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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갚은 것 이상 꿔달라"…LH,이례적 채권입찰 환매 금액 이상 재투자 조건…기관들 꽉찬 투자한도 감안한 자구책?

한희연 기자공개 2011-03-02 19:12:59

이 기사는 2011년 03월 02일 19: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오는 3일 채권 환매와 차환발행을 동시에 진행한다. 그간 발행된 채권에 대한 환매를 실시하는 공사는 종종 있었지만 환매와 동시에 발행을 실시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이례적인 동시입찰 배경에 대해 추측이 무성하다. 기존 채권을 환매해 은행 보험 등 기관들의 매입여력을 만들어주고 단기채를 장기채로 차환해 유동성리스크를 줄이는 자구책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 LH '환매·차환' 동시 입찰, 단기채 되사고 장기채 판다

LH는 오는 3일 오전 9시30분부터 30분간 39개 종목 채권에 대한 환매를 실시한 후, 11시부터 30분간 6개 종목 발행에 대한 입찰을 진행한다.

1차 환매의 경우 주로 잔존만기 1~1.5년 가량의 채권에 대해 실시한다. 해당하는 39개 종목의 채권의 규모는 5조7300억원이다. 입찰에는 LH 채권 전자입찰 등록기관만이 참여할 수 있다. 최저 입찰 수량은 100억원이며 그 이상의 경우 100억원의 정수배액으로 가능하다. 낙찰금리는 컨벤셔널 방식으로 정해진다. 응찰금리중 높은 제시금리부터 순차적으로 낙찰되는 방식이다.

2차 차환발행의 경우 만기 5~10년 채권이 그 대상이다. 다만 2차 차환발행은 1차 환매를 한 기관만이 입찰할 수 있다. 이번 입찰 공고문에 명시된 주의사항 때문이다.

이번 LH 채권 입찰 공고문에는 기존 공사채 입찰때에는 볼 수 없었던 주의사항이 있다. 1차 환매를 하고자 하는 기관은 환매 수량 이상으로 2차 차환발행에 응찰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LH 채권을 팔려면 그만큼 다른 만기의 채권을 사야한다는 얘기다.

환매 대상은 주로 1~1.5년의 단기채권이고, 차환발행 대상은 5~10년인 장기채권인 점으로 미뤄 보면 LH로서는 일종의 유동성리스크 관리 필요 때문에 이번 '환매&차환' 동시 입찰을 실시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LH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 원리금 상환 만기가 집중돼 있어 사전에 유동성리스크를 분산하려고 이번 입찰을 실시하게 됐다"며 "내년 2월 이내까지는 차환발행을 해야 하는데 미리 장기채로 대비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환매한 기관이 그만큼 장기 채권을 사가지 않을 경우 공사입장에서는 환매후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있을 수 있어 주의사항을 뒀다"며 "이번 입찰 자체가 유동성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 크기 때문에 일종의 강제성을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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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례적인 입찰형태, LH공사의 자구책?

이례적인 '환매&차환' 동시 입찰에 금융시장 참가자 사이에서는 뒷 배경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채권을 파는 기관에게 다시 사 가라는 조항까지 붙여가며 입찰을 진행하는 데는 LH만의 고충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LH 공사 채권에 대한 연기금, 보험사, 은행 등의 투자한도 문제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다. 키스채권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LH 채권은 총 11조3260억원이다. 이미 웬만한 투자기관들은 더이상 LH채권을 사고싶어도 투자한도가 꽉 차 투자를 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손실보전조항이 지난해 통과됐지만 아직 시행령은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투자기관이 마음대로 투자한도를 늘릴 수는 없는 상태.

결국 이번 입찰은 결국 만기가 돌아오는 부분을 좀더 긴 채권으로 교체하고 싶어하는 LH공사가 이같은 투자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낸 '자구책'의 성격이 강하다. 다만 아직까지 기관들의 LH 투자심리가 확실하게 살아났다고 보장하기 힘든 상황에서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제한요건'을 필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A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 관한 얘기는 한달 정도 전부터 얘기가 있었다"며 "1년 남짓한 LH채권을 갖고 있는 기관들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LH도 어느 정도 수요조사를 한 후 이같은 입찰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매금리도 프리미엄을 많이 주는 쪽으로 정해졌다고 알려졌다. 해당 프리미엄을 받는 대신 장기채를 사주기로 투자기관과 이미 어느정도 약속이 됐다는 것. 표면적으로는 전자입찰 시스템을 이용하지만 결국은 환매기관도, 투자기관도 이미 다 정해져 있는 상태로 진행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얘기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요즘 단기물 금리가 불안한 상황에서 프리미엄을 얹어 되사는 환매입찰에 일부 투자기관의 수요가 맞았던 것 같다"며 "평가액이 난 부분을 실현하고 장기채로 가져가려는 투자기관의 수요와 부채 만기를 늘려 유동성리스크를 줄이려는 LH의 수요가 낳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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