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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희생양'이 필요하다 [thebell desk]

이승우 자산관리부 부장공개 2020-08-14 07:38:54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3일 07: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렇게 깊고 길게 그리고 복잡하게 번질지 몰랐다. 얼마나 더 시달릴지, 더 남아있을지, 또 엮인 이해관계자들의 범위가 어디까지일지 가늠조차 안된다. 사모펀드 이야기다.

판매사들은 여전히 조마조마하다. 전수조사를 하면서 뒷수습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또 터져 나올까 불안하다. 이미 사고가 난 펀드 수습에만 조직 전력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고 있다.

감독당국은 손실난 펀드에 대해 판매사와 고객간 타협점을 찾아주는 데에 포커스를 맞춰왔다. 투자자 불만을 누그러뜨리면서 '당국 책임론'에서는 일단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명쾌하고 빠른 방법으로 택한 것이 손실 펀드에 대한 판매사의 가지급금 유도다.

그런데 봉합이 잘 안된다. 확정되지도 않은 손실에 대한 보상을 하게 될 경우 판매사 책임자들의 배임 이슈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사모펀드와 정치권의 연루설이 터져 나오자 감독당국도 난처하다.

그래서인지 당국의 태도가 최근 강경모드로 바뀌었다. '불완전판매' 이슈에서 한발 더 나아가 판매사를 '내부통제 미흡'이라는 프레임으로 압박하고 있다. 타깃을 특정 인물로 확실히 정해 국면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금융회사 감사와 리스크관리 담당, 대표이사가 그 타깃이다.

이는 결국 대표이사 거취 문제로 귀결된다. 수순으로 볼 수도 있지만 기존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징계 수위가 강해진 것이다. 몇몇 증권사에는 당국의 이런 의중이 이미 전달됐다.

여론 무마가 잘 안되는 상황에서 너무 센 강도의 압박이 들어오니 업계에서는 감독당국의 '전략적' 태세전환으로 보고 있다. 감독당국이 '확실한 희생양을 찾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관점을 조금 바꿔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감독당국의 너무 강한 제재가 우리나라 증권산업을 10년 정도 후퇴시킬 수도 있다고.

이미 물러난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에 이어 옵티머스 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도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들은 근래 보기드문 '실력있는' 증권사 CEO로 평가 받아왔다. IB는 물론 제대로 된 WM 비즈니스의 틀을 만든 장본인들이다. 물론 이들 뿐 아니라 또 다른 희생양도 거론되고 있다.

금융회사에서 사고가 터져 물러나는 CEO의 후임은 대개 관리형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을 승계하는 것보다 터진 사고를 수습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시키기 마련이다. 수년간 노력으로 증권업 패러다임을 바꿔 놓은 '꽤 괜찮은' 비즈니스 모델이 단절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능력이 있건 없건 때가 되면 리더가 물러나는 건 순리다. 하지만 발전적인 방향이 아닌 과거로의 회귀가 그 방향이라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정치력과 능력이 부족했다면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이 모든 사태의 희생양으로 삼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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