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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 라운지 토크]액셀러레이터 춘추전국시대, 최초 타이틀은 누구?1호 기준 두고 의견 난립…크립톤부터 와이앤아처까지 설왕설래

이기정 기자공개 2025-04-01 11:04:59

[편집자주]

액셀러레이터(AC)업은 관계의 비즈니스다. 출자자에게서 돈을 모아 스타트업에 투자해 성장을 지원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네트워크다. 심사역은 물론이고 관리역도 네트워크에 심혈을 쏟는다. 출자자와 포트폴리오기업은 기본이고 다른 AC의 심사역과의 소통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가벼운 네트워킹이 때로는 역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더벨이 소소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농도 깊은 AC업계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7일 14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단 한번만 수여되는 영예다. 평생 바뀌지 않을뿐더러 해당 분야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기에 개인과 단체 구분없이 목을 메곤 한다. 다만 최초를 부여하기 애매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를 구분하는 기준을 두고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최초의 벤처캐피탈(VC) 타이틀을 두고 한국기술개발(현재 우리벤처파트너스)과 한국기술진흥(현재 아주IB투자)이 언급되고 있다. 설립이 빠른 한국기술진흥과 명확한 벤처투자의 개념을 도입한 한국기술진흥 모두가 각자의 논리로 '최초'를 내세우고 있다.

최초의 액셀러레이터(AC)를 두고도 업계 의견이 갈린다. 극초기 스타트업 투자와 보육이라는 개념을 시도한 '크립톤'과 보육과 투자, 데모데이를 연계한 사업모델을 선보인 '프라이머', 정부의 창업기획자 제도 도입 후 라이선스를 획득한 '아이빌트·와이앤아처·포항기술지주·케이런벤처스'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미국 '와이콤비네이터' 등장 영향…업계 중론은 BM 도입한 '프라이머'

AC라는 개념이 생긴 시기는 2005년이다. 당시 미국에서 1호 AC인 '와이콤비네이터'가 탄생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극초기 스타트업 투자와 보육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는 사업모델을 선보이며 사업모델을 'AC'라고 명명했다. 이같은 개념을 국내 투자사들이 가져왔다.

이에 앞서 2000년 설립된 크립톤이 유사한 사업모델을 선보였다. 스타트업 자문과 투자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당시 미국 실리콘벨리에 '벤처 인큐베이팅'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는데 여기서 영감을 받았다. 다만 사무 공간 등을 제공하는 기존 방법에서 자문까지 병행하는 것으로 개념을 확대했다.

양경준 크립톤 대표는 "미국에서 탄생한 벤처 인큐베이팅 모델이 국내에서는 유효하지 않겠다는 판단에 새로운 방식을 만들었다"며 "스타트업 발굴 후 투자, 자문, 직접 인수 등 사업까지 모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에 배치 프로그램 등 몇가지 기능이 추가 돼 현재의 AC가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식적으로 보육과 투자를 병행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곳은 프라이머다. 2010년 육성 배치 프로그램과 데모데이, 투자를 연계한 사업모델을 선보였다. 프라이머 역시 기본적으로 와이콤비네이터의 모델을 따왔지만 우리나라 투자 환경에 맞춰 일부를 변형했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후배 창업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회사를 만들었다"며 "와이콤비네이터는 이미 팀 빌딩이 마무리된 기업을 보육하고 데모데이를 진행하지만 프라이머는 팀 빌딩 단계서부터 보육을 진행한다는게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0년 시작으로 최근 25기 배치 프로그램이 마무리됐다"며 "처음에는 보육 기업을 선별하고 데모데이 후 투자하는 방식이었는데 2015년부터는 투자 기업에 보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크립톤과 프라이머의 차이는 와이콤비네이터 사업모델을 활용하고 있는지 여부다. 한 AC 대표는 "크립톤은 극초기 스타트업에 베팅하는 투자사가 보육까지 진행할 수 있다는 개념을 처음 선보인 사례"라며 "프라이머는 와이콤비네이터의 사업모델을 국내로 그대로 가져온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크립톤의 사업모델을 현재의 AC와 동일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정식으로 배치 프로그램을 만든 프라이머가 최초의 AC라는 평가가 대부분인 이유"라고 말했다.

◇정부 등록 시점 고려 필요 조언…당분간 논란 이어갈 듯

업계에서는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인증을 받은 하우스가 최초의 AC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존에도 투자와 보육을 병행하는 엔젤투자사나 VC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창업기획자 등록 관리·제도를 법제화한 시기는 2016년 11월이다. 이듬해 아이빌트세종, 와이앤아처, 포항공대기술지주, 케이런벤처스 등 4곳이 처음으로 액셀러레이터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라이선스를 가나다 순으로 발급하다보니 취득 시기는 아이빌트세종이 가장 빨랐다.

AC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이전에도 전략적투자(SI) 관점에서 투자와 보육을 병행하는 투자사들이 많았다"며 "와이콤비네이터 등장 이후에는 개인 엔젤투자사나 창업보육 기관 등이 스스로 AC라고 칭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식으로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은 곳을 1호라고 정의하는게 맞는거 같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관점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AC 법제화가 이뤄지던 시기 일부러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은 하우스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AC업계는 이후 라이선스 취득 유무를 기준으로 한국AC협회(취득)와 초기투자기관협의회(비취득)로 양분됐고 지난해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로 합쳐지기까지 독자 노선을 걸어왔다.

또 다른 AC의 대표는 "2014년 'AC 리더스 포럼'이라는 단체가 생겨났고 대부분의 하우스들이 가입을 했다"며 "다만 '창업기획자'라는 이름에 반대해 상당수의 하우스가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먼저 라이선스를 획득한 하우스들을 최초라고 인정할 수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최초의 AC를 둘러싼 논쟁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험자본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하우스들이 자신들만의 당위성을 갖고 있다"며 "모두가 1호라고 주장해도 틀리지 않아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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