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이 경영권 매각, 지분 1%가 승패 갈랐다 방 회장-CJ컨소 "매각자 완전히 나가달라" vs 넥슨 "김 회장 소수지분 인정"
이 기사는 2010년 05월 07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개월을 끌어오던 게임하이 인수전이 결국 넥슨의 승리로 귀결될 전망이다. 게임하이는 지난 6일 넥슨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직 본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넥슨이 게임하이 인수의 8부 능선을 넘어섰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인수전은 '매각자 우위'의 최근 M&A 시장 동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김건일 게임하이 회장의 '변심'에 대기업 계열사나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휘둘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인수전에서 먼저 우위를 점한 것은 '넷마블'(CJ인터넷의 전신)의 창업자 방준혁 인디스앤그룹 회장이 주도한 컨소시엄이었다. 게임하이가 개발한 '서든어택'의 국내 판권자였던 CJ인터넷은 해당 게임의 퍼블리싱 계약이 내년 7월 만료되다보니 협력관계 유지 차원에서 인수전에 참여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
방 회장 컨소시엄은 매각자인 김건일 회장 지분(54.79%) 전량를 1500억원에 인수하는데 구두로 합의했다. 사실상 계약서에 사인하는 일만 남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인수자금은 방 회장이 과거 CJ인터넷을 매각해 벌어들였던 800억원에 더해 CJ인터넷이 200억원, 스틱이 100~200억원을 제공하고 나머지는 금융권 대출로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달 초부터 협상에 미세한 균열이 감지됐다. 김 회장이 마음을 바꿔 보유 지분 중 1~2% 가량을 남겨주고 가격을 높여줄 것을 요구한 것. 게임하이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길 원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방 회장 컨소시엄이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이 난항에 봉착했다.
김건일 회장은 제주도에 건립되는 MGM테마파크에 거액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게임하이 지분 매각은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일환으로 추진됐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게임하이에 대한 '아쉬움' 탓에 어떤 식으로든 회사에 적을 두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지분 재매입 가능성까지도 거론됐다.
게임하이의 인수후보로 꼽혔던 넥슨은 바로 이 점을 노렸다. 방 회장 컨소시엄과 달리 김 회장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 '한 수'로 넥슨은 6일 게임하이와의 MOU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M&A에서 김 회장의 가격 인상 요구는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게임하이가 넥슨을 대상으로 발행한 70억원의 전환사채(CB)는 계약금으로 보인다. 계약금이 전체 인수금액의 5%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14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방 회장측이 제안한 금액 1500억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관건은 김 회장에게 지분을 남겨주느냐, 즉 김 회장의 '입김'이 여전히 게임하이에 작용하는 것을 허용하느냐 여부였다.
2008년부터 게임업체들을 인수해 온 넥슨은 경영권 인수 후에도 이들을 흡수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2009년 인수한 시메트릭 스페이스와 코퍼스슨이 그랬다. 지난 3일 인수한 엔도어즈도 독립된 형태로 유지할 계획이다. 이런 넥슨의 입장에서는 김 회장의 요구가 그다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넥슨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317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이중 엔도어즈를 인수하는데 2000억원 안팎을 투입할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1000억원에 재무적 투자자(FI)가 가세한다면 게임하이 인수자금 조달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넥슨 관계자는 “자체 현금으로 충분히 게임하이 인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넥슨은 게임하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인수금액과 더불어 김 회장에게 정확히 몇%의 지분을 남겨줄 지는 실사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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