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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활용 스토리]샘표, 경영권 분쟁 '해결사' 자사주…지주전환 디딤돌로[지배력 강화②]대규모 매입 통해 사모펀드 공세 방어, 지주사 전환 시 오너 지배력 제고

김현정 기자공개 2024-08-19 08:11:11

[편집자주]

오래 전부터 기업들의 자사주는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기도 하고 임직원 보상에 쓰이기도 한다. 기업 M&A 대가로 지급할 수도 있다. 다만 자사주 활용이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이 되거나 경영권 분쟁 시 우호지분 확보용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았다. THE CFO는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가 어떤 형태로 동원될 수 있는지 활용 사례를 유형별로 나눠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2일 08:3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샘표 오너일가에 자사주는 그야말로 지배력 강화의 만능키로 쓰였다. 사모펀드와의 경영권 분쟁 당시는 자사주 대량 매집을 통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 당시 마르스1호 펀드가 보유한 샘표 지분의 80%를 사들이는 한편 시장에서의 추가 매입으로 거대 물량의 의결권을 제한시켰다.

두 번째 활용법은 지주사 전환 당시 발휘됐다.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사들인 자사주를 고스란히 간직, 인적분할 시 '자사주의 마법'을 통해 큰 지출 없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자기주식 비중이 총 주식량의 30%가 넘으면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은 샘표가 유일했다.

㈜샘표는 최근 2년 전부터 추가 자사주 매입에 들어갔다. 박진선 사장의 아들인 박용학 상무의 지분 승계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잔여 자사주의 활용 방정식에 이목이 쏠린다.

◇대량매집으로 경영권 방어, 재무구조 악화 부작용

샘표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이복형제였던 고(故) 박승복 회장과 고(故) 박승재 전 사장 세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승복 전 회장은 사업 확장을 꿈꿨고 박승재 전 사장은 양조간장 사업 한 길을 파려했다. 경영상 갈등은 1997년 3세 승계 과정에서 정점을 찍었다. 당시 박승복 회장은 아들인 박진선 대표에게 CEO 자리를 물려주고 박승재 전 사장을 해임시켰다.

지분 분쟁을 벌이던 박승재 전 사장은 2006년 동복형제들과 합심해 24.1%의 지분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이 운용하는 사모펀드 '마르스 1호'에 넘겼다. 이로써 경영권 분쟁은 박승복 전 회장 및 박진선 사장 대 마르스1호로 재점화했다.

마르스 1호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선언하며 주총 때마다 박진선 사장 측과 표 대결을 벌였다. 샘표식품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며 위협 수위도 계속 높였다. 해마다 사외이사와 검사인 선임을 제안하는 등 경영 참여를 시도했지만 경영진의 반대에 부딪혀 부결됐다. 2011년 3월에는 서울중앙지법에 샘표식품 이사진 7명을 상대로 위법행위 유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2011년 기준 마르스 1호의 보유지분은 32.98%에 이르렀다. 박진선 사장 측은 본인 지분 16.46%와 특수관계인 지분 및 백기사 역할의 풀무원홀딩스의 5.01%를 합해 34.01%를 보유했다. 마르스 1호와 불과 1.03%포인트로 차이가 크지 않았고 이는 샘표 오너 일가에 불안감으로 항상 자리했다.


샘표 오너 일가가 경영권 분쟁 종식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바로 '자사주 매입'이었다. 박진선 대표 측이 직접 인수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2012년 3월 샘표가 주체가 돼 공개 매수를 통해 마르스1호의 지분 120만주(80%가량)을 사들였다. 프리미엄이 얹혀졌고 총 300억원이 들었다.

샘표는 이어 같은 해 5월부터 7월 사이에 34억원을 투입, 자사주 15만주를 시장에서 추가 매입했다. 샘표의 자체 유보금과 차입금으로 자사주를 사들이는데 총 334억원이 들어갔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른 셈이다.

실제 당시 샘표식품은 매출성장이 정체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자사주를 매입해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하기도 했다. 자사주 매입 직전인 2011년 말 기준 차입금은 210억원 정도였는데 이후 2013년 말 기준엔 512억원으로 2.4배가량 증가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8.9%에서 20.5%로 크게 늘었다.

다만 오너 가의 자금 부담은 없었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그 즉시 의결권이 묶이게 된다. 자사주 매입 이후 샘표식품의 자사주 비중은 발행주식총수의 30.4%나 됐다. 상당수의 지분이 의결권을 잃게 되면서 경영권이 방어되는 한편 자사주를 제외한 박진선 사장 측의 의결권 지분율은 49%로 올랐다.

◇인적분할 속 '핵심 키'…지배력 굳히기

샘표식품의 자사주 매입은 경영권 방어 목적에서만 보면 성공적이었으나 오너십 강화 측면에서 보면 아직 부족했다. 자사주 매입이 끝난 직후인 2012년 말 박진선 사장의 지분은 16.5%, 박진선 사장의 아들인 박용학 상무의 지분은 2.4%에 불과했다.

이에 샘표는 2~3년 준비 과정을 거쳐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고 2016년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포했다. 샘표식품을 투자회사 샘표와 사업회사 샘표식품으로 인적분할한 후, 샘표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 과정에서 적대적 M&A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던 자사주는 '만능키'로 변신했다.

박진선 사장은 2012년 자사주를 대량 보유하게 되자 소각 등 다양한 선택을 염두에 뒀다. 일부는 임직원 상여금으로, 일부는 전략적투자자(SI)와 지분을 제휴하는 방안도 열어놓았다. 하지만 해당 자사주를 수년간 고스란히 남겨뒀고 결국 이를 인적분할 때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했다.


샘표식품 자사주는 분할 과정을 거치면서 지주사 ㈜샘표와 사업회사 샘표식품 자사주로 나뉘었다. 해당 지분은 모두 지주사인 ㈜샘표로 승계됐다. 그 결과 ㈜샘표는 자연스럽게 샘표식품 지분 30.4%를 가진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샘표는 자사주 덕분에 자연스레 샘표식품 지분을 30% 넘게 확보하면서 큰 비용 지출없이 자회사 관련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의결권이 없던 자기주식에 의결권이 부여되는 마법이 일어난 셈이다.

박진선 사장과 박용학 상무는 후속 작업인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당시 보유 중이었던 샘표식품 85만주와 ㈜샘표 신주 74만주를 바꿨다. 박 사장 부자의 그룹 지주사 ㈜샘표 지분율은 기존 30%에서 46.9%로 제고됐다.

인적분할 당시 ㈜샘표가 소유하게 된 자사주는 소각되지 않아 현재도 남아있다. 다만 이어서 진행된 현물출자 유증으로 발행주식총수 비중이 30.4%에서 22.8%로 줄었다.

㈜샘표는 한동안 해당 자사주 비중을 유지하다 2022년 10월부터 추가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현재 ㈜샘표 자사주 보유비중은 발행주식총수의 29.9%가량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결국 향후 오너 일가가 최대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의결권 기준 실질 지배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박용학 상무의 지분 승계 작업이 남은 과제이기도 하다. 박 상무의 지분은 1998년 0.17%에 그쳤지만 할아버지인 고 박승복 회장의 지분 증여를 통해 2000년 6월 기준 1.29%, 2003년 6월 기준 2.36%로 늘었다. 이후 2016년 지주체제 전환 연장선상으로 단행한 현물출자에 참여하면서 지분율이 4.83%가 됐다. 현재는 6.58%를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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