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09월 22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증권이 던진 승부수 때문에 시장이 떠들썩하다. 이달 초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1조124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1조1242억원'은 기존 대우증권 총 자기자본(6월말 기준 2조6930억원)의 41%에 해당하는 규모로, 웬만한 국내 중견 증권사의 자본금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대우증권의 대규모 증자 결정에 시장은 득(得)보다는 실(失)이 많은 선택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 대우증권 주가는 급락을 거듭했고, 목표 주가를 낮추는 리서치센터 리포트가 쏟아졌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자본을 급작스럽게 늘리면서 자본 효율성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우증권의 입장은 단호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IB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이번 증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번 자본금 확충을 계기로 국내 선도 증권사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히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대우증권의 과감한 승부수는 이달 30일,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른다. 이 날은 우리사주조합원을 대상으로 배정 물량 청약을 받는 날이다.
증자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우리사주 배정 규모 역시 2248억원에 달한다.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원 수가 3000명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1인당 평균 배정 규모가 거의 7500만원에 달한다.
대규모 지분을 배정받게 되면서 우리사주조합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배정 규모도 부담스럽지만 무엇보다 차익 실현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한 직원들이 많다는 후문이다. 강제성이 없다고 하지만 주주 배정 청약 등 향후 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만약 우리사주조합 청약 결과 실권주가 대량으로 발생할 경우, 대우증권 증자를 바라보는 시장 평가는 더욱 냉랭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직원들조차 회사의 성장성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부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증자 부담을 전적으로 일반 주주들에게 떠넘긴다는 비난도 우려된다.
대우증권 증자를 산업은행을 위한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시장 관계자들이 많다. 산업은행의 경우, 유증 실권주 인수 시 39.09%에 불과한 지분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을 제외한 주주 및 투자자들은 여전히 이번 대규모 증자의 당위성과 효과에 대해 확신을 얻지 못하고 있다.
많은 외부 변수가 있지만 결국 이번 청약 절차는 소속 조직원들이 회사의 비전을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직원들과도 비전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대우증권이 어떻게 외부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이번 대우증권 유상증자에서 우리사주조합 청약 결과가 갖는 상징성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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