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초기기업 투자, '창업 3년이내'만 하라고?

민경문 기자공개 2011-04-14 08:43:53

이 기사는 2011년 04월 14일 08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이 초기기업 투자를 꺼려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초기 단계일수록 투자 단가는 싸질 수 있지만 회수기간은 길어지게 된다. 당연히 빠른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유한책임투자자(LP)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수익성 내지는 향후 성장 전망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다. 당연히 상장을 코앞에 둔 Pre-IPO기업을 선호한다. 벤처캐피탈이 이름만큼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익성을 최우선시하는 국민연금이나 정책금융공사 등의 경우 초기 기업 투자는 외면한지 오래다. 국내에서는 그나마 모태펀드가 정책적인 차원에서 초기 기업 투자 펀드를 매년 조성하고 있다. 문제는 피투자대상인 초기 기업을 창업 3년 이내 회사로만 한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모태펀드로부터 해당 자금을 받은 벤처캐피탈들은 적어도 60%이상을 창업 3년 이내의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 엄격히 따지면 업력이 3년을 하루 넘긴 회사에 자금을 투입하면 초기 기업 투자가 아니란 얘기다.

초기 기업 투자는 말 그대로 잠재력은 가졌지만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해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얼리-스테이지(early-stage)기업을 지원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얼리-스테이지’냐 아니냐를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는 소위 ‘업력’이다. 바로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대다수 IT나 바이오 업체의 경우 설립 이후 기술 개발(R&D)에만 6~7년이 걸린다. 적어도 그 기간만큼은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박’을 위해서는 꾸준한 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사실 이들은 여전히 ‘초기기업’이나 다를 바 없다. 다만 벤처캐피탈 입장에서는 투자를 집행한다 해도 얼리-스테이지 투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단순히 창업 3년이 지났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최대 기대주로 꼽히는 사파이어테크의 경우 벤처투자는 창업 4~5년째부터 시작됐다”며 “회사가 설립 이후 약 7년간 거의 매출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초기투자나 다름 없었다”고 했다.

정반대의 사례도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계 국내 1위 업체인 티켓몬스터. 이제 창업한 지 갓 1년이 지났지만 올해 매출 목표는 무려 2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대박을 냈다. 분명 초기기업이지만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여타 부류와는 다르다.

돈을 싸들고 찾아오는 투자자들은 줄을 섰는데 오히려 회사 쪽에서 거절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초기기업이라고 하지만 투자 단가는 이미 비싸질 대로 비싸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SNS시장의 과도한 열기로 벌써부터 버블이 아니냐는 지적이 오갈 정도다.

재벌 기업으로부터 스핀오프(spin-off)를 통해 설립된 회사들 역시 초기 기업으로 보기에는 민망한 측면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오너 2~3세가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한다. 이들은 법인 등록 서류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계열사 납품을 통해서 수천억의 매출을 올린다.

‘땅짚고 헤엄치기’란 바로 이런 케이스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현실성은 떨어지겠지만 벤처캐피탈들이 이들 기업에 투자한다고 해도 초기기업 투자로 인정받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창업한 지 3년만 넘지 않았다면 말이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왜 굳이 3년 이하라는 업력만 가지고 초기기업 투자여부를 평가하는지 모르겠다"며 "행정 편의상 그렇게 정의내린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매출액이나 이익률 등도 초기기업을 가름하는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기기업 투자 비율이 적다고 하지만 우려만 늘어놓을 뿐 정작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자금이 투입되는지가 우려스럽다. 초기기업 투자에 인센티브를 주기에 앞서 제도적 측면에서 다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