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클 “한국의 '징가' 목표 팔라딘과 합병" 정희철 대표 인터뷰…“상단 역할 담당해 해외진출 이끌 것”
이 기사는 2011년 08월 04일 11: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모바일 게임사의 움직임은 국내 모바일 게임사에게 숙제를 던져준다.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 △SNS와 연계한 게임 플랫폼 확보 △글로벌 수준의 법체계 정비 등이 그것이다.
모비클과 팔라딘의 합병에 의미부여가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매출 100억원 이하의 스마트폰 게임사가 난립했던 업계에서 최초로 동등한 합병이 이뤄졌다. 경영권에 대한 집착이 강한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100억원 이상이란 거액이 투자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딜이 향후 게임업계의 대대적인 재편을 이끄는 촉매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22일 모비클 정희철 대표는 기자와 만나 합병 배경과 과정, 그리고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정 대표는 합병법인의 경영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인터뷰는 모비클 본사가 위치한 서울 서교동 서광빌딩에서 진행했다. 여느 벤처기업과 마찬가지로 비좁고 열악한 사무실이었지만 정 대표의 열의와 자신감은 상당했다.
우선 합병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정 대표는 “모비클의 뜻이 ‘모두가 비즈니스로 클 놈’이다. 이번 합병은 회사를 성장시켜 주식시장에 상장(IPO)시키기 위한 장기적인 목표 아래 추진했다. 팔라딘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회사 성장을 위해서는 내부 스튜디오와 소사장제도 도입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의문이 생긴다. 왜 하필 스카이레이크가 모비클과 팔라딘을 투자 대상으로 선택했는지. 스카이레이크 관계자는 “모비클과 팔라딘은 부채가 없고 매년 10개 이상의 신작 게임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수 있는 개발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실사 결과 약간의 부채가 있긴 했지만 현금을 감안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며 “모비클이 3D 네트워크, FPS, RPG 등 온라인 게임을 개발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게임은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스마트폰 게임과 비슷하다.
여기에 모비클은 자체 게임엔진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웹진에서 이 회사가 개발한 ‘큐브릭스 3D’를 아이폰 100대 게임으로 꼽았다. 팔라딘의 경우 캐주얼 게임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양사 간에 게임 포트폴리오가 균형을 이루는 구조다.
이번 딜에는 국내와 해외의 대형 게임사와 포털 등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스카이레이크는 첫 테이프를 끊은 셈이다. 추가 투자 유치를 위해 현재 다수의 업체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국내와 일본, 중국의 게임사 및 포털사와 투자 유치 협상을 하고 있다”며 “이들은 투자를 통해 자사의 게임 포트폴리오에 우리의 게임 컨텐츠를 보강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1위 게임사 텐센트나 일본의 모바일 게임사 DeNA의 경우 게임개발사에 지분 투자를 한 후 이 게임을 자국에 퍼블리싱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양질의 컨텐츠는 자사 게임포털 사이트의 트래픽을 올려주고 매출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인수하는 것보다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해외 투자 유치는 비좁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정 대표는 “과거 피처폰 시절에는 기종이 워낙 다양해 모바일 게임을 기종별로 최적화시키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인력, 자금을 투입해야 했다”며 “하지만 기종이 적은 스마트폰이 전세계적으로 보급되면서 이 같은 어려움이 해소돼 해외진출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인터뷰 내내 향후 합병법인이 ‘상단’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성 상단처럼 여러 개발사들을 거느리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합병법인은 게임 퍼블리싱과 마케팅, 경영 관리 등을 맡게 된다. 해외 게임사가 국내 게임개발사에 투자를 검토할 때 가교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 세계적 게임회사인 EA를 롤 모델로 삼았다.
정 대표에게 합병 이후의 계획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역량 있는 게임개발사와 스튜디오를 인수하거나 투자해 외연을 넓힐 것”이라며 “특히 스마트폰 게임 개발력이 탁월한 회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목표 매출은 100억원, 영업이익은 20~30억원으로 잡았다”며 “장기적으로는 매출 규모를 200억원까지 끌어올려 3년 뒤 IPO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최근 모바일 게임업계의 가장 큰 화제는 미국의 징가다. 소셜네트워크게임(SNG)을 앞세워 업계 최초로 IPO에 도전하고 있다. 주관사로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를 선정해 10억 달러(약 1조 670억원) 규모의 신주 발행을 준비 중이다. 기업가치는 200억 달러(약 21조34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 대표는 “징가 덕분에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인식전환이 많이 이뤄졌다”며 “징가처럼 한국에도 글로벌 모바일 게임사가 하나쯤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력
연세대 화학공학과 졸업
연세대학원 화학공학과 졸업
◇경력
LG정유(현재 GS칼텍스) 기획·수출·재무 담당
얄개네트워크 모바일 담당
모비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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