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전략 분석]HD한국조선해양, 첫 EB발행…조선주 매력 활용한 '조달''5년 무이자' 6000억 조달, 상환 아닌 '투자 목적' 신사업 자금 마련
홍다원 기자공개 2025-03-04 08:13:24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7일 15시4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그룹 조선·해양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교환사채(EB)를 발행해 대규모 실탄을 조달한다. 메자닌 금융을 활용하는 것은 2019년 물적분할 이후 처음이다. 조선업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발맞춰 주가가 상승한 자회사 HD현대중공업 주식을 활용해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마련한다.5년 간 무이자로 발행해 이자부담을 절감한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업권 특성상 수소 연료 전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사업 분야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 '주가 상승'에 베팅
HD한국조선해양이 60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고 지난 25일 공시했다. NH투자증권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크레딧솔루션(ICS)이 각각 3000억원씩 투자할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이 보유한 HD현대중공업 주식 173만576주가 교환 대상이다.
2019년 옛 현대중공업이 존속법인 HD한국조선해양과 신설법인 HD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한 이후 HD한국조선해양이 자금조달 방식으로 EB를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전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활용하는 수단은 은행 차입금이다. 문제는 차입금에는 이자비용이 따라붙는다는 점이다. 이자비용 증가는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때 EB를 선택하면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향후 투자매력도만 있으면 이자수익이 없어도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EB는 이자 없이 5년 만기로 발행된다.
투자자들이 EB를 HD현대중공업 주식으로 바꿔 시세 차익을 얻는 구조다. 발행사인 HD한국조선해양 입장에서도 이자부담과 함께 상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주식 시장에서 조선업을 둘러싼 업황이 긍정적인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수주액이 늘어남에 따라 HD현대중공업 주가는 우상향하고 있다. 2024년 중반까지만 해도 10만원대에 그쳤던 HD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30만원을 돌파했다. 지난 1년 간 주가 상승률만 155%에 달한다.
교환가액은 34만657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26일 HD현대중공업 종가(29만4000원)보다17.88% 높은 수치다. 투자자들이 향후 HD현대중공업 주가 상승에 베팅한 셈이다. 발행 후 2년 뒤부터는 원금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도 부여받았다.
결과적으로 HD한국조선해향은 이자비용 부담 없이 6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이자비용 절감해 '신사업' 실탄 마련
이번 HD한국조선해양의 EB 발행 목적은 상환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운영자금 및 투자 재원 마련이다. 2024년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 등 자회사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개선으로 HD한국조선해양의 재무 체력이 강화됐다.
HD한국조선해양의 연결 기준 순현금(현금성자산-총차입금>0)은 2023년 6986억원에서 2024년 4조2250억원으로 급증했다. 부채를 모두 상환하고도 남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상환이 아닌 투자를 위한 조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HD현대그룹의 조선 3사가 넉넉한 수주 잔고를 확보했지만 업황 특성상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유리한 조건을 점했을 때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EB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본업보다는 수소 연료 전지, 소형모듈원자로(SMR), 해상풍력 등 신사업 분야를 위해 활용할 계획이다. 총 6000억원을 2025년 2000억원, 2026년 3000억원, 2027년 1000억원으로 나눠 투자한다.
또한 향후 투자자들의 교환청구권 행사 시기가 도래하면 HD한국조선해양의 재무 지표가 개선될 전망이다. 투자자가 채권을 주식으로 교환하는 만큼 미상환잔액이 감소해 총차입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조선업황을 둘러싼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고려해 EB 발행을 결정했다"며 "자금은 신사업 동력을 마련하는데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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