 구축을 위해서라도 삼천리제약을 비싼 값에 살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셈이다.
M&A업계 관계자는 "동아제약이 삼천리제약의 영업가치보다는 CGMP 설비를 중심으로 한 자산가치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매각측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때문에 동아제약이 삼천리제약을 시장이 합리적이라 판단하는 적정가격에 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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