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K-금융 빌드업]런던지점 조달 실적에 달린 은행권 글로벌 비즈니스④해외 진출 늘릴수록 커지는 외화 조달 중요성…조직 갖춰 단기 운용 역량도 보강
런던(영국)=최필우 기자공개 2024-09-05 12:48:48
[편집자주]
한국 금융사 런던 지점이 날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최소 유지 인원인 15명 안팎을 유지하던 과거와 달리 50명을 웃도는 인력을 갖춘 지점이 다수다. 외형이 커지면서 자금 조달, 기업금융, IB 투자 등 분야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엔 외환시장 선진화 정책에 발맞춰 자금센터를 세팅 중이다. 글로벌 금융 허브 런던에서 한국계 금융사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3일 12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국 런던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은행은 모두 지점 형태를 띄고 있다.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을 아우르는 법인 형태를 띈 다른 해외 거점과 차이가 있다. 런던이 글로벌 금융허브로 자금 조달에 적합한 시장이라는 점이 진출 형태를 정하는 데 고려됐다. 자본력에 한계가 있는 현지 법인보다 본점 등급을 활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국책은행으로 우량 등급을 보유해 자금 조달에 장점이 있는 산업은행, 기업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도 관련 기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에서 이자 장사 논란에 시달리는 시중은행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주 수익원 중 하나로 삼으려 한다. 해외 사업을 키울수록 외화 조달 핵심 창구인 런던 지점의 중요성이 커지는 셈이다.
◇자금조달 기능 중심 지점 확대
KB국민은행은 2018년 런던 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했다. 1991년 런던에 법인을 설립한 지 27년 만에 거점 형태에 변화를 준 것이다. 당초 법인을 설립한 건 소매금융 강자인 국내 본점과 유사한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였으나 현지법인은 동일인 한도 여신한도가 제한되고 자체 신용등급이 없어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는 한국계 은행이 런던 금융시장에서 집중해야 할 비즈니스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 소매금융 시장에 진출하려면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금융 당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아야하지만 현실적으로 넘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리테일 파트를 포기하고 지점 형태로도 가능한 자금 조달과 기업금융, IB 업무에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다.
KB국민은행은 지점 전환 이후 조직을 현지 금융시장 맞춤형으로 재편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외IB 유닛(unit)을 통해 외화채권, 파생상품, 자금조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환 당시 런던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거점 소재 지점을 CIB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현실화됐다.
신한은행도 런던 지점의 자금 조달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시중은행으로 꼽힌다. 현재 글로벌자금시장센터를 구축하기 위한 TF를 운영하고 있고 내년 정식 조직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런던 지점의 글로벌자금시장센터를 필두로 외화 조달 부문을 통합 관리하고 채권 운용, 단기자금운용 등의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시중은행은 런던 지점의 자본시장 기능을 강화하는 데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대하려는 의도도 반영됐다. 런던 지점은 다른 지역의 글로벌 비즈니스 원천이 되는 외화 자금을 조달하는 기능을 가장 기본으로 한다. 런던 지점의 인력을 보강하고 현지 네트워크를 넓혀 자금 조달에 원활한 환경을 만들면 해외 사업 근간을 다질 수 있다.
◇산업·기업은행, 우량 등급 바탕 조달 성과
산업은행 런던 지점은 자금 조달 측면에서 현지 금융시장의 이점을 가장 잘 누리고 있는 곳이다. 국가 신용등급과 같은 수준의 본점 크레딧을 바탕으로 자금 조달 센터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법인 형태로 진출해 있는 다른 국가의 산업은행 네트워크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병참기지 격이다.
기업은행 런던 지점도 국책은행으로 갖는 이점을 활용해 조달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예금을 7000만달러 규모로 유치하고 수년째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은행 런던 지점의 자금 조달 강화는 유럽에 진출하는 중소기업 지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 한국계 은행 런던 지점 관계자는 "런던 지점은 한국 본점에서 자금을 빌리기보다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더 나아가 다른 글로벌 네트워크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며 "런던 지점이 사실상 글로벌 자금 데스크로 기능하는 게 이상적인 형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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