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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PF대출 회수 혈안..업계 "옥석은 가려야" 감독당국 여신회수 사실상 압박...건설업 연착륙 유도해야

길진홍 기자공개 2010-05-18 08:31:52

이 기사는 2010년 05월 18일 08: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건설사는 지방 사업장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연장을 앞두고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대주단협약의 지원으로 1년간 채무유예가 가능한데도 상환을 요구 받았다.

은행은 대출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위변제 청구 대신 시행사에 연체이자를 계속 물리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시행사 연체이자는 연대보증을 제공한 시공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결국 A건설사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시행사에 대여금을 지급키로 했다.

대주단협약에 가입한 B건설사도 은행으로부터 차입금 상환을 종용받고 있다. 은행은 만기 연장에 앞서 대출금을 일부 상환하지 않으면 심사 때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대출금을 조금이라도 상환해야 할 처지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해당 은행에 차입금을 갚은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채권금융회사에서도 상환을 요구해 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들이 건설사 PF 대출금 회수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취약한 주택전문 건설업체의 여신 회수에 필사적이다. 건설사 채무유예를 보장하던 대주단협약은 효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은행이 숨통을 조여 오면서 한계에 내몰린 중견건설사들은 살려달라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은행 PF 대출 조기 상환 압박 왜?

건설업계는 은행의 대출금 상환 요구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더 심화됐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자본시장 경색이라는 한고비를 넘기면 사정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중견건설사 재무담당 임원은 “지난해 감독당국의 1금융권 PF 전수조사 이후 은행들의 업무 융통성이 사라졌다”며 “특히 올해 들어 원리원칙을 고수 하면서 ‘약정서대로 하자’는 식인데 금융 조건 변경을 해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회사채 발행 등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 차단된 한계기업들은 내부에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준공 사업장이 몰리면서 자금 소요가 증가한 일부 건설사들은 더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의 PF 여신 담당자들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2분기 이후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C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요구하는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은행이 정상으로 분류한 여신에 대해 부실 위험이 있으니 충당금을 더 쌓으라는 지적을 받기 일쑤”라며 “PF 대출 여신 축소와 관련해 압박 아닌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올해 충당금 관리에 비상이 걸리면서 감독당국의 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 적정성 심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 조짐도 금융권 대출금 회수를 거들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남양건설, 금광기업, 풍성주택 등의 중견건설사가 잇따라 쓰러지면서 은행들이 더욱 몸을 사리고 있다.

D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 PF 여신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주택공급 과잉으로 입주 리스크가 커지고, 건설사 연쇄부도 등이 현실화되면서 사후 관리에 치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 연착륙 유도해야

건설업계는 정부의 3차 건설업 구조조정이 이미 본격화 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가 마무리되는 6월 이후 구조조정의 강도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후 두차례에 걸쳐 건설업 구조조정이 단행됐지만 결과적으로 환부를 드러내는데 실패한 셈이다.

강도 높은 건설업 구조조정에 앞서 한계기업과 정상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강도 구조조정에 따른 정상기업 흑자도산 등의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감독당국이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그동안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온 정상기업마저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며 “건설업 연착륙을 위해서는 정부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미분양 해소 대책 등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의 시장 활성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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