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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의 두 얼굴'…2004년8월의 기억 경기와 물가에 동시 리스크…금통위 균형은 유지될까

한희연 기자공개 2011-03-04 07:10:06

이 기사는 2011년 03월 04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일주일 앞두고 경제전망가들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당연히'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지만, 이제는 자신하기 어려워졌다. '유가' 때문이다.

유가는 두 얼굴을 가진 리스크다. 유가가 오르면 한편으로 인플레 심리를 자극할까 걱정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기의 발목을 잡을까 걱정이다. 고유가는 금리인상의 이유가 될 수도 있고 금리인하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고유가는 한국은행을 2004년 8월과 닮은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소비자물가가 4%대를 훌쩍 넘어 인플레가 걱정되던 그 때,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한국은행은 돌연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해 충격을 던졌다. 당시 유가는 한국은행의 예상치보다 두 배 이상 뛰어 있었다.

◇ 2004년8월 깜짝 금리인하, 배경은 고유가

2004년 8월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75%였던 정책금리를 3.5%로 깜짝 인하했다. 소비자물가는 그해 7월 4.4%, 8월 4.8% 올랐다. 근원소비자물가는 각각 3%선을 넘어섰다.

당시 박승 총재는 한달 전까지 금리를 인하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7월 국회에 업무현황을 보고하던 박총재는 "금리를 인하해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면 당장 1%포인트라도 금리를 내리겠다"면서도 "금리인하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부동산투기 바람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두달전에는 "콜금리 인하 가능성을 기자가 물어와 황당했다"는 말까지 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8월 금통위 당일 아침, 한국은행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박승 총재는 자신이 '황당하다'고 했던 금리인하를 금통위에서 통과시켰다.

명분은 고유가였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경제예측을 위해 세운 전제인 연평균 26달러를 심하게 벗어난 수치였다. 박총재는 "기름값이 약 50% 가량 오르는 효과로 경제성장률 1%포인트 손실이 불가피해졌고 소비자물가지수는 1.5%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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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1월, '물가안정'이 최우선 정책과제로

새해 벽두부터 정부는 물가상승에 강력히 대응했다. 공정위를 포함한 각 정부부처는 동시다발적인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한국은행도 이에 동참해 1월13일 두달만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김중수 총재는 기자간담회 내내 '물가안정'를 강조했다. 성명서에는 '통화안정기조가 확고히 유지될 수 있도록 운용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경기에서 물가로 정책의 중심이 바뀌었음을 확실히 표현한 셈이다.

1월 금통위에서 강명헌, 임승태 두 위원은 인상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수요측면의 인플레 압력을 다스리기 위해 금리인상에 표를 던진 이주열 부총재, 최도성 위원, 김대식 위원과 달리 두 위원은 정부의 미시적인 대책으로 인플레 압력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인상론자들의 주장은 더 강했다. 일부 위원은 "수요측 물가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행정력에 의한 물가안정정책 효과는 단기에 그친다"며 "물가안정이라는 한은의 중요한 책무를 정부에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위원은 "통화정책 정상화는 이미 그 타이밍을 놓쳤다"며 "실질 정책금리가 마이너스를 벗어나는 수준까지만이라도 금리 정상화를 추지해야 하는데 경기신호가 약화되는 시점이 가까워 오는 등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고 촉구했다.

◇ 2011년 3월 금통위, 2대2 균형 깨질까

소비자물가는 1월 4.1%에 이어 2월엔 4.5% 올랐다. 근원소비자물가도 3%대를 넘어섰다. 2004년 8월과 닮았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2일 기준 배럴당 115.96달러. 두바이유는 배럴당 109.04달러를 기록했다. 리비아 등 중동쪽의 불안으로 예상치 못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언제 수그러들지 알길이 없다. 2004년 8월과 닮았다.

경제지표는 아직 양호하다. 1월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 소매, 투자 등은 모두 상승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모든 지표가 증가, 전달보다 1.1%포인트 올랐다. 선행지수도 0.2%포인트 올랐다.

이미 한국은행의 목표범위를 넘은 물가와 양호한 경기를 생각하면 금리인상은 합리적인 예상이다. 시장의 컨센서스도 아직 인상쪽에 기울어 있다. 애초에 한국은행이 준비한 카드도 '3월엔 인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유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올해 연평균 원유도입단가를 배럴당 87달러로 전제했다. 현재 유가는 한은의 예상치를 크게 벗어났다. 이런 식으로 계속 올랐다가는 경제가 버틸 수 있을까 여기저기서 걱정이 늘고 있다. 유가의 또 다른 얼굴이 나타난 것이다. 한은도 조심스러워 할 것이다.

결국 3월 통화정책은 유가에 대한 해석에 달렸다. 한국은행이 최근의 고유가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면, 물가안정과 금리정상화가 더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면 인상카드는 유효하다.

금통위원들은 고유가 행진이 물가에 더 치명적이냐, 경기에 더 치명적이냐를 놓고 고민을 할 것이다. 물가를 지켜야 한다면 인상에 표를, 경기를 지켜야 한다면 동결에 표를 던질 것이다.

현재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한 4명의 금통위원은 비둘기파와 매파가 2대2의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7번의 금통위에서 최도성 위원은 5번, 김대식 위원은 4번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강명헌 위원은 7번 모두 동결을 주장(11월의 경우 동결 주장후 표결시 의견 수정)했고, 임승태 위원이 5번 동결을 주장했다.

최근의 유가급등에 어느 한쪽의 마음이 흔들렸다면 균형은 깨진다. 인상파로 분류되던 최도성, 김대식 두 위원중 한명이 유가급등을 경기에 대한 위험으로 재해석하고 동결파쪽에 선다면, 한국은행 집행부의 뜻에 관계없이 기준금리는 동결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동결파였던 강명헌,임승태 두 위원중 한명의 생각이 달라졌다면 3월 기준금리는 인상 외길이다.

균형이 유지된다고 전제하면 기준금리 결정은 한국은행 집행부의 뜻에 달려있다. 총재가 수고할 필요도 없이 부총재만으로 3대2의 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의 고유가는 인플레와 경기, 어느 쪽에 더 큰 리스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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