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SK건설 해외사업, 주택사업 방파제 될까 주택부문 공사미수금 부담 잔존...해외사업 신규투자 필요

윤아영 기자공개 2011-11-17 08:57:40

이 기사는 2011년 11월 17일 08: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건설의 재무안정성은 동급의 다른 건설사에 비해 지표상 떨어진다. 부채비율은 300%에 달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수준이다.
신용등급이 A+로 같은 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의 부채비율은 각각 128%, 150%로 200%를 넘지 않는다.

SK건설의 재무상태가 열악한 배경으로 국내 주택사업 부진을 빼놓기 어렵다. 주택사업의 비중이 높지 않지만 준공 사업장의 마무리가 원활하지 않아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건설의 신용등급은 지난 8월 한 노치 상향조정됐다. 해외 플랜트 사업에 대한 밝은 전망과 유상증자 덕분이다.

SK건설이 잘 나가는 해외사업의 성과로 국내 주택사업의 부진을 해소할 수 있을까.

◇ 국내 주택사업 '해결 안 된 부채'

SK건설은 지난 2006년 50%까지 커졌던 국내 주택사업의 비중을 작년 말 30% 이내로 줄였다. 주택 신규 수주도 거의 없이 기존 사업장 정리에 주력해 2008년말 2299세대에 달하던 미분양이 493세대(5월말 기준)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준공 사업장들이 입주 지연, 수분양자 소송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주택사업의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SK건설의 주택부문 공사미수금은 3분기 1조7574억원(대손충당금 미반영 기준)을 넘고 있다. 대손충당금으로 설정되는 금액도 2009년 1262억원, 2010년 2094억원에 이어 올해는 3분기까지 5695억원을 설정했다.

SK건설 매출채권잔액
공사미수금이 가장 문제되는 사업장은 부산 오륙도 사업장이다. 오륙도 사업장은 2008년 말 완공됐지만, 수분양자 소송 등으로 입주가 지연되면서 현재까지 공사대금 1387억원이 회수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오륙도의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설립한 비올에스(SPC)의 차입금 부담도 있다. SK건설은 지난 9월 오륙도 SK뷰 미분양 아파트의 장래 매각대금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만기를 2년 연장했다. 대출 가능한 금액을 늘리기 위해 비올에스의 자본금도 420억원에서 30억원 증액했다. 미분양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었다.

대구 수성 리더스뷰도 지난해 준공됐지만, 공사미수금이 2258억원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분양자들이 시공사가 약속했던 가격 프리미엄이 형성되지 않는다며 계약을 해지하면서 90%가 넘었던 분양률이 57%로 떨어졌다. SK건설은 지난 4월 계약 해지자의 중도금을 반환해주기 위해 미분양을 담보로 또다시 ABCP를 조달했다.

전주 태평동 사업장은 아직 미분양 물량이 20% 정도 남은 상태다. 역시 9월에 미분양을 담보로 발행한 ABCP의 만기를 1년 연장했다. 남산리더스뷰도 지난 2009년 발행한 PF-ABCP의 만기를 9월에 1년 더 연장했다. 준공 후 2년이 지났고, 아파트 분양률은 95%가 넘지만 입주가 지연되면서 미수금이 발생했다.

SK건설 수익성지표
SK건설 차입금상환계획

준공 사업장이 정리되지 않으면서 매년 금융비용으로 적잖은 금액이 들고 있다. 2006년 352억원에 불과하던 금융비용이 2009년 888억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소폭 감소해 709억원을 기록했다.

공사미수금 증가로 운전자본 변동성도 커졌다. 최근 해외 사업장에서 대규모 선수금 유입이 이뤄지면서 운전자본 부담이 줄어들고 있지만 전반적인 현금흐름은 여전히 변동성이 심하다. 지난해에는 해외플랜트 부문의 선수금 소진과 대구 수성 리더스뷰, F1 국제 자동차경기장 등 일부 현장에 대한 자금 선투입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252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 준공 사업장을 정리하더라도 진행 사업장과 예정 사업장에 대한 추가 자금 부담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SK건설의 PF 우발채무 2조4369억원 중 준공 사업장의 비중은 11.64%에 불과하다. 진행 사업장이 31.63%, 예정 사업장이 56.73%나 된다.

SK건설은 얼마 전 인천 용현동 사업장을 위해 기존 PF에서 700억원이 늘어난 5500억원을 신규로 조달했다. 2015년까지 진행되는 사업인만큼 몇 년간 자금투입이 필요하다. 수원시 평동 사업장도 상업용 용지 변경이 끝나면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서게 된다.

