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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보트' 포기한 우리은행 지분거래 시점·매각 방식 등 석연찮은 의문점 많아

배장호 기자공개 2010-08-09 15:33:11

이 기사는 2010년 08월 09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C카드 단일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이 보유 지분의 3분의 2에 달하는 20%를 KT에 매각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분 20%를 KT로 매각키로 사실상 정해졌다"며 "오는 12일 열리는 우리은행 이사회에서 관련 의사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딜이 성사될 지 여부는 계약 체결 단계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경제 논리로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이 많아서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유력인사 배후설을 비롯해 정치적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어 딜 진행이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우리은행은 이미 BC카드 현 최대주주인 보고펀드와도 지분 매각을 위해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하는 단계까지 갔지만 딜이 무산된 선례를 가지고 있다.

◇ 민영화 앞둔 우리은행 왜 서둘러 매각할까

시장에서는 우리은행의 BC카드 지분 매각 방침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팔지 않고 버티던 우리은행이 민영화 작업이 막 진행되려는 시점에 왜 생각을 바꿨느냐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BC카드 지분과 같은 은행의 전략적 자산은 민영화(또는 인수합병)이 끝난 후 우리금융의 새 경영진이 결정하도록 보류하는게 순리에 맞다"며 "시기적으로 불필요한 의혹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공적자금위원회의 우리금융지주 매각 플랜에 BC카드 지분 매각이 포함돼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경남·광주은행 매각이 우리금융 민영화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BC카드 지분 매각은 우리은행이 독자로 진행하고 있다.

BC카드 지분 매각딜의 경우 우리은행은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의 자문을 배제한 데다,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원활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우리은행-KT간 이면계약?

우리은행이 BC카드 지분을 KT에 넘기려는 이유도 명쾌하지 않다. 그동안 우리은행을 포함한 BC카드 회원 은행들은 KT의 BC카드 지분 인수 움직임을 탐탁치 않아 했다.

KT가 보유한 막대한 통신 서비스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카드 발급사업을 펼칠 경우, 은행권 카드사들에게는 큰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BC카드 경영권까지 KT가 손에 쥘 경우 BC카드를 지불 결제망으로 사용하고 있는 회원 은행들이 KT에 휘둘릴 수 있다.

그랬던 은행들이 하나 둘 KT에 지분을 넘기려 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BC카드 지분 27.65%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서, BC카드 경영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은행이다.

BC카드의 독특한 사업구조와 지배구조를 생각하면 일부 이해가는 구석은 있다.

BC카드의 경우 주 사업이 회원은행들의 카드업무를 대행하는 일이다. 회원은행들의 존재 자체가 BC카드 사업의 존립 기반인 셈인데, 지분의 크기와는 별개로 BC카드에 대한 회원은행들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다.

설사 KT가 과반을 넘는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구조적으로 회원은행들을 배제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BC카드의 경우 정관상 집중투표제를 배제하지 않고 있어 소수 주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이사 선임을 관철시킬 수 있게 돼 있다.

BC카드 회원 은행들로서는 KT에 일부 지분을 넘기더라도 BC카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어 그다지 문제될 게 없다. KT가 비싼 값을 쳐서 BC카드 지분을 사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이 `왜 하필 KT를 선택했는지`는 여전히 명쾌하지 않다. 일각에서 우리은행이 지분매각을 대가로 KT에 별도의 이면계약을 했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묵묵 부답이다. 회원 은행들이 우려하던 사항들은 당사자가 KT인 경우보다 재무적 투자자에 불과한 보고펀드일 때 훨씬 덜하지만, 우리은행은 KT를 택했다.

◇ '캐스팅 보트' 포기한 우리은행...공개입찰 안거쳐도 되나

BC카드 지분 매각의 방식은 우리은행이 고민해오던 것 중 하나다. 우리은행은 국가(예금보험공사)가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금융지주의 핵심 자회사다.

현행법상 국가 보유 재산들은 임의로 매각할 수 없으며 공개경쟁 입찰방식을 통해 공정가격으로 처분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은행이 보유한 BC카드 지분도 국가가 우리은행을 통해 간접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이상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방식은 우리은행과 KT간 개별협상을 통한 수의계약 형태여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비상장 회사인 BC카드 지분을 우리은행이 팔면서 공개 경쟁입찰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지 의문"이라며 "만약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 조건이 여타 은행들의 그것보다 못할 경우엔 향후 책임 시비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가 아닌 우리은행의 자산이어서 공개매각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실리적으로도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 있다. 우리은행 보유 지분 27%는 BC카드 경영권 확보를 위해 경쟁 관계에 있는 KT와 보고펀드 양쪽 모두에 결정적인 지분이다. 누구든 우리은행 보유 지분만 확보하면 향후 BC카드 경영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우리은행이 BC카드 지분을 KT와 보고펀드 양쪽에 경쟁 입찰로 내놓는다면 어떨까. 현재 거론 중인 KT의 제시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지 모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룹이 매각 작업에 들어간 현 시점에 우리은행이 굳이 은행의 전략적 자산인 BC카드 지분을 팔려는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시장 일각에서는 KT가 시장 논리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BC카드 지분 인수에 집착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갖가지 의문점을 떠나 결과적으로 우리은행은 대다수의 지분을 KT에 넘기는 방안을 오는 12일 이사회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어서 스스로 '캐스팅 보트'를 포기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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