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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 불신과 IB의 신용평가

이도현 기자공개 2010-05-31 08:00:22

이 기사는 2010년 05월 31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평가에 대한 불신이 이만저만 아니다. 밖에서는 금융위기 원흉으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을 지목하고 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불만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은 국내 신평사들이 내 놓는 등급을 신뢰하지 않는다. 회사채 민평금리와 유통금리 간 스프레드가 벌어진 지는 오래다. 근래에는 몇몇 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적절한 액션을 취하지 않아 불신의 싹을 키웠다.

불신의 원인은 다양한데 그 중 하나는 지난 몇 년간 지적돼 온 복수평가제다. 현재 복수평가제 상에서는 발행사가 회사채를 발행할 때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한신정평가 중 두 곳 이상의 신평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여기엔 신평사도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이라는 정체성 문제가 개입된다. 발행사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평가를 내리는 신평사에서 등급을 받기가 꺼려지고 신평사는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나쁜 등급을 내리기를 꺼린다.

이렇다 보니 3년 전부터 복수평가 폐지론이 나왔다. 발행사는 1곳에서만 평가를 받으면 돼 단순히 비용절감만 생각하지만 시장참여자들은 이를 등급 신뢰도 제고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본다.

증권사 IB(투자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사채 시장의 규모가 커지긴 했지만 여전히 과도기"라며 "복수평가제를 폐지하면 당장은 더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겠지만 결국에는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원동력으로 시장의 '자생력'을 꼽았다. 일정기간 동안은 발행사와 신평사 간의 유대관계가 더 밀접해져 등급 인플레이션이라는 폐단이 발생할 수 있다. IB 입장에서는 신평사 평가를 믿을 수 없어 자체 평가능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최근 몇몇 대형 IB들이 레이팅 어드바이저리(Rating Advisory)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리스크를 감안해야 하는 투자자들은 신평사 대신 IB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결국 평판으로 먹고 사는 신평사들 역시 독단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다만 여기에는 예상 외로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제조건이 붙어있다.

일각에서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식의 강등제를 도입하자는 흥미로운 제안을 하기도 한다. 아예 더 많은 신평사를 만들어 이들 간의 본격적인 경쟁을 유도하자는 것. 1부 리그에 있다가 제대로 못하면 2부 리그로 떨어뜨리고, 반대로 잘 하는 곳은 1부 리그로 승격시키자는 얘기다.

일단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 하에 당분간 복수평가제 폐지를 보류시킬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지난 몇 년간 폐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신평사 평가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신평사들은 너도나도 영업 파트에 시니어 애널리스트들을 대거 투입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신평사는 영업조직이 아닌 평가조직으로 살아 남아 있어야 존재의 의미가 있는데도 말이다.

시장은 문제점을 스스로 고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또 자주 주지 않는다. 대형 IB들은 이미 자체적인 신용평가 능력을 키우고 있다. 이러면 얼마 안 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신평사 무용론마저 나올 수 있다.

밖에서는 굴지의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국내 신평사들도 그 전에 긴장 좀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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