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포스코를 넘어설까 [인수후보분석 - 롯데]대우인터 인수전 고배··인수의지·사기 모두 포스코에 뒤지지 않아
이 기사는 2011년 04월 25일 11: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총 마흔여섯 건의 검토, 열여섯 건의 성사. 롯데 그룹이 지난 한해 이뤄낸 기업 인수의 기록이다. 성사된 열여섯 건 중 대금 지불까지 완료된 아홉개 딜의 거래금액만해도 4조1000억원을 넘는다.
이 기록은 국내 M&A 역사상 전례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SK나 한화 등 과거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M&A로 급성장한 그룹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의 롯데처럼 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인 M&A에 나섰던 그룹은 없었다.
롯데는 올해도 작년과 같은 수준의 공격적 M&A를 계획하고 있다. 2018년까지 그룹 전체 매출 200조원을 달성, 아시아 톱10으로 성장한다는 내용의 `2018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지금 같은 속도의 M&A 성장 전략을 늦추기엔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2018 비전`에는 그룹 주축사업인 유통, 특히 마트 부문 성장 전략이 핵심 내용으로 들어있다.
주로 패션 유통 위주인 백화점 사업은 이미 국내에서는 경쟁자가 없을만큼 월등한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지만, 식품 유통 중심인 마트·슈퍼마켓 사업은 신세계, 테스코에 이어 세번째에 머물러 있다. 선두기업인 신세계와의 격차도 두배(2009년말 매출액 기준)나 차이가 난다.
이번 대한통운 인수전은 마트 사업을 그룹의 주력으로 키우려는 롯데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딜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내 1위의 물류회사를 차지할 기회도 기회지만, 무엇보다 대한통운이 보유한 전국 요지의 마트 부지들을 한번의 M&A 거래로 확보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마트 부지 확보에 고심해 온 롯데가 대한통운(금호터미널 포함) 보유 부동산에 공을 들인 지도 3년이 넘었다는 소문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지난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할 당시 롯데가 금호아시아나 인수단의 일원으로서 1000억원을 투자했던 것도 단순한 투자 차원이 아니었다는 것.
일각에서는 롯데가 대한통운 인수 당시 금호아시아나측에 1000억원을 투자하면서 터미널 부지 활용에 관한 이면 약정을 맺었을 것이란 추정까지 제기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 풋옵션 행사 문제로 재무적 곤경에 처했던 지난해 롯데가 금호터미널 부지 인수를 위해 금호측과 접촉했던 것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번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롯데의 인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롯데는 과연 승산있는 게임에 뛰어든걸까? 이번 인수전에서 롯데의 승산을 따지기 위해서는 포스코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포스코는 롯데와 함께 최근 몇년간 국내 M&A 시장을 주도해 온 기업이다. 포스코는 특히 지난해 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매물도 내놓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경쟁자는 바로 롯데였다.
대우인터내셔널 딜 당시 상황을 회상해보면 이번 대한통운 딜과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다. 무엇보다 대우인터내셔널 딜 초반부 유력 인수후보에 대한 시장의 예상은 포스코 쪽이었다. 이번 대한통운 딜 역시 마찬가지다.
입찰 과정이 본격화되면서 롯데의 존재감은 점점 부각된다. 시장은 롯데의 인수의향서(LOI) 제출에 놀라면서도 진정한 인수 의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한다.
본입찰에 임박하면 할수록 상황은 점점 안갯속으로 바뀐다. 시간이 지나면 꺾일 줄 알았던 롯데의 인수의지는 오히려 더 굳건해진다. 느긋하던 포스코도 다급해진다. 실제 본입찰 가격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다. 결과는 포스코의 승리였지만 롯데 역시 만만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포스코가 롯데를 과소 평가했었다면 대우인터내셔널은 아마도 롯데의 것이 됐을지도 모른다. 속내를 숨겨왔을 뿐이지 사실 롯데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준비를 위해 이미 1년여 전부터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
당시와 비교해보면 이번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롯데의 행보는 경쟁자들에게 더욱 위협적이다. 롯데는 초반부터 인수 의지를 공개적으로 과시했다. 본입찰에 앞서 치러진 예비입찰에서 롯데는 포스코, CJ보다 더 높은 주당 17만원대 가격을 써내기도 했다.
입찰 구조와 관련해도 롯데는 가장 공격적이다. 대한통운 자회사인 금호터미널과 금호리조트를 이번 입찰에 포함할지 말지에 대해 롯데는 포함해 줄 것을 희망하는 반면 포스코는 금호터미널만, CJ는 터미널·리조트 모두 제외할 것을 바라고 있다.
자회사를 분리 매각하면 인수측 자금 부담이 당연히 줄어겠지만, 롯데는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더 유리하다 판단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 후보들 내 딜 실무조직의 사기도 롯데 쪽이 좀 더 높아 보인다. 롯데 그룹 전체의 M&A를 진두 지휘하는 국제실의 황각규 실장(부사장)과 실무 임원인 이충익 이사가 최근 GS스퀘어 마트 인수를 마무리한 직후 사장과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
반면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성공에도 불구 오성철 그룹장 등 실무자들의 영전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CJ그룹의 경우엔 그룹의 M&A 담당 임원인 박경모 부사장이 이번 대한통운 인수전 중 인수 태스크포스 조직에서 빠졌다.
대한통운 딜 주변 한 관계자는 "롯데의 인수 의지가 상당히 강해 보인다"며 "대우인터내셔널 입찰 때도 만만찮았지만, 이번엔 포스코가 더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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