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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 人사이드]노브랜드, 본업 경쟁력 강화 히든 '조커' 등극[이마트]노브랜드 가공개발팀 김광모 바이어 "차별화된 제품 발굴로 오프라인 강화"

정유현 기자공개 2024-05-02 09:45:32

[편집자주]

바이어(Buyer)는 유통업계의 꽃이라 불린다. 상품 기획력에 따라 유통가의 매출 지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고물가 한파가 몰아치고 대규모 자본을 등에 업은 중국 커머스가 불을 지핀 유통가의 '쩐의 전쟁'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바이어들을 더벨이 직접 만났다. 바이어의 입을 통해 각 사별 바잉 파워를 살펴보고 실무진의 시각으로 오프라인 강화 전략까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5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5년 매출 성장률 66%. 지난해 매출 1조3800억원. 지난 10년간 가성비 제품으로 주목받은 노브랜드의 최근 성과다. 대형마트의 성장 정체기를 벗어나기 위해 임직원들이 머리를 맞대 탄생한 노브랜드는 '브랜드가 아니다(No Brand)'고 선언했지만 합리적 소비의 상징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유통업계가 만든 가장 성공적인 자체 브랜드(PB)로 꼽힌다.

노브랜드가 급변하는 유통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싼 가격'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높은 기준에 맞는 최저가를 실현했다. 저가 PB지만 '최저 가격으로 합리적인 품질의 상품을 만들어낸다'철학과 자부심이 담긴 브랜드로 방향성을 설정했다. 높은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발굴했고 품질 관리도 철저하게 진행한다.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새로운 가성비 제품을 발굴하기 위해 바이어들은 매일 협력 업체를 발굴하고 상품 컨벤션을 진행하며 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있다. 구매를 원하지만 판매처를 찾기 쉽지 않았던 '힙한' 제품들을 발굴하며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오프라인으로 옮기는 '본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역할도 하고 있다.

◇해외 소싱 '피자바' 준비만 1년, 피자 카테고리 매출 확대 효자 역할

최근 노브랜드의 인기 품목 중 하나는 '피자바'다. 간편하지만 부담 없이 피자맛을 느낄 수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해외 소싱 제품인데, 출시 한 달 만에 추가 발주를 넣었다. 통상 신상품이 출시되면 3개월 정도 추이를 보고 오더를 진행하는데, 피자바는 속도가 남다르다.

피자바 개발 주역은 노브랜드를 성장시킨 주역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광모 바이어(사진)다. 노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이마트 내부에 TF가 결성될 당시 합류했다. 지난 10년간 노브랜드에서 다수의 히트 상품을 개발했다. 에어 프라이어에 조리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칠리새우' 제품도 김 바이어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피자바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단순히 상품 종류수(SKU)를 늘리기 위해 라인업을 확장하는 개념과는 달랐다. 김 바이어는 냉동 피자의 매출이 역신장하는 흐름을 살피고 상황 타개를 위한 아이템을 구상한 것이다.

특히 테스트 차원에서 7인치 사이즈의 피자를 노브랜드에서 판매를 진행했고 미니 피자의 수요를 파악했다.

김 바이어는 "일반 냉동 피자의 단점은 바로 먹지 않을 경우 도우가 딱딱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매출이 많이 빠지고 있었다"며 "대안으로 초기에는 미니 피자 개발을 생각했는데 국내 제조사 중에 6~7인치 몰드를 가지고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았다"고 당시를 복기했다.

이어 "이마트 소싱팀에서 태국 업체에서 제조되는 피자바를 제시했다"며 "국내 주요 항공사에 납품하는 그 스펙 그대로,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태국 공장도 오가면서 1년의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신제품을 개발하고 의사 결정권자를 설득하는 것도 김 바이어의 몫이었다. 피자 카테고리에 신제품을 추가한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판매하던 다른 상품의 판매량이나 매출이 줄어드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기우에 불과했다.

김 바이어는 "사실 미니피자의 경우 대부분 편의점에서 판매가 되고 있는데 수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피자바를 노브랜드의 상품으로 출시한 것이다"며 "예상보다 더 빠르게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피자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자바의 흥행 이전에도 바이어의 고민이 담긴 인기 아이템들이 노브랜드의 외형 성장을 주도했다. 특히 최근 고물가 시대가 도래하며 노브랜드의 가성비 전략은 힘을 받고 있다. 성장세는 실적으로 증명된다. 2019년 매출액이 8300억원을 기록한 후 2020년에 1조를 터치했다. 점진적으로 성장하며 지난해 1조3800억원의 성과를 냈다. 2019년 대비 66% 증가한 수치다.

◇필리핀 프랜차이즈 형태 운영 안정화, 라오스 진출 집중

노브랜드의 인기는 한국 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조용하지만 꼼꼼하게 해외 영토 확장 전략도 펼치고 있다. 노브랜드는 2019년 필리핀에 프랜차이즈 형태로 진출에 나섰다. 필리핀 2위의 유통기업인 ‘로빈슨스 리테일(Robinsons Retail)’을 통해 프랜차이즈 형태로 노브랜드 전문점 필리핀 1호점을 개점했다. 필리핀에서만 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필리핀 노브랜드 2호점(로빈슨 사우스갤러리아몰)
노브랜드의 제품을 직접 수출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품질 관리와 브랜드 가치, 철학 방향성을 공유하는데 김 바이어의 역할이 크다. 김 바이어는 "필리핀은 로열티만 받고 출점을 현지에서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관리하러 현지 출장을 자주 다녀왔었다"며 "코로나19 이전에는 분기에 한 번씩 방문했다면 최근에는 운영이 안정화됐다는 판단하에 해외 사업 담당이 관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이외의 지역은 이마트가 진출한 몽골과 베트남 지역이다. 현지 이마트 매장에 노브랜드존을 운영하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라오스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월 KOLAO(코라오)그룹과 투자회사인 'UDEE.CO.,Ltd' 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본계약을 체결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는 가맹 사업자가 직접 해외에 진출하는 대신 현지 기업과 계약한 후 가맹 사업 및 브랜드 운영권을 라이선싱하는 방식을 말한다. 김 바이어는 라오스 진출 준비를 위해 조만간 비행길에 오른다.

김 바이어는 "라오스의 삼성이라고 불리는 코라오그룹 측에서 먼저 이마트와 노브랜드 운영에 대해 제안을 했다"며 "연내 라오스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마트보다 노브랜드 오픈이 더 빠를 수 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마트 24와 연계 '시너지' 창출, 오프라인 기반이 '강점'

이마트는 노브랜드의 제품을 활용해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편의점 계열사인 이마트24에서 노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 등이다. 이마트는 2024년 중점 추진 전략 중 하나로 이마트24는 '노브랜드 연계 신규 가맹모델' 론칭을 제시한 상태다. 노브랜드의 피자바를 이마트24에서도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커머스와의 경쟁에서도 노브랜드가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김 바이어는 "소비자들은 결국 눈으로 보고 소비를 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으로 갈 수 밖에 없고 온라인만 운영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아마존의 홀푸드 마켓 인수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하나로 뭉쳐 시너지를 내고 있는 흐름을 읽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식품의 경우 더 눈으로 보고 믿고 구매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며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새로운 상품이지만 기존에 없었던 제품, 알고는 있었어도 판매처를 찾기 쉽지 않았던 상품들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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