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 공매도 허용…시장 영향은? 한국형 헤지펀드 순항위해 필수불가결...소극적 방법으로 파장 최소화
이 기사는 2011년 09월 27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금융주 공매도를 3년만에 다시 허용하려는 것은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위기의 근원지였던 주요 선진국들도 공매도 제한 조치가 풀린 상황인데다, 헤지펀드 도입으로 금융시장 선진화를 추진하려는 정부의 의지에도 배치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투자자들이 하락장이 예상될 경우 활용하는 투자기법으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매도주문을 낸 후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그에 상승하는 시세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하지만 주가 하락기에는 공매도 물량이 집중돼 폭락장의 근원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실제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주요 국가들은 동시다발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놨다.
한국 역시 2008년 10월부터 금융주를 포함한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했다. 이후 주식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2009년 6월 비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제한은 풀렸다.
하지만 유독 금융주에 대해서 만큼은 엄격한 제한을 가해 금융주 공매도는 무기한 금지됐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주요국은 금융주를 포함한 공매도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었다.
문제의 근원지였던 미국은 한 달도 안돼 모든 주식에 대한 제한 조치를 해제했고 영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들도 지난 2009년 규제를 풀었다.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로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 주요 4개국이 공매도를 규제했지만 기한을 명시한 한시적 조치다.
해외 사례만 놓고 보면 국내 금융주의 기한없는 공매도 제한 조치는 지속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더욱이 국내 헤지펀드가 제도권에서 시작하는 만큼 한국형 헤지펀드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공매도 제한을 풀 이유는 더욱 명확해진다. 공매도는 이벤트 드리븐, CB차익거래, 롱숏 등 헤지펀드의 필수 전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법이다.
문제는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시점과 방법이다. 최근 유럽 주요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국내 대형 금융주 주가 하락폭이 커지고 있어 금융주 공매도 허용이 시장의 주목을 받지 않는 방법을 택해야 했다.
금융위는 지난 8월 10일 시장 안정을 위해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전체 상장종목에 대해 한시적(8.10~11.9)으로 공매도 금지조치를 시행했다. 한시적 공매도 제한 조치는 모든 종목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즉 금융주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공매도 제한이 해제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적극적 조치없이 자동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한 셈이다.
금융당국의 공매도 제한 조치나 허용 조치가 오히려 변동성을 키우는 경향 때문에 이같은 소극적 조치는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현상황에서 적절한 '노림수'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재허용된다해도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국내 공매도 물량은 선진국에 비해 많지 않고, 공매도 제한의 효과도 일시적인만큼 공매도 허용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공매도 비중이 30%에 달하지만 한국증시의 공매도 규모는 전체 시장의 5%이내"라며 "공매도 제약은 오히려 상향의 주가거품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는 매도를 제한할 뿐 매수를 유발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며 "공매도 금지는 시장 거래량을 줄여 오히려 리스크에 따른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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