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 加봤어? 가스공사 ‘메이플 스토리' '해외조달시장 개척자' 한국가스공사, 아시아 최초 발행 '쾌거'
[편집자주]
이 기사는 2011년 07월 26일 10: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스공사가 일을 냈다. 해외 IB들도 고개를 절래 흔든 캐나다의 메이플본드 발행에 아시아기업 최초로 성공했다. 로드쇼에서 ‘한국’이란 나라부터 설명해야 했던 상황이었지만, 주문을 역으로 배정하는 ‘대성황’을 이끌어냈다. 국내 외화자금시장 개척자로서 금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쾌거였다.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자금 조달이 전문은 아닙니다. 항상 주위 전문가들에게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 한국가스공사 김희태 재무처장
말은 겸손하게 하지만 한국가스공사는 해외 조달시장 개척자 중 하나다. 은행권에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제2금융권에 현대캐피탈이 있다면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단연 으뜸이다.
한국가스공사가 또 하나의 랜드마크 딜(deal)을 만들어 냈다. 국책은행에서 한두 번 도전장을 냈지만 결국은 계획을 접었던 캐나다 채권시장에 아시아기업으로는 처음 진출하는 대업을 이뤘다. 캐나다 채권시장은 그 동안 국내 여러 발행사가 문을 두드렸음에도 좀처럼 열리지 않았던 곳이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한국가스공사가 처음 메이플본드(캐나다 금융시장에서 캐나다달러(CAD) 표시로 발행되는 채권) 발행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만해도 시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는 보란 듯 캐나다 시장에 깃발을 꽂는 데 성공해 이들의 우려를 무색하게 했다.
'배우는 자세로 임한다는' 김 재무처장의 겸손한 발언과는 달리 한국가스공사는 국내 주요 발행사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 사실상 금융회사들과 국내 외화자금시장 개척 선봉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평이다.
◇ 해외 IB마저 선뜻 나서지 않았던 메이플본드 발행
한국가스공사는 2010년 캐나다 엔카다 프로젝트 지분을 매입하면서부터 캐나다 달러 조달 방법을 고민했다.
달러화, 원화 등 다른 지역에서 자금을 조달해 캐나다 달러화로 환전하는 방법, 캐나다 금융시장에서 직접 조달하는 메이플본드 발행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메이플본드 발행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캐나다 금융시장의 규모가 예상 외로 작아 발행 성공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해외투자은행(IB)들도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메이플본드 발행 주관사 선정도 쉽지 않았다. 달러 공모채권의 경우 너도 나도 뛰어들었을 주관사 경쟁이었지만 메이플본드는 달랐다. 몇몇 대형 IB들이 메이플 본드 주관사 자리를 고사하는 것을 보고 쉽지 않겠다고 간파했다.
하지만 캐나다 사업과의 연계성을 보면 명분도 살고 향 후 원활한 자원개발에 유리하다고 판단. 메이플 본드 발행을 우선적으로 검토했다.
해외투자은행 가운데 BofA 메릴린치, HSBC 그리고 캐나다계 은행인 노바스코샤은행(Bank of Nova Scotia)이 뜻을 같이해 메이플본드 시장으로 출격했다.
◇ 두 차례 로드쇼…'한국'이란 나라부터 설명
한국가스공사는 메이플 본드 발행을 위해 로드쇼를 두 번 가졌다. 발행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첫 로드쇼는 3월 이뤄졌다. 캐나다 몬트리올과 토론토, 그리고 미국 보스톤에서 캐나다 달러 투자자들을 만났다.
실제로 가보니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놀랐다고 한국가스공사 담당자는 설명했다.
김희태 재무처장은 "지난해 서울G20정상회의, 월드컵 등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사건들을 총 동원, 호기심과 관심을 유도하고 한국가스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설명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가스공사 국제금융팀 권순길 차장은 "아시아 사람을 처음 보았다는 투자자가 있을 정도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 기업에 대해 전무한 투자자의 인식도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첫 로드쇼에서는 공사 홍보 뿐 아니라 한국이란 국가에 대한 설명에 집중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가스공사가 내세운 강점은 ▲ 한국과 캐나다 간 자원개발 협력 ▲ 전세계 LNG 기업 중 규모 면에서 최대 ▲ 자원확보를 위한 국가의 전략적 지원 등이었다.
