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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벤처투자 ‘10년만의 봄' 조합 결성·투자재원 급증…회수시장 미성숙은 ‘과제’

이상균 기자공개 2010-08-25 07:35:10

이 기사는 2010년 08월 25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프로페셔널 정보서비스 thebell이 만든 국내 최초 자본시장 전문 매거진 thebell Insight 창간호(제1호), 1st half of 2010 에 실린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업계가 ‘10년만의 봄’을 준비하고 있다. 신규 펀드결성이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하고, 신규투자가 1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거 ‘벤처 광풍기’에 IT에 국한됐던 투자분야도 바이오, 신소재, 태양광 등으로 넓어졌다. 업계 지형도를 보면, 스틱인베스트먼트가 2위권과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벤처투자는 기본 취지가 벤처기업 육성에 있는 만큼 5~7년 장기투자가 필수적이다. 수익률 수백 %의 '대박'을 터트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10개중 3~4개만 건져도 양호한 수준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벤처캐피탈 업체들이 투자만 하면 대박을 터트리던 시절이 있었다. '20억원 투자로 3개월만에 600억원 회수, 내부수익률(IRR) 1000%'. 지금부터 10년전 이런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졌다.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벤처기업에 쏟아 부으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사람들은 '벤처'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투자했다. 벤처캐피탈도 한장짜리 투자제안서만 들고와도 제대로 된 심사도 없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씩 투자했다. 벤처기업은 코스닥시장에 상장(IPO)만 하면 주가가 치솟았고 벤처신화를 이룬 주역들은 '영웅'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점차 이성을 찾아가면서 거품은 급속도로 빠졌다. 여기저기서 ‘쪽박’을 찬 투자자들이 속출했고 벤처 영웅들은 어느새 '사기꾼'으로 역전돼 있었다. 벤처캐피탈도 엄청난 손실을 짊어졌다.

벤처 시장이 '정점'에서 내리막길로 접어든 지 10년. 2010년에 다시 2000년의 투자 열풍이 재현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벤처캐피탈과 투자자들도 더 이상의 거품은 원치 않는다는 것. '헛된 꿈' 뒤의 후유증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벤처 시장의 투자 의식도 상당히 성장한 셈이다.

2010년에는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기세다. 10년만에 신규 벤처투자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현재의 각종 지표상으로 보면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벤처기업 수와 투자재원은 지난해 이미 최대치를 경신했다.

'질'도 좋아지고 있다. ‘벤처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 벤처캐피탈은 147개사, 회사당 평균조합결성액은 160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현재 벤처캐피탈 숫자는 107개로 당시보다 40개 이상 줄었지만 평균 조합 결성액은 623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조합 결성 규모에 비해 신규 벤처투자가 활성화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중한 투자일 수도 있지만 국내 회수 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국내 회수 시장은 IPO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반면 M&A 비중은 너무 적다"며 "세컨더리 마켓의 규모가 더 커지고, 코스닥시장도 기업성장을 위한 본연의 역할에 좀 더 충실해야 벤처투자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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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신규투자 3462억원

벤처투자 광풍이 불던 2000년에는 신규 벤처투자 규모가 2조211억원에 달했다. 이후 열풍이 식으면서 벤처투자는 단 한번도 1조원 벽을 넘지 못했다. 2002년~2004년에는 6000억원대에 머물렀고, 지난해에는 8671억원을 기록했다.

더벨이 자산규모 상위 20여개 벤처캐피탈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신규 투자 금액은 총 3462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청이 밝힌 올해 1분기 벤처 신규 투자는 1678억원. 따라서 2분기에만 1784억원 이상 투자된 셈이다.

국내 벤처캐피탈의 숫자가 100개가 넘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제 투자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벤처투자가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조원 돌파는 무난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탄도 두둑하다. 지난해 벤처캐피탈의 조합계정(6조5591억원)과 고유계정(1조 4210억원)을 합친 투자재원은 7조9801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는 2000년의 7조6978억원이었다.

더벨 조사결과 올 상반기 조합자산 규모는 총 4조79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볼 때 2조4000억원 가량 차이가 나지만 무난히 작년 수치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재원의 증가는 내년 혹은 2012년 투자 확대로 이어진다.