신용평가사 담당자는 "올해 상반기 해외사업 덕택에 매출원가율이 83%에 달하는 우수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주택사업 대손상각비 인식으로 영업이익률이 저조했다"면서 "주택부문의 마진축소와 장기적인 채산성 저하가 한동안 수익성 개선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건설 PF우발채무현황



◇ 해외사업, 매출은 오르지만 안정성은 글쎄...

SK건설은 지난 4년간 국내 주택사업의 부실한 실적을 해외수주로 메워 왔다. 지난 8월까지 해외건설 수주계약액은 36억5000만달러로 삼성엔지니어링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SK건설 내부에서는 연말까지 신규 수주가 지속되면 사상최고치였던 지난 2009년의 48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작년 말 전체 신규수주에서 해외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8%까지 커졌다.

SK건설 해외공사수주현황

SK건설은 단순히 신규수주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 미약했던 지역 및 공종 다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3월 SK건설의 해외사업에 대해 채산성은 '강', 해외사업 규모는 '중', 공종과 수주지역 다변화는 '약'이라고 평가했다. 계열사의 해외공사 수주가 대부분인 점은 채산성에 긍정적이지만, 중동지역과 석유화학 플랜트에 치중해 있기 때문이었다.

SK건설은 이런 약점을 벗어나기 위해 올해 상반기 파나마, 콜롬비아, 칠레 등 중남미 지역과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신규 지역으로 진출했다. 공종도 기존의 정유공장 외에 발전(파나마 PACO, 칠레 석탄발전), 통신(카타르 GSUP, 사우디 통신공사) 등으로 다변화했다.

건설업계에서는 SK건설이 그동안 해외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온 만큼 향후 사업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사업 경험과 기술을 갖춘 건설사는 한 손에 꼽힌다"면서 "SK건설은 그룹의 지원도 받고 있어 신규사업 진행이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해외사업의 재무적 안정성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SK건설의 지난 3분기 사업부문별 매출이익률을 살펴보면 가장 높은 부문은 20%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건축주택부문이다. 해외사업의 대부분인 플랜트부문은 매출액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매출이익률은 11.73%로 저조하다.

사업부문별 요약재무현황
SK건설이 올해 수주한 쿠웨이트, 사우디, UAE 등 중동지역 공사의 채산성은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이전의 사례를 보면 채산성이 좋았던 대규모 해외공사가 완공 시점에서 원가율이 올라간 경우가 종종 있다. 해외사업에서 발생하는 변수가 국내공사보다 너무 다양해서 사업이 끝나기까지 수주의 질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NICE신용평가는 "공사 완공 시기에 집중적인 원가 인식으로 원가율의 등락폭이 매우 심한 편"이라며 "지난 2002년 멕시코 공사 관련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을 때는 해외공사원가율이 141.8%에 달했다"고 언급했다.

SK건설이 해외공사 비중이 높은 만큼 해외공사의 원가구조 안정화 여부가 향후 전반적인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해외 건설사업 수주에 해외업체뿐만 아니라 국내업체 간에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채산성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기존에는 기술과 경험을 갖춘 몇몇 대형 건설사들만 해외사업에서 안정적으로 수주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모두가 해외사업을 중점으로 진행하고 있어 향후 수주에 대한 부담이 크다. 대형사들은 기술과 노하우로 경쟁하고, 새로 진출하려는 건설사들은 유리한 조건으로 경쟁하고 있다.

SK건설이 추진하는 신규지역 진출에 대한 수업료도 부담이 크다. 해외사업 진출 지역이 다양해지면 미래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신규 지역에서 안착하기까지는 투입 비용이 필요하다. 해외지사도 설립해야 하고, 신규 지역과 신규 공종에 정통한 전문인력도 끌어들여야 한다.

이미 SK건설은 올 초부터 중동지역 해외지사 신규 설립 및 증자를 진행해 왔다. 사우디 알코바 지사 자본금 증자(2011.04.22), 두바이 지사 설립(2011.06.27), 사우디 주베일지역 분점 설립(2011.08.17) 등이 이뤄졌다. 여기에 중남미와 동남 아시아지역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서는 해외지사 설립이 필수적이다.

지난 9월 실시한 2000억원의 유상증자도 해외 건설시장 공략을 위해 추진됐다. SK건설은 "전 세계에 걸친 해외지사를 통해 얻은 생생한 현지 정보를 바탕으로 수주 경쟁력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프로젝트 수주 및 수행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해외지사를 통해 자체조달할 수 있도록 현지화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외사업에서 수익이 나더라도 고스란히 미래를 위한 투자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K건설이 해외사업으로 현상유지를 하고 있지만 국내 주택사업의 부담을 완전히 떨쳐내기는 어렵다"면서 "해외사업이란 게 경기변동, 국제정세 등 변수가 많아 무조건적으로 의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윤아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