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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단기차입금 1조원대 과소 계상? 옵션 CP, 장기 대출로 '인식'…일방적 계약 파기시 시장 혼란 '우려'

황철 기자공개 2010-04-16 17:09:57

이 기사는 2010년 04월 16일 1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공사가 1조원이 넘는 어음 잔액을 재무제표상 단기차입금이 아닌 장기부채로 분류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른바 중장기 할인 어음이란 명목으로 은행 종금 계정에 직접 편입해 일반 대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감사보고서상 주석에도 시설자금대출(장기차입금)로 녹아 있어 단기 어음차입금임을 알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

중장기 할인 어음은 은행과 약정을 맺고 통상 2~3년간 3개월 단위로 차환 발행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과거 카드 사태를 촉발시켰던 옵션 CP(계속 매매조건부 기업어음)와 동일한 형태다.

하지만 표면 만기가 3개월 정도로 명백한 단기차입금이다. 은행이 마음만 먹으면 유통물로 내놓거나 상환을 요구할 수도 있다. 특히 금융위기, 신용등급 하락 등 크레딧 이벤트 발생시 쌍방 중 누구든 계약을 파기할 수 있어 거래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에도 노출해 있다.

CP 2조원대, 단기차입금은 고작 2600억원?

한국전력공사가 본격적으로 어음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부터다. 이전까지 잔액은 500~2000억원 선으로 자산 대비 규모가 크지 않은 수준이었다. 당시 발행분은 전액 일반 CP와 마찬가지로 단기차입금으로 분류돼 있었다.

하지만 발행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07년부터는 사업보고서상 CP 조달액과 실제 잔액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한국전력공사의 CP 잔액(예탁결제원 기준)은 07년말 5900억원, 08년말 1조2000억원, 지난해말 1조3300억원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급격하게 증가했다. 올해에는 더욱 공격적인 발행에 나서 현재(16일)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미상환 CP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보고서상 CP 잔액은 매 결산 때마다 거의 변동이 없다. 한국전력공사가 밝힌 CP 잔액은 07년말 2900억원, 08년말 3000억원, 지난해말 2600억원에 불과했다.

일례로 지난해 연말 기준 감사보고서의 CP잔액(2600억원)과 실제 미상환 잔량(1조3300억원)은 무려 1조70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결국 1조원 이상의 자금이 은행 종금 계정이라는 이유로 일반 대출로 인식돼 있다는 뜻.

한국전력공사는 외환은행(1조원)과 우리은행(1000억원)으로부터 빌린 시설자금에 옵션 CP(1조700억원) 전액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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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의 단기차입금은 전액 CP가 차지하고 있다. 원칙대로라면 지난해말 단기차입금은 2600억원이 아니라 1조3300억원으로 수정해야 한다. 또 현재 잔액을 대입하면 2조3000억원까지 부담이 늘어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오류 아닌 오류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일차적으로 은행과 공기업의 자금 운용·조달 전략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옵션CP는 공사 입장에서 보면 저금리로 장기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표면적으로 금리가 낮은 CP의 특성과 만기가 긴 장기물의 특성을 함께 갖고 있기 때문.

한국전력공사 재무 담당자는 "최근 은행 일반 대출이 쉽지 않고 금리 역시 공사채나 CP보다 100bp 이상 높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금융비용 절감, 조달 다변화 등을 위해 중장기 할인 어음 발행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역시 대규모 대출자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거대 우량 공기업과의 유대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다. 금리가 낮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종금 계정의 경우 일반 계정과 별도로 관리하기 때문에 예대율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은행·공기업 이해 일치, 거래상대방 위험 상존

하지만 시장에서의 우려는 이들의 전략적 사고와 큰 차이를 보인다. 물론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국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핵심 공기업으로 상환 불이행 가능성이 사실상 '0(제로)'에 가깝다.

문제는 카운터파티 리스크(거래상대방 위험)가 쌍방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이를 현실화할 경우 금융시장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실제로 2003년 카드사태 당시 옵션CP를 둘러싸고 발생한 투자자와 발행사간 분쟁은 이를 잘 대변한다.

특히 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은행 건전성이 도마 위에 오를 경우 약정 만기를 조정하거나 일시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발행사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유동성 공백이 발생해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처럼 2조원(현재 추정치)이 넘는 옵션 CP를 보유한 기업이 일시 상환에 나설 경우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 또한 상상을 불허한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은행도 유동성 부족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수차례 경험했고, 옵션 CP의 위험성이 공론화할 경우 감독 당국 제재와 같은 제도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도 있다"며 은행의 자동 연장 약속만 믿고 2조원대에 달하는 자금을 옵션CP로 충당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전략"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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