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갤러리 비즈니스 2.0]"컬렉터 한 사람의 마음을 봅니다"⑨무심갤러리 2세 백동재 유엠갤러리 대표 "컬렉터 맞춤화 '프라이빗' 특색 살린다"

서은내 기자공개 2024-05-02 10:29:29

[편집자주]

화랑업계가 2세 경영을 통해 새로운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부모 세대 갤러리스트들이 이뤄온 고미술, 근대미술 중심의 비즈니스에서 탈피, 현대미술로의 전환을 시도하며 컬렉션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경영 전면에 나선 3040의 젊은 갤러리스트들은 디지털, 글로벌 등을 키워드로 정보력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2세 갤러리스트들을 인터뷰하고 한국 미술 유통업계 비즈니스의 새 모델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9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 명의 컬렉터에 집중하고 싶다."

유엠갤러리(UM갤러리)는 소수의 컬렉터들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이빗(private)'한 갤러리 비즈니스를 펴고 있다. 백동재 유엠갤러리 대표(40)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컬렉터마다 그림을 구매하는 목적, 컬렉팅에서 찾고자 하는 의미는 가지각색"이라며 "개개인의 마음에 집중함으로써 1대 1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갤러리는 미술품의 판매가 이뤄지는 상업 공간이면서 동시에 대중들에게 작품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공적인 특성도 지닌다.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은 그림을 구매하지 않아도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다만 대중의 수요에 치중하다보면 주요 고객인 컬렉터들의 수요와 어긋나기 쉽다.

유엠갤러리는 대중의 수요보다는 소수 컬렉터들의 컬렉팅을 돕는 것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백동재 대표는 "유엠갤러리를 떠올렸을 때 이곳이 컬렉터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장소로 기억되면 좋겠다"라며 "문화를 경험하는 법을 배우고 작품에 대한 감상도 나누는 공유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백동재 유엠갤러리 대표. 뒤에는 황영자 작가의 그림이 걸려있다.

◇ '컬렉팅' 의미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백동재 대표는 1990년 청주에서 무심갤러리를 설립한 엄은숙 사장의 아들이다. 엄 사장은 2002년 서울에서도 엄갤러리를 열었다. 엄갤러리가 2004년 박서보 작가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이름을 바꾼 것이 유엠갤러리다. 무심갤러리는 청주지역 대표 화랑이며 그곳 일대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단색화 작가 박서보, 정창섭, 윤형근의 전시를 다뤘다.

2000년대부터 유엠갤러리는 김구림 작가의 작업을 오랜 기간 소개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또 실험 미술의 대표주자인 이건용 작가를 메이저 화단에 가장 먼저 소개한 갤러리로도 명성이 깊다. 곽훈, 황영자, 홍명섭 등 개념미술 분야 작가들도 유엠갤러리와 인연을 이어온 이들이다.

어린 시절 백 대표는 갤러리스트인 모친의 열정에 깊은 존경심을 느꼈다고 한다. 소속 작가들에 대한 어머니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백 대표는 "우리 갤러리가 한국에서 5위 안에 드는 화랑이라고 느껴질 만큼 어머니의 열정이 대단했다"며 "누군가를 위해 진심을 다해 일하는 어머니가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청주대 법대를 졸업한 후 한때 제3지역 난민 봉사활동에 전념해왔다. 경제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어머니를 따라 갤러리스트의 길로 접어들었다. 첫 시작은 금산갤러리의 인턴 일이었다. 금산갤러리는 국내에서 호텔 페어를 최초로 만든 곳이다. 그곳에서 페어팀 일을 도맡아했으며 이후 유엠갤러리로 자리를 옮겼다.

갤러리스트로서 그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백 대표는 '컬렉팅'이 무엇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이어갔다. 그는 갤러리스트로서 컬렉터들을 대하는 일을 '담아낸다'고 표현하고 있다. 백동재 대표가 컬렉터를 '담는' 것은 고객들이 그림 구매를 통해 바라는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그에 맞춰 작품을 추천하고 공유하는 일련의 작업들이다.

백 대표는 "성격상 많은 사람들을 한번에 아우르는 일을 잘 못한다"며 "컬렉터들을 한 명씩 '담아보겠다'는 생각으로 갤러리 일을 하고 있으며 컬렉터들이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고 아트 컬렉팅을 꾸준히 이어가도록 도와주는 데에 사업의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 작가와 '함께 있어'주는 갤러리

백 대표가 다루는 작가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그동안 무심갤러리, 유엠갤러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연륜있는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다뤄가는 것이 하나다. 또 하나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 선보이는 일이다.

백 대표는 "이종목, 박계훈 등 60대 작가군을 비롯해 이본 보그(Yvonne Boag) 등 해외 작가, 1978년생 송현주 작가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며 "3년에 한번씩은 작가의 이력을 보지 않고 신진 작가들의 전시를 여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진 작가들이 스스로 자신을 '작가'라고 당당히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백 대표의 바람이다. 그는 "많은 작가들이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자기를 작가라고 소개하는데에 주저한다"며 "이들이 유엠갤러리와 함께 작품활동을 해나가면서 작가로서의 존재를 밝히고 성장해가도록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갤러리가 작가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은 한계가 있다"며 "진정한 써포트는 작가들과 함께 고민하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함께하는 것이며 작가가 작가로 설 수 있게 동반자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