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0년 10월 12일 1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분기말이 가까워 오면 국내외 투자은행(IB)은 긴장하기 시작한다. 각 부문 실적에 따라 IB별 리그테이블 순위가 적나라하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해당 분기 성적은 차후 진행될 딜(Deal) 자문사로 선정되기 위한 중요한 척도로 이어지기에 실적 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
거래 건수 자체가 적은 인수합병(M&A)의 경우 각 자문사들이 실적을 반영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물론 일부 대형 증권사처럼 본계약 체결까지 성사시켰더라도 '만일'을 대비해 일부러 공개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딜 위험도 및 규모와 상관없이 일단 알리는데 주력한다.
그러다 보니 마땅히 제외시켜야 할 딜을 보내는 경우도 발생한다. 정식 맨데이트 계약을 맺지도 않았는데 생색만 내려고 한다. 받는 쪽 입장에서는 계약서를 확인하지 않은 이상 검증하기 어렵다. 이때는 다른 자문사와 해당 업체를 통한 교차 검수로써 거짓 여부를 가려야 한다.
이는 특히 트랙레코드가 거의 없는 중소형 증권사에서 종종 발생한다. 자체적으로 딜을 발굴하기 어려운 만큼 정식 자문사를 등에 업고 숟가락만 올리려 하는 케이스다. 바로 한화증권이 그랬다.
한화증권 측은 한화케미칼이 중국 태양광 업체 쏠라펀파워 홀딩스를 인수한 딜에서 UBS와 함께 공동 자문 역할을 했다고 알려 왔다. 인수 금액만 4300억원이 넘어 3분기 발표 거래 가운데 세번째로 컸던 딜이었다.
그동안 M&A자문 분야에서 드러낼 만한 실적을 보이지 못했던 한화증권이었지만 일단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앞서 푸르덴셜증권 인수 자문에서도 UBS와 공동 자문을 했던 이력도 일부 설득력을 더했다.
한화증권의 '거짓말'은 UBS가 보내온 자료에서 들통이 났다. 한화케미칼 인수 자문사로 한화증권을 함께 명기하지 않은 것이다. 한화케미칼 측 금융 자문사는 UBS 한 곳인 것으로 확인이 됐다.
UBS 관계자는 한화증권이 해당 딜과 관련해 수행한 업무는 리서치나 재무제표 분석 등에 그쳤다고 밝혔다. 한화증권 측은 일단 그 정도 역할로도 자문사로서 인정받을 줄 알았다는 입장이다.
한화증권 IB가 M&A 자문사 기준을 몰랐을 리는 없다. 해당 딜의 인수 주체가 계열사였던만큼 자문을 한 것처럼 제출해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속내가 작용한 듯 보인다. 정식 자문사가 아니었지만 일단 실적을 쌓기 위해 '무임승차'를 시도했던 셈이다.
한화증권은 지점영업을 총괄하던 임진규 본부장에게 지난해 2월부터 IB사업부를 맡겼지만 M&A분야에서 눈에 띌 만한 실적은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푸르덴셜증권 및 사이판 월드리조트 인수 자문 등을 맡긴 했지만 그나마도 계열사 딜이라는 점에서 순도는 떨어진다.
경영권이 오가는 수천억원 짜리 M&A 딜에 비싼 수수료까지 줘가며 함부로 자문 업무를 맡길 고객은 없을 것이다. 이번 한화증권이 맡은 역할을 설사 '자문사 실적'으로 반영한다 해도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기업은 많지 않다는 의미다. 설사 계열사라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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