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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IC·세종의 마지막 변론

황은재 기자공개 2010-06-01 09:05:27

이 기사는 2010년 06월 01일 09: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28일 서울지방법원 민사20부 566호. 아부다비 국영석유투자회사(IPIC)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이 추가 증인을 신청했다. 재판부가 사건의 논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프리젠테이션 기회를 달라는 요청도했다.

세종 측 변호사들의 얼굴에는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재판에서도 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역력했다.

승소를 자신했던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해 국제중재재판에서 현대중공업을 대리하고 있는 태평양에 패했다. IPIC는 국제중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IPIC에 판결을 이행하라고 소를 제기했다. 지난달 열린 변론은 재판부가 사전 통보한 마지막 변론이었다.

이날 변론에는 IPIC측이 신청한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서 사장은 "고도화 설비 도입을 위한 U-Project를 계획하면서 IPIC에 무배당을 요청했다"고 일관된 증언을 했다. 증인석에 앉기 전 서 사장은 U-project 관련 일지를 읽고 있었다.

그는 "배당은 배당대로 주고 금융회사에서 차입하는 것은 모럴해저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오일뱅크에 합류하기 전 해외 투자은행(IB) 근무 경력까지 밝히며 '재판부와 현대중공업 측이 금융권의 사정을 모르는 것 같으니 전문가로서 한 말씀 드리겠다'는 어조였다.

서 사장은 2억달러의 역치 배당금 존재에 대해서도 '중재 재판전까지 몰랐다', '그게 왜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며 태평양 변호사들의 질문이 불쾌하다는 듯 답했다.

변론 과정을 지켜보면서, 서 사장의 증언이 'IPIC가 의도적으로 배당을 회피했다'는 기존 결론을 뒤집기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서 사장은 IPIC가 임명한 최고경영자. 역치 배당금에 이르면 경영권이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가고, 서 사장은 CEO의 자리에서 내려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IPIC와의 교감이 가능한 위치였다. U-Project를 위한 현대오일뱅크 경영진의 무배당 요청도 IPIC의 제3자 매각 추진 사실로 설득력이 떨어졌다.

반격의 카드였던 서 사장 카드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세종은 다시 시간 벌기에 나섰다. 앞서 언급했던 추가 증인신청 등이 그것이다. 국제중재법원의 결정은 '강탈'에 가깝다는 IPIC의 입장도 전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의 심기를 건드릴 법한 발언이 나왔다.

'재판부가 이번 사건의 논점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리젠테이션이 필요하다', '회사법에 대한 전문가를 증인으로 채택해 설명을 들어야 한다' 등이 그것. 재판부가 이번 사건을 잘 모르고 있다는 취지로도 오해를 살 수 있는 언급이었다. 법 해석은 재판부 고유의 몫임을 간과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세종 측의 요청을 일축하고 심리를 종결했다. 최종 판결을 지켜봐야겠지만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의 승소를 예상하고 있다. IPIC와 세종은 어쩌면 재판에서도 지고 '과정'과 '전술'에서도 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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