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본드 규제…롯데그룹, 어찌하오리까 일본계 은행에 규제까지 집중…그룹 성장계획 수정 우려도 나와
이 기사는 2011년 05월 24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김치본드에 대한 규제 방침을 밝힌 지 한달이 지났다. 국내 시장에서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하려던 기업들은 원화채 발행으로 선회하고 있다.
김치본드 발행이 뚝 끊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롯데그룹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국내 어떤 기업보다 가장 활발하게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해 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유독 외표채 발행에 빈번한 이유는 일본계 은행들과의 돈독한 관계 때문이다. 자금조달에 관한 한 국내 은행들보다 일본계 은행과 거래가 많고 공모 외표채를 발행하더라도 일본계 은행이 투자자의 기반이 돼 왔다.
관심의 핵심은 롯데그룹이 김치본드 규제에 대해 원화채권 발행으로 대응할지, 아니면 은행 차입으로 돌아설 지 여부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롯데그룹의 외표채 규모는 총 93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발행했던 외표채가 속속 만기도래하고 있어서 규모가 크다. 또 그룹 내 성장 계획에 따른 투자자금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
◇ 지난 10년, 롯데그룹이 압도적으로 외표채 발행 주도
국내 기업이 시중 은행을 통해 자금 조달하듯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일본계 은행과 관계를 이어왔다. 2008년 위기 당시 일본계 은행만큼 자금 여력이 있는 곳도 없었다.
롯데그룹은 사모든 외화 대출이든 일본계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그 결과 지난 10년 동안 롯데그룹이 발행했던 외표채 규모는 원화로 환산해 26조원에 이른다. 2위인 SK그룹이 6조원인데 그에 비해 4배 이상에 달한다.
롯데그룹 계열사는 대부분 외표채를 발행한 이력이 있다. 주요 투자자인 외국계 은행을 고정적인 투자자로 확보하고 있고 외표채 발행의 경우 신용등급 기준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연내 만기도래 규모 커…"투자자금 마련 계획은 상황 봐서 천천히"
당장 만기도래 외표채를 상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김치본드 발행을 규제한다면 보유 현금으로 갚거나 원화채를 발행하거나 은행 원화차입금으로 차환해야 한다.
원화채권을 발행할 경우 투자 수요는 충분할 전망이다. 다른 그룹에 비해 원화채 시장과 접촉이 잦지 않았지만 높은 신용도와 향후 발행가능 물량을 감안하면 기관투자가들이 오히려 반길 가능성이 높다. 지난 16일 만기도래한 롯데건설의 6000만달러 외표채의 경우, 원화채를 발행해 상환했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지난친 낙관론일지 모르지만, 롯데그룹 계열사 정도의 발행사들은 발행 금리만 시장 금리로 준다면 얼마든지 투자가들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확장에 따른 자금 조달 부담도 적지 않다. 롯데는 그룹의 신성장 계획에 따라 각 계열사들의 사업 계획이 있는 상황이다. 그에 따른 자금 조달 대부분은 발행 시장을 통해서 해왔다. 지난해 호남석유화학이 대표적인 예다.
롯데그룹 측은 만기도래 외표채 상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대답 뿐이었다. 다만 원화채를 발행해 상환하더라도 외환 파생상품을 통해 환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투자자금 조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근 대한통운 인수 등 그룹 계열사의 M&A에 관한 이슈가 주목을 끄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며 "인수가 확실해 질 경우 유보자금 등을 감안해 얼마가 필요한 지 보고 조달 계획을 세워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원화채 발행을 검토할 경우 가장 큰 걸림돌은 조달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왑비용을 감안해도 20~30bp 가량 더 낮게 발행하던 외표채의 이점을 포기해야 한다. 최근 3~5년동안 외표채 발행을 주도하던 신세계 KT 포스코 등 우량 기업들이 이미 원화채 발행으로 선회, 특별대우를 받기도 어려워졌다.
금융비용 증가가 부담스러울 경우 차입기간을 짧게 가져가며 은행권에서 차입을 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사 인수담당자는 "일반적으로 물량이 몰리는 때 입찰을 하면 금리가 오르는데, 우량 기업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상황이 원화채 금리가 바닥까지 떨어진다거나 증권사가 손해 보고 인수하지 않는 한 외표채 발행 금리만큼 낮추긴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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