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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AI 메모리 전쟁, HBM 이어 'GDDR7' 격돌⑧상반기 양산 예정, 서버 DDR5 승부도 관건

김도현 기자공개 2024-04-17 09:25:25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5일 09: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진정한 인공지능(AI) 시대가 개막하면서 이를 둘러싼 글로벌 회사들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격한 상황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올해 들어 더욱 고조됐다. 반도체 불황으로 큰 위기를 겪은 메모리 업계도 마찬가지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반등에 성공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차세대 그래픽 D램(GDDR)에서도 맞대결을 예고한 상태다. 양사는 'GDDR7' 양산을 앞두고 있다. 기존 강자인 마이크론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다.

더불어 장기간 기다려온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효과도 증폭될 전망이다. 일반 서버 투자 재개가 예상되면서다. 5세대 HBM(HBM3E), GDDR7 등과 새로운 D램 전성기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 넘어라' 삼성·SK, 차세대 그래픽 D램 선점할까

GDDR은 PC, 게임기 등 영상과 그래픽 처리를 담당하는 초고속 D램이다. 일반 D램보다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특징으로 응용처가 고성능 컴퓨팅(HPC), AI, 자율주행, 워크스테이션 등으로 넓어지는 추세다.

올해 1분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에서 차세대 제품인 GDDR7 기준이 공식화된 바 있다. 그동안 GDDR6가 최신 세대였으나 이를 마이크론이 개조해 'GDDR6X'을 내놓았다. GDDR6X는 정식 기준은 아니나 최고 성능을 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사 GDDR7 제품을 소개한 삼성전자(위)와 SK하이닉스

사실 삼성전자는 이미 작년에 GDDR7 개발 소식을 전했다. 이후 SK하이닉스도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 문제는 GDDR7 주목도가 다소 떨어진 부분이다. D램 시장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AI 서버 투자만 활발했고 HBM이 전용 메모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고효율의 DDR(일반 D램 표준)과 고성능의 HBM 사이에서 계륵 신세가 된 셈이다.

다만 HBM의 비싼 가격, 빅테크들이 선보인 다양한 AI 가속기 등장으로 GDDR 역할이 재조명됐다. DDR보다 빠르고 HBM보다 값싸다는 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결과다. 하이엔드보다는 미들·로우엔드 AI 서버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메타, 애플 등이 확장현실(XR) 기기를 연이어 출시한 것도 긍정 요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GDDR7를 전격 공개하면서 관련 시장에 불이 붙기도 했다. 두 회사는 국제전기전자공학자협회의 '고체회로학회(ISSCC)', 엔비디아의 'AI 개발자 콘퍼런스(GTC) 2024'에서 해당 제품을 소개했다.

우선 GDDR6 대비 대역폭이 2배 커지고 전력소모량은 20~30% 줄었다. PAM(Pulse-Amplitude Modulation)3 신호 방식을 적용한 점도 눈에 띈다. PAM3는 -1, 0, 1로 신호 체계를 구분해 1주기마다 1.5비트 데이터를 전송한다. 0과 1로만 구분해 1주기당 1비트 데이터를 전송하는 NRZ(Non-Return-to-Zero) 방식보다 1.5배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양사의 속도 경쟁도 이목을 끌었다. 작년 7월 GDDR7 발표 당시 삼성전자는 입출력(I/O) 핀 1개당 최고 속도를 32기가비피에스(Gbps)로 정의했다. 최근에는 37Gbps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35.4Gbps에서 40Gbps까지 구현하게 됐다고 전했다. 아직 샘플 단계여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우나 자존심 대결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부터 GDDR7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시기가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최초보다는 고객 확보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GDDR6X로 엔비디아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온 마이크론의 아성을 넘어설 지도 관전 포인트다. 마이크론은 그래픽 D램, 차량용 D램 등에서는 국내 양대산맥을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금까지 드러난 GDDR7 성능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우위다.


◇감산은 이제 그만, DDR5 '진짜 원년'은 올해

데이터센터 업체 등이 메모리 구매를 개시하는 등 업황 반등 신호가 나타나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감산 속도를 늦춰가고 있다.

특히 가격이 빠르게 올라온 D램의 경우 2분기부터 웨이퍼 투입량이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내 예년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반도체 생산주기를 3개월 내외로 본다. 하반기에는 D램 출하량이 대폭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다소 상승 곡선이 완만했던 DDR5도 급격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DDR은 한 클럭 사이클 동안 2번 데이터 신호를 송수신할 수 있다. DDR이 2차선이라면 DDR5는 32차선에 달한다. 사실 메모리 업계는 2020년대 초반부터 DDR5 준비를 완료했으나 호환 중앙처리장치(CPU) 출시가 늦어졌고 코로나19 국면 및 반도체 겨울이 찾아오면서 생각보다 개화 시점이 미뤄졌다.

DDR5는 GDDR7, HBM3E 대비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앞선다. 또한 저지연성 분야도 우위여서 CPU 기반 일반 서버에서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 AI 서버 열기가 뜨거울 뿐 D램 물량의 다수를 차지하는 DDR 시리즈다. 서버 업계 움직임으로 DDR 세대교체도 빨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서버용 DDR4와 DDR5 비중은 6대4 정도였다. 2024년 말에는 각각 24%와 76% 점유율로 역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DDR5가 고부가 제품이기 때문에 현실화하면 메모리 제조사의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승부의 추는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 말 기준으로 서버용 DDR5 시장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는 49.6%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35.2%로 2위였다.

HBM에서만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게 아니다. SK하이닉스가 선제적으로 인텔 등과 호환성 인증을 진행했고 수율에서도 앞선 덕분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사업 전면수정에 나선 삼성전자의 반격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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