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소매예금 '무한경쟁' 온다 법인예금 축소·장기대출 기피·신용공급 위축·한도여신 금리조정 불가피
이 기사는 2010년 06월 04일 09: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젤Ⅲ는 은행의 사업 모델과 금융상품 프라이싱에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S&P)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의 자본 및 유동성 규제 개편안(이하 '바젤Ⅲ')는 은행업무의 근간을 뒤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바젤Ⅲ는 기본자본(Tier 1)의 핵심자본으로 보통주 자본을 도입하고, 과도한 신용팽창을 억제하기 위한 레버리지 비율 도입을 규정하고 있다. 자본확충 수단은 주식발행등으로 줄어드는 반면, 위험자산 익스포져는 크게 줄여야 하는 셈이다. 특히 유동성 규제 개편안은 금융채나 금융회사간 자금조달 대신 국공채 등 안전자산으로만 자산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자산부채의 만기구조를 장기로 전환하도록 했다. 결국 조달 비용이 종전보다 배가 되고, 은행의 영업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 자본확충 수단 감소…리스크 커버리지는 확대
바젤Ⅲ는 보통주를 규제자본의 핵심형태로 규정하면서 그 동안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았던 신종자본증권을 단계적으로 자본확충 수단에서 제외시킬 방침이다. 또 과거에는 기본자본의 100% 이내에서 보완자본을 인정했으나, 이 같은 자본확충 방법도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바젤Ⅱ에서는 기본자본의 100% 이내에서 보완자본을 인정했지만 (기본자본 중심으로 규제비율이 강화되면서) 없어질 것 같다"면서 "후순위채권을 많이 발행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결국 바젤Ⅲ하에서 규제자본 비율을 준수하려면 증자가 바람직하고,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은 제한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BCBS는 파생상품거래 등과 관련한 거래상대방 위험(counterparty risk)에 대한 자본요구량을 상향조정하고, 레버리지 비율(총 익스포져/자본)을 도입하면서 부외거래(Off-balance sheet) 자산에 대한 신용환산률(CCF·Credit Conversion Facto)을 100%로 적용하도록 했다.
당좌대출 미사용한도를 비롯해 신용장(L/C) 개설과 관련한 지급보증 등 부외거래 항목은 현재 0∼100%의 CCF를 적용받고 있다. 만약 이들 부외거래 항목에 대해 일률적으로 100%의 CCF가 적용되면,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규제를 피하기 위해 익스포져를 줄이거나 한도성 여신에 대해 금리를 현실화할 수 밖에 없다.
◇ 소매예금 늘리고 법인예금 줄여야..장기대출 기피
바젤Ⅲ의 자본규제 방안은 기본자본의 범위를 엄밀하게 하고 자본에 의한 손실확충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바젤Ⅱ의 연속선 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로 압축되는 유동성 규제안은 전혀 새로운 규제다.
LCR과 NSFR은 유동성 위험으로부터 은행의 장단기 생존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LCR은 위기 상황에서 은행이 30일간 순유출될 현금에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측정한다. NSFR은 만기 1년 이상 자산은 만기 1년이상 부채 또는 자본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원칙 하에, 해당 금융기관이 장기로 조달해야 할 최소한의 금액을 말한다.
LCR(고유동성 자산/(유출예상액-유입예상액))을 100% 이상 유지하려면, 고유동성자산을 확충하거나 현금유출액을 줄여야 한다. BCBS가 제시한 고유동성자산은 현금 및 국공채 등으로 제한되며, 금융채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동성 비율을 준수하려면 모기지담보증권(MBS)이나 산금채·중금채를 포함한 금융채를 처분하고 국공채 위주로 자산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LCR은 소매예금에 대해서는 7.5∼15%의 예금이탈율을 적용하는 반면, 비금융기업과 금융회사 및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에 대해서는 예금이탈율을 각각 75%, 100% 적용했다. 또 자산유동화증권, 만기도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특수목적회사(SPV)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도 30일이내 전액 유출되는 것으로 가정된다. 비금융기업에 제공된 유동성공여약정에 대해서는 미사용한도 전액에 상당하는 유동성자산을 보유하도록 했다.
금융회사나 공공기관의 기한부예금보다는 소매예금을 늘려야만 유동성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행간 자금대여(interbank lending)나 머니마켓 등도 의미가 퇴색된다. 동시에 과거 느슨하게 운용하던 크레딧라인(credit line)의 미사용한도금액을 줄이거나 금리를 현실화해야 한다. 결국 소매예금은 적극적으로 늘려야 하지만, 법인예금은 가급적 피해야 하는 셈이다.
시중은행 리스크관리 담당자는 "바젤Ⅲ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금융채 등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이미 소매예금을 통한 조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NSFR(순안정조달 인정액(ASF)/순안정조달 필요액(RSF))은 LCR의 보조지표로, 가계대출 등 소매여신에 대한 RSF 요구율이 상당히 높게 설정돼 있다. 특히 1년 이상 대출금에 대한 요구율이 100%여서 장기 대출이 많을 수록 불리하다.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이나 시설자금대출 등 장기대출이 많은 은행은 해당 대출금의 만기를 1년 미만으로 줄이거나, 대출채권을 회사채 등으로 바꿔야만 비율을 맞출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NSFR 100%를 맞추기 위해서는 1년 이상 소매예금을 확충하거나 장기 주택담보대출 등의 만기를 줄여야 한다"면서 "앞으로 은행들은 장기대출을 피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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