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군인공제회, 부동산PF 손실 큰 이유 시공사 보증 안받고 자체 보증 '이례적'
이 기사는 2011년 07월 19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계에서 군인공제회의 투자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부분의 금융권과 마찬가지로 투자 손실이 나고 있지만 손실을 만회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손실 폭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PF 시장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대주(貸主)는 건설사인 시공사 신용에 기대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흔히 말하는 시공사의 지급보증이나 채무 인수 등의 신용공여를 믿고 사업에 자금을 댄다. 최악의 경우 사후 구상권을 통해 시공사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인공제회는 시공사의 신용보강보다는 자체 보증을 제공한 사업장이 많았다. 우량한 대형 건설사 사업에서도 시공사의 신용에 기대지 않고 자체 보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국내 PF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것으로 최근 부실 급증의 결정적인 이유로 분석된다.
"부실 눈덩이..9개 사업장 충당금 100% 적립"
정의화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자료를 내고 "군인공제회의 부동산개발사업 78.5%가 부실이며 미회수금만 2조4375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진행중인 28개 사업장중 9곳을 '회수 불가능한 곳'으로 분류했다. 이로 인해 대손 충당금 설정 누계액이 2010년 5241억원으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1245억원에서 2008년 2134억원, 2009년 2561억원이었다.
충당금 100%를 쌓은 9개 사업장은 △경기 광주 오포 △군포 당동 주상복합 △충북음성/창원 중앙 △부산 부암동 △부산 전포동 주상복합 △속초 조양동 △종로구 청진동 도심재개발사업 △부산 대연동 △천안 우리그린비아파트 등이다.
이에 대해 군인공제회는 부산 대연동과 천안 우리그린비아파트 사업은 회수 불가능으로 분류, 총 137억원의 충당금을 쌓고 사업을 종료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하지만 종로 청진 도심재개발 사업에서는 투자금 1350억원과 이자를 포함해 1835억원을 회수했다고 해명했다. 또 부산 부암동(투자금 632억원) 사업에서는 토지 매각을 포함해 484억원을, 부산 전포동(60억원 투자)에서는 57억원을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9곳중 4개 사업장은 사업이 진행중으로 향후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사업장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광주 오포와 군포 당동 주상복합, 속초 조양동, 충북 음성/창원 중앙(같은 시공사) 사업장이다.
충당금 적립 기준으로 사업장을 분석한 정의화 의원의 자료와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으나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때문에 군인공제회는 향후 부동산 PF 사업을 축소할 방침이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건설·부동산 PF사업을 축소하고 금융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여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자산 회수장치 '엉성'‥자체 PF보증→구상권 불가
부동산 침체를 군인공제회만 빗겨나갈 수는 없다. 하지만 유독 군인공제회의 손실이 큰 것에 대해 정의화 의원은 '사업성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정의원에 따르면 1000억원 넘는 부동산 사업에 투자를 하면서 투자분석을 위한 외부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하거나 검토를 거친 경우가 2008년 카자흐스탄 물류사업 1건 뿐이다. 내부 의사결정을 위한 투자심의위원회는 2008년에 도입됐다.
투자 분석 시스템 부재와 더불어 손실 확대의 결정적인 이유는 PF 구조에 있었다. 바로 PF 신용공여를 누가 했느냐의 문제로 부실 발생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정 장치가 없었던 것이 손실 확대의 가장 큰 이유였던 것이다. PF가 부실이 나면 건설사가 돈을 대신 갚아주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국내 PF 업계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PF가 시공사 지급보증을 기반으로 일어나는데 군인공제회의 경우 다수 PF에서 시공사 지급보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100% 충당금을 쌓았던 9개 사업장중 시공사 지급보증이 있었던 곳은 충북음성/창원 중앙, 부산 부암동, 부산 전포동, 속초 조양동, 종로 청진 사업 5곳이었다. 나머지 4곳은 시공사 지급보증 없이 군인공제회가 모든 책임을 졌다. 시공사 지급보증이 있던 사업장도 해당 시공사의 워크아웃으로 채무 유예가 이뤄졌다.
중견 건설사 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와 사업을 진행할 때도 군인공제회는 자기 보증으로 PF를 일으킨 경우가 있다. 지난해 11월 용인시 남사동 아파트 사업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발행했을 때 군인공제가 신용공여 약정을 했다. 시공사는 대림산업으로 같은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수위권 건설사다. SK건설 역시 경기 화성 반월동 아파트 공사를 위해 올초 300억원의 ABCP 발행할 때군인공제회가 신용공여를 해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PF에서 시공사가 보증하지 않고 대주가 보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시공사 보증을 안 받고 PF 사업을 하는 군인공제회는 다소 무모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제회와 사업을 하면 건설사들이 보증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아 상당히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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