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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채권 투자, 고금리로 포장한 환투기? 원-헤알 상관계수 높아도 환 손실 가능성 열려 있어

박홍경 기자공개 2011-08-02 12:58:00

이 기사는 2011년 08월 02일 12: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바채권의 매력에 빠진 대표적인 투자자는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들이다. 최근 일본의 금융업체들을 방문하고 온 증권사 관계자들은 "어디를 가나 브라질 상품 일색이었다"고 전했다. FX마진의 주요 투자세력인 와타나베 부인들이 삼바채권에 매료된 것은 일본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고금리에다 환차익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신탁과 중개, 펀드 등 다양한 상품으로 1조원 이상이 브라질 채권에 투자됐다. 헤알화가 강세인데다 국채가 두자릿대의 금리를 준다니 투자 매력이 더해졌다.

그러나 해외 채권에 투자하면서 환차익을 함께 노리는 것은 '위험한 게임'이라는 건 투자세계의 오래된 상식이다. 환율의 방향이 예상과 다를 경우 이자수익을 다 날리고 원금손실까지도 볼 수 있다. 안정 지향적인 '금리'투자와 투기적인 '환투자'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고금리가 환율강세를 부르는 악순환

브라질 경제는 정부에서도 과열을 걱정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 올라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7.5%로 3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자원개발로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와 외환보유액이 2월말 현재 3075억달러로 세계 6위다.

여기에 "좌파 정권이 돈을 주고 서민들의 표를 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가 소비를 촉진하는 정책을 쓰면서 금융위기 직후의 마이너스 성장을 딛고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물가와 환율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니 헤알화를 사려는 외국 자본이 더 밀려들고, 헤알화 강세를 막기 위해 외화유입을 막자니 수입물가가 오른다.

브라질의 국립지리통계원에 따르면 올 6월까지 물가상승률은 6.71%로 중앙은행의 인플레 목표인 6.5%를 상회했다. 정부는 인플레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해 지난해 4월 이후 정책금리를 거듭 인상하고 있다. 정책금리는 작년 3월 8.75%에 머물렀으나 지난달까지 여덟차례 인상해 12.50%까지 인상됐다.

외국 자본이 고금리 통화인 헤알에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 정부가 이를 제한하기 위해 토빈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국내 증권사 리테일 채권팀 관계자는 "브라질 정부가 헤알화 강세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 수입물가가 상승하는 반작용이 나타난다"면서 "브라질에서는 기업보다 개인의 파산 위험이 높기 때문에 고금리와 환율 강세의 악순환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가계 대출의 부실이 위험하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중남미 신용평가사인 엑스페리언 라틴 아메리카의 리카르도 루레이로 CE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브라질 가계대출을 '안개 속을 비행하는 비행기'에 비유하면서 디폴트 가능성을 언급했다. 브라질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2000년대 초반에 5% 수준이었으나 2010년에는 10%를 넘어섰다.

브라질 가계부채 연체율 추이

◇정책 변화와 환 위험도 주시해야

일각에서는 달러/원과 달러/헤알의 상관관계가 0.9 이상이라며 브라질 채권 투자의 환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원화 환율과 헤알화 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환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꼭 그렇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금융위기 이후 환율 추이를 보면 헤알화의 변동폭이 원화보다 더 컸다. 2007년에 헤알화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라면 2008년에 손실을 피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지금까지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이 앞으로도 두 통화가 같이 움직인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가령 브라질 경제가 경착륙해 헤알화가 급격히 절하될 경우 원화 역시 동반 가치하락할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브라질 채권 가운데 10년물도 포함돼있음을 감안하면 만기 이전의 환 변동을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시중은행 국제금융 담당자는 "해외 채권에 많이 투자해 본 경험이 있는 금융회사나 기관투자가는 거의 예외없이 환헤지를 한다"며 "환헤지를 하지 않고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환투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책 변화도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브라질 사이에는 이중과세방지협정이 맺어져 있어 신탁과 중개를 통해 브라질 채권에 투자할 경우 세금이 면제된다. 그러나 양국 가운데 한 곳이라도 매년 상반기 중으로 비과세 협약의 중지를 통보할 경우 이듬해 1월 1일부터 세금이 붙는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상품을 판매할때 투자자들에게 비과세 협약이 폐지될 수 있는 리스크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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