1차 로드쇼를 마치고 최종 진행여부를 놓고 논의한 결과 한국가스공사는 밀어붙이기로 결정했다.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기업에 대한 낮은 인식, 미국 등 다른 글로벌 금융시장에 비해 협소한 시장 규모, 보수적인 금융시스템 등이 여전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지만 로드쇼에서 승산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 투자자 모집 첫날, 저조한 북 빌딩에 긴장하기도
그리고 한달 이상을 준비한 끝에 5월 최종 발행을 위해 다시 캐나다로 출격했다. 5월 4일을 발행 예정일로 결정하고 투자자 모집(북 빌딩)에 나섰다. 한국가스공사의 목표 금액은 3억 캐나다 달러였다.
하지만 북 빌딩 초기 투자자 모집 속도가 느려 담당자들을 긴장케 했다. 발행 예정일 전날까지 목표 물량이 쌓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의사결정이 상당히 느린 캐나다 투자자들의 성향 때문이라고 했지만 당시 담당자들은 초조하게 발행을 기다렸다.
발행 직전 투자 주문이 몰려 비관적이던 청약이 오히려 발행 예정 금액을 훨씬 초과했다. "결국 나중에 주문을 역으로 배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라며 한국가스공사 담당자는 당시 즐거웠던 기억을 감추지 못했다.
아시아 기업이 처음으로 캐나다 달러화를 중장기로 조달한 사건은 캐나다 현지 금융시장에서도 깜짝 놀라는 사건이었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한국가스공사의 캐나다 메이플 본드 발행 기념식 때 관련 금융기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심지어 준비해 둔 샴페인이 모두 바닥이 나 한국가스공사 측뿐 아니라 캐나다 현지 뱅커들도 어리둥절했다고 김 처장은 전했다.
◇ 사무라이채권 5년물까지…일본 대지진에 울고 웃고
한국가스공사는 상반기 캐나다 자금시장에서 이룬 쾌거를 하반기에는 일본 자금시장으로 이어갔다. 7월 한국가스공사는 3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채권을 만기 5년으로 발행했다. 1년~3년 만기가 주를 이뤘던 한국물 발행에서 한국가스공사가 300억엔이라는 대규모의 물량을 전부 5년 만기로 조달한 것이다.
한국가스공사가 엔화 조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올해 3월이다. 일본 주요 투자자들을 만나 사무라이채권 발행을 타진하기 위해 한국가스공사 실무진들은 해외투자은행 UBS를 대동해 일본으로 향했다.
세계최대 채권 투자자인 일본 우정 사업청과 은행 등과 투자의견을 교환했다. 당초 한국가스공사는 공모채권 보다 소수 투자자들의 투자 의향을 묻고 사모로 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본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본 결과 한국물 투자에 적극적인 반응을 감지했고 목표 만기도 일반적으로 한국물이 발행하는 3년 이하가 아닌 5년으로 세웠다.
하지만 일본 넌딜 로드쇼 일정 마지막 날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아시아뿐 아니라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은 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일본 대지진 소식에 한국에서는 일본에 있는 실무진들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모든 통신 수단이 끊겨 연락이 닿지를 않았다. 김 처장은 지금도 당시 상황만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에 있었던 권 차장은 “다행히 로드쇼를 마무리하고 공항 가는 길에 지진이 났다”라며 “도로가 요동치고 건물이 흔들리는 것이 육안으로 확인될 만큼 높은 강도의 지진 경험은 처음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항에 도착해 약 3시간 정도 대기한 후에 겨우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라고 했다.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 폭발로 일본 회사채 시장은 완전히 닫혔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김 처장은 설명했다. 김 처장은 “일본에 지진이 나면서 복구를 위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원전 때문에 복구가 지연됐다”라며 “이러면서 일본 내 유동성이 상당히 좋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일본 대지진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김 처장은 그 동안 비달러 시장에 주목했다면 남은 기간에는 달러 현지에서 중장기 차입을 노릴 것이라고 올해 하반기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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