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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보드]이사회로 본 한미 사태, 지주-약품 '연결고리' 단절우종수 대표 사임 후 이사회 간 연결 끊어져, 한미약품 이사회 '배제'한 채 통합 결정

원충희 기자공개 2024-08-14 08:14:47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7일 09:5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4년 1월 12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올라온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건'은 사내이사 1인(송영숙 회장), 사외이사 3인(신유철·김용덕·곽태선)의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의 경영통합을 위한 유증 안이다. 상속세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한미약품그룹 오너 송영숙 회장의 딸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에게 경영 승계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지분을 매각하려 했다.

송 회장의 아들인 임종윤·종훈 사장은 반발했다. 이들은 OCI와의 빅딜을 전혀 공유 받지 못했다고 했다. 경영통합 같은 빅딜이 진행되는데 같은 오너가 구성원들이 알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주력 계열사 한미약품의 이사회 구성을 보면 2023년 기점으로 두 회사 간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면서 송 회장이 두 아들 모르게 단독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우종수 대표, 지주·약품 이사회 모두 빠지자 '연결고리' 단절

2022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을 보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 장남인 임종윤 사장과 우종수 당시 한미약품 대표가 사내이사로 있었다. 사외이사 2명과 기타비상무이사 1인이 같이 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이사회에서 유증 및 경영통합 같은 주요 안건이 논의되면 임종윤 사장이 모를 수 없는 구조였다.

2022년 3월 이후에는 구성원이 바뀌었다. 임종윤 사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임기만료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빠졌다. 그렇다 해도 송 회장이 두 아들 몰래 단독으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 우종수 당시 한미약품 대표가 이사회에 남아 있었다. 그는 한미약품 이사회에도 사내이사로 있었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이사회의 연결고리였다.

2023년 3월 주총 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우 전 대표가 빠졌다. 그의 자리를 이은 것은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이었다. 박 전 부사장은 한미사이언스가 2022년 8월 흡수 합병한 한미헬스케어를 이끌던 인물이었다.

*컬러 표시는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이사회 겸임

박 부사장은 지난해 8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사내이사는 송영숙 회장 한 명으로 축약됐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OCI와 경영통합 안건을 진행해도 한미약품 이사회에만 있던 임종윤 사장이 알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경영통합 안건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가 주력 계열사이자 또 다른 상장사인 한미약품의 이사회를 배제한 채 의사결정을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룹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OCI와의 통합은 지주사와 주력 계열사의 이사회 간 연결고리가 끊어진데다 송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사실상 장악하면서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건 속에서 결정됐다.

◇기타비상무이사 대거 유입, 점점 줄어드는 사외이사 비중

2021년만 해도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2명으로 사내이사가 많던 한미사이언스 이사회가 2022년 들어 사내이사를 2명으로 줄이고 사외이사는 3명으로 늘렸다. 이는 별도기준 총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3명 이상, 그리고 이사회의 과반을 둬야 한다는 상법 규정에 영향을 받은 조치다.

한미사이언스의 별도기준 총자산은 2조원이 안 됐지만 국내 손꼽히는 제약사인 만큼 이사회 선진화를 위해 사내이사를 줄이고 사외이사 수를 늘렸다. 법규의 목적은 사외이사를 과반으로 둬 오너 및 경영진을 견제하려는 데 있다. 하지만 한미약품 사태를 보면 사외이사 3명도 결과적으로 오너의 독단을 견제하거나 통합 결정 이후 벌어질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예방하지 못했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선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한미약품 비상무이사)을 끌어들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승리했다. 이들은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 입성에 성공했다. 올 4월부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임종윤·종훈 사장이 사내이사로, 이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1명과 기타비상무이사 2명이 신규 선임됐다.

이로 인해 사외이사가 과반이던 이사회 구조가 다시 변했다. 구성원 9명 중 사외이사는 4명으로 과반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한미사이언스의 별도기준 총자산의 7800억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2조원 미만이라 사외이사는 구성원의 3분의 1만 채워도 된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으나 구조적으로는 기존 이사회보다 후진했다.

*컬러 표시는 2024.03 정기주총 후 신규 입성한 이사진. 사실상 임종윤 사장 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이 4명,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5명이다. 아울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송영숙 회장을 축출하고 단독대표 체제를 구축한 상황이다. 이를 뒤집기 위해 송 회장 측은 신동국 회장과 손잡고 48.19%의 지분을 끌어모은 뒤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9월 열릴 예정인 임시주총은 아직 날짜가 확정되진 않았다.

안건은 2개. 정관상 최대 10인인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구성원을 12명으로 바꾸는 것과 동시에 신규 이사 3인(사내이사 2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 선임이다. 기존 송 회장과 임 사장의 4대 5 구도를 7대 5로 바꾸려는 의도다. 이들 안건이 통과될 경우 사외이사 비중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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