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03월 15일 08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는 복잡한(?) 금융기법이 이제는 대중들도 어림 짐작으로 알아 들을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됐다. 여기 저기 건설사들이 무너지고 저축은행들이 이 때문에 영업마저 못 한다 하니 개인들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량 사업장 위주로 대출과 함께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지만 PF는 당분간 금융회사와 건설사들에게 큰 상처로 남을 것 같다.
그런데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한 가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우려가 덜하다기보다 '우려스러운 일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가 맞는 표현이겠다. 규모는 크게 늘었으나 연체율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같은 부동산인데 왜 기업의 PF 대출과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개인 대출과 PF 대출의 행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반 개인에 대한 대출은 해당 부동산과 개인 신용이 분석된 이후 대부분 하나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이 일어난다. 한 아파트를 두고 여러 금융회사가 동시에 대출을 일으키는 PF 대출과 차이가 있다. 채무와 자산에 대한 정보가 일원화돼 있어 관리가 용이한 셈이다. 그리고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등으로 유동성 위험에 대한 안전 장치가 마련돼 있기도 하다.
반면 PF 대출은 형식적으로는 시행사에 대한 대출이나 실질적으로는 건설회사인 시공사에 대한 대출이다. 시행사는 대부분 해당 사업 하나에 매여 있지만 보증을 선 시공사는 그렇지 않다. 여러 군데 사업장을 두고 있어 하나의 사업이 망가지면 다른 사업도 연쇄적으로 망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내가 대출해준 사업장은 양호한데 다른 사업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부실이 전이, 괜찮았던 대출이 부실로 전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워크아웃 혹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들 대부분이 그랬다.
분양시장과 매매시장의 괴리 역시 PF 대출과 개인 주택담보대출이 다른 양상을 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건설사들이 공급과 호가를 주도하는 분양시장은 미분양과 미입주로 몸살을 앓고 있으나 매매 시장은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우성이 덜하다. 분양시장은 새로 공급되는 제품을 사는 시장이고 매매시장은 이미 거주하고 있는 것을 거래하는 시장이어서 수급에 덜 민감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손들이 매매 시장의 수급과 호가를 어느 정도 제어한 측면이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집단적인 뭉침이다.
매매시장에서의 보이지 않는 손은 부동산 카페와 부동산 중개소, 부동산 관련 연구소·협회 등에서 활동한다. 아파트 입주민끼리의 호가 부풀리기, 이를 조장하는 부동산 중개소 또 거시적으로 혹은 학술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단체들.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북돋워야 하는 운명의 존재들이다. 이 존재들이 현실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같이 보이지 않는 손들이 힘을 점차 잃을 수 있는 환경이 무르익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 감소와 집값 하락을 예상한 전세 대란 그리고 핵심인 금리 인상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속도의 문제지 방향성이 잡혔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보이지 않는 손들이 집단적인 움직임으로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을 막아내고 있다면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은 개별 가계를 각개 격파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팔지 말자, 혹은 어떻게든 비싸게 팔아야 한다'며 담합 가능했던 것이 이제 '나부터 살아야겠다'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손쉬운 아파트 사업 비중을 절반 이상 가져 가며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던 건설사들이 홍역을 치르는 것을 보고 있다.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에서 홍역을 치르는 기업과 아직은 사정이 나은 개인의 간극을 점차 좁히는 중요한 환경 변화다. 개인들도 최악의 상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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