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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유치=자금난?' 눈치보는 벤처기업들

권일운 기자공개 2011-10-28 10:02:52

이 기사는 2011년 10월 28일 10: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W사는 벤처캐피탈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IR)에 참석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신사업 진출을 위해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겠다는 내용의 프리젠테이션을 한 게 화근이 됐다.

W사는 오토바이용 전자부품을 주로 생산하는 업체다. 그간 내연기관 오토바이 업체와의 거래에 주력했지만 신규 고객사의 의뢰로 전기 오토바이 충전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제품 출시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충전기 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IR 다음날 W사의 전화기엔 불이 났다. W사의 거래선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거래처 직원이 "돈 구하러 다닐 정도로 회사 형편이 어렵냐"고 묻는 통에 W사 재무 담당자는 진땀을 뺐다. 납기와 품질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엄포를 들은 것은 물론이다.

벤처투자를 유치하려는 기업들은 대부분 회사를 '드라마틱'하게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거래처로 확보하고 있는 업체도 상당수다. 안정적인 매출액과 일정 수준의 이익을 보장받는 곳들이다.

하지만 단조로운 수익 구조가 언제 위기를 불러올지 모른다고 생각해 거래선을 다변화하고 신규 사업에 진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 시점에서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가속도를 붙이는 방안도 검토하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은 매력적이다. 한 곳에 '올인'하기보다 작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한 상태에서 신규 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의 리스크가 적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고위험을 감수하며 고수익을 추구하는 벤처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벤처캐피탈이 투자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기업에 얼마나 많은 물량을 납품하는지를 눈여겨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W사와 같은 벤처기업이 벤처캐피탈을 대상으로 IR에 나서는 데 대해 '갑'들의 시선은 우호적이지 않다. 이들은 협력업체에 안정적인 먹거리를 보장해 주고 있는데 왜 신규 자금 조달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이 협력업체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벤처기업이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새로운 매출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딴 주머니'차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는 실정이다. 결국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갑'의 심기를 건드리느니 "이대로"를 외치고 만다.

갑과의 협력으로 성장해 갑과 동등하게 경쟁하는 벤처기업이 나타나기란 어려운 걸까. 벤처투자를 유치하는 일조차 눈칫밥을 먹으며 진행해야 하는 벤처기업들이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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