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11월 23일 10: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프라임 브로커 업무 영역 중 헤지펀드 시딩(Seeding)에 대한 규정이 구체화되지 않은 탓에 증권사들은 헤지펀드 시딩 담당 부서를 어디로 해야할지 혼선을 빚고 있다.

헤지펀드 투자 손실 우려 및 전산 시스템 구축, 프라임 브로커 서비스(Prime Broker Service)부의 엄격한 차이니즈월 적용 등으로 증권사 내부적으로 헤지펀드 시딩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를 선정하기 어려운 상황. 이와 관련 업계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은 증권사 자율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자기자본 투자임에도 PI부서 총괄 못해

증권사의 헤지펀드 시딩은 증권사 자기자본투자(PI)의 법적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고유자산운용을 전담하는 PI부서는 관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헤지펀드 운용 포지션이 PI부에 노출될 경우 증권사와 헤지펀드 운용사간 이해상충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헤지펀드 시딩에 대한 최종 권한 부서를 PI부에서 상품전략부로 변경했다. 당초 PI부서에 간접투자기구 운영 규모를 2000억원으로 배당하고 이 중 일부를 수익률 관리차원에서 한국형 헤지펀드에 투자하기로 했지만 이해상충 문제 등으로 방침을 변경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PI부서가 헤지펀드 운용내역을 볼 수 있게 되면 이해상충 문제가 제기되는데다 PI부서도 레코드가 없는 헤지펀드 투자에 대해 책임 지기를 꺼리고 있다"며 "헤지펀드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PI부서가 최종 권한을 갖는 것보다 헤지펀드 선별 업무를 해왔던 상품전략부에서 담당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헤지펀드 시딩도 자기자본투자의 일종인 탓에 PI부도 일정정도 관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시장상황에 따른 운용수익률 관리 및 고위험 투자 업무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

◇PBS 전담 어려워…PI부, 헤지펀드 셀렉션 팀 협업해야

국내 증권사 프라임 브로커들은 현재 헤지펀드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전산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헤지펀드 듀딜리전스(Due Deligenceㆍ기업실사)에 전문성을 지닌 재간접헤지펀드(FoFH) 셀렉션 부서에서 시딩 업무를 관여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헤지펀드 운용정보의 공유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지 여부다.

헤지펀드에 증권대차, 자금대여, 수탁관리 등 제반업무를 수행하는 프라임 브로커는 '증권사내 또다른 증권사'라 불릴 