신규 펀드결성 규모는 벌써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다. 올 상반기에만 약정 기준 1조 6530억원 규모의 펀드가 결성됐다. 2000년의 1조4341억원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다. 벤처캐피탈들이 “제안서 작성하다가 상반기를 다 보냈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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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분야, 바이오·신소재·태양광 등 다양

벤처투자가 10년 전과 달라진 것은 투자 대상의 다양화다. 과거 IT부문에 국한됐던 투자분야가 바이오, 신소재, 태양광 등으로 넓어졌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21개 기업에 투자했다. 이중 ‘션롱’은 중국계 태양광 기업이며 ‘대종화금’은 2차 전지 업체다. 이들 업체는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 관계자는 “정부의 신성장동력 육성 계획에 따라 투자금의 80% 이상을 이 분야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IT부문의 경우 과거 인터넷 인프라 구축과 소프트웨어에 집중됐던 투자가 LED, 반도체, 게임 등으로 세분화됐다. 기술발전이 빠른 IT 산업의 특성상 각광받는 분야도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LED와 반도체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협력업체가 대부분이었다.

SL인베스트먼트로부터 투자를 받은 ‘씨젠’은 LCD 커넥터업체이며, ‘사파이어테크놀로지’는 LED용 원재료 생산업체, ‘실리콘웍스’는 팹리스반도체 업체다.

엠벤처투자와 아주IB투자, 싱가포르의 버텍스벤처매니지먼트가 140억원을 투자한 TSTI테크는 LED도광판 업체다. 지난해 56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TSTI테크는 올해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에 LED 부품을 대규모로 공급하면서 매출이 20배 가까이 뛸 것이란 전망이다.

벤처캐피탈이 향후 3~5년을 내다보고 투자를 하는 것을 감안하면 LED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점쳐지는 부분이다. 국내 TV 시장도 결국 LED TV가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LED 시장은 부품 공급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부르는 게 값’이란 말마저 나오고 있다.

벤처캐피탈의 게임 투자는 국제화 양상마저 띄고 있다. 캡스톤파트너스가 운용 중인 캡스톤벤처펀드에는 중국의 1위 게임업체인 텐센트가 100억원을 출자했다. 400억원 규모인 이 펀드는 국내 7개 게임사에 184억원을 투자했다. 텐센트는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국내 게임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초기 투자를 결정했다. 이들 게임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텐센트가 현지 퍼블리싱(유통)을 맡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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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인베스트먼트, 11년만에 1위로 급부상

지난 10년간의 세월은 국내 벤처캐피탈 업계의 지형도마저 바꿔버렸다. 벤처캐피탈 협회의 추정치에 따르면 2000년 당시 국내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곳은 무한투자였다. 그 뒤를 한국기술투자와 KB창업투자(현 KB인베스트먼트)가 이었다.

하지만 더벨이 올해 6월말 기준 투자금액과 보유조합자산, 투자여력 등을 조사한 결과,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세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6년부터 선두로 치고나온 스틱은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스틱의 보유 조합자산 규모는 7439억원에 달했다. 7개의 조합을 보유한 스틱은 1개 조합당 평균 자산이 1062억원이다. 벤처펀드보다는 사모투자펀드(PEF)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러다보니 스틱은 각종 M&A 시장에서도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틱은 지난 4월 CJ인터넷, 방준혁 인디스앤그룹 회장과 함께 게임하이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서든어택의 해외진출 가능성과 게임하이의 차기작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게임하이는 넥슨으로 넘어가 스틱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1300억원대로 추정되는 이 정도 규모의 딜에 참여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은 스틱을 포함 3~4개 정도에 불과하다.

스틱의 급부상은 벤처캐피탈 업계에도 펀드 대형화의 필요성을 각인시키고 있다. 단순히 벤처업체에 투자해 IPO를 노리기보다는 중소 규모의 업체를 M&A해 몸집을 키우는 것이 투자수익률을 더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 PEF 수준의 벤처펀드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스틱의 급성장은 벤처캐피탈도 대형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줬다”며 “IPO에만 한정된 국내 회수 시장을 M&A 등으로 다양화시키기 위해서도 대형 펀드의 결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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