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의지' 의심스러운 SGA [인수후보]한컴 인수 표명 뒤 유증으로 90억 모아…BW 상환에 전액 투입
이 기사는 2010년 07월 05일 11: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장 먼저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인수의사를 표명한 곳은 보안 소프트웨어(SW)업체인 SGA다. 이 업체는 지난 2년간 센트리솔루션, 레드게이트, 비씨큐어, 스캐니글로벌, 에스지타이 등 5개의 보안SW업체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려왔다. 지난해에는 317억원의 매출을 기록, 국내 1위 보안SW업체인 안철수연구소의 턱 밑까지 추격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상황에서 SGA의 한컴 인수 표명은 관련 업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한컴 인수에 성공할 경우 규모면에서 안철수연구소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보안SW와 오피스SW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SGA는 지난 4월 29일 “신규사업 진출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와 SW 유통망 확보를 위해 한컴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한컴이 매각주관사를 선정하며 매각 작업에 착수하기 한달여 전이다. 당시 한컴 관계자는 “SGA와 별다른 접촉을 가진 일이 없다”며 “난데없이 공시를 통해 인수 의지를 피력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SGA는 5일이 지난 5월 4일 느닷없이 137억46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1주당 870원에 1580만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형태다. 기존 주식 수(2349만8740주)의 67.2%에 달하는 규모다.
이후 유상증자 규모는 모집가액이 570원으로 낮아지면서 90억600만원으로 줄었지만 일반 투자자들의 공모 열기는 폭발적이었다. 실권주 일반공모는 청약 경쟁률이 무려 269:1을 기록했다. SGA는 모집 주식수 전량에 대해 100% 청약을 완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보안SW업체가 이 같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한컴 인수 발표에 따른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GA가 한컴 인수의지를 표명한 것이 유상증자 성공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하지만 SGA는 유증으로 모은 90억600만원을 한컴 인수가 아닌 BW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52억원은 10월 만기가 도래하는 1회차 BW, 41억원은 12월 만기가 도래하는 2회차 BW에 투입한다. SGA 관계자는 “한컴 인수자금은 자체 보유자금에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월말 기준 SGA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9억원, 단기금융상품은 11억원으로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고작 30억원에 불과하다. 한컴 인수가는 6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SGA가 한컴을 인수할 경우 최소 570억원 이상을 FI로부터 조달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과도한 차입금을 동원해 한컴을 인수한 뒤 배탈이 나는 '승자의 저주'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GA는 이미 한컴 인수를 위해 LOI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M&A업계 관계자는 “SGA가 부국증권을 매수자문사로 선정한 만큼 한컴 인수전에는 참여할 것”이라며 “하지만 인수의지가 불명확한 만큼 최종 인수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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