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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급업계 지각변동]쇼박스, 드디어 거머쥔 '업계 1위' 타이틀올해 상반기 시장 점유율 1위, 영화 '파묘' 흥행 덕분…선택과 집중 전략 주효

황선중 기자공개 2024-09-02 08:21:52

[편집자주]

국내 영화 배급시장 지각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영화업계 최악의 불황이 좀처럼 가시지 않으면서다. 대다수 배급사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숨고르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대형 배급사의 몫이었던 배급업계 '왕좌' 자리는 무주공산이 됐다. 그만큼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일부 배급사들은 한층 기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더벨은 국내 주요 영화 배급사의 현황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30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국내 영화 배급업계 왕좌를 차지한 회사는 '쇼박스'다. 이 회사는 오리온그룹에서 운영하는 영화 배급사다.

그간 국내 영화 배급업계 왕좌는 주로 CJ ENM 같은 국내 대형 배급사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같은 해외 대형 배급사의 차지였다. 쇼박스는 고래들의 다툼에 밀려 비교적 후순위가 익숙했던 회사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영화 배급업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쇼박스, 드디어 업계 1위로 올라서

영화진흥위원회가 매년 발간하는 '한국 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전체 영화 배급사별 시장 점유율 순위 1위는 쇼박스였다. 구체적으로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7편의 영화를 배급해 도합 관객수 1380만명(시장 점유율 21.9%)을 불러 모았고, 도합 매출액 1330억원(시장 점유율 21.8%)을 기록했다.

올해 쇼박스의 반등을 이끈 일등공신은 영화 <파묘>다. 이 영화는 지난 2월 개봉해 누적 관객수 1191만명을 기록하며 '천만영화' 반열에 올랐다. 손익분기점이 330만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뜻깊은 성과다. 여기에 지난 1월 개봉한 <시민덕희>도 해외판권 및 부가판권 포함해 손익분기점(180만명)을 넘어서며 힘을 보탰다.

쇼박스 2024년 대표작

쇼박스가 영화 배급업계 왕좌에 올라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10년간의 시장 점유율 순위(연간 기준)를 살펴보면 1위 자리는 사실상 CJ ENM 혹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의 몫이었다. 구체적으로 1위 횟수는 △CJ ENM 5회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3회 △롯데엔터테인먼트 1회 △플러스엠 1회였다.

그간 쇼박스의 최고 순위는 2015년과 2016년에 기록했던 2위였다. 5위권 밖에 머무르는 일도 비교적 적잖은 편이었다. 심지어 2022년엔 10위까지 밀려났다. 지난해는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연간 기준이 아닌 상반기 기준으로 살펴봐도 쇼박스가 영화 배급업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적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배급업계 1위라는 말은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다른 배급사보다 외부 투자를 잘 유치하고, 상업적인 흥행도 잘 이끌고, 홍보와 마케팅도 잘 한다는 의미"라며 "제작사는 작품의 흥행을 위해 좋은 배급사를 찾기 마련인 만큼 배급업계 1위가 되면 대작을 만드는 제작사와 협업할 가능성도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쇼박스 핵심 배급 전략 '양보다 질'

쇼박스의 영화 배급 기조는 '양보다 질'로 요약된다. 많은 작품이 아닌 좋은 작품을 배급하려 애쓴다. 영화 시장이 위축되기 전인 2012~2017년 쇼박스가 6년 연속으로 영화 한 편당 관객수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상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메이저 배급사는 매년 20편 전후를 배급하는데 쇼박스는 7~8편을 배급했다"라고 했다.

다른 배급사와의 전략 차이는 사업 구조에서 기인한다. 통상 영화관을 보유한 배급사는 자사 영화관 상영작을 채워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그만큼 최대한 많은 영화를 배급하는 일에 주력한다. 하지만 쇼박스는 2007년 메가박스를 매각한 이후 영화관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품질이 우수한 소수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배급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일례로 <파묘>는 국내에서 비주류로 꼽혔던 오컬트 장르였다. 이른바 흥행 보증수표가 아니었다. 극장가 불황도 여전했다. 또한 쇼박스는 <파묘> 제작 전인 2022년 1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서며 수익성 부담이 커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쇼박스는 <파묘> 제작과 배급, 제공까지 모두 참여하는 자신감을 보였다.


쇼박스의 과감하고 치밀한 전략은 성장이라는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쇼박스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 801억원, 영업이익 255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401억원)을 뛰어넘었다. 쇼박스가 매출 800억원 이상을 기록했던 것은 영화 <택시운전사>로 대박을 터트렸던 2017년(1027억원) 이후 7년 만의 일이다.

물론 배급업계에서는 쇼박스의 선전에 대해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쇼박스의 선전을 깎아내릴 생각은 없지만 다른 대형 배급사가 숨을 고르고 있는 시기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업계 불확실성이 상당해졌기 때문에 작품 하나하나에 업계 1위 자리는 언제든지 요동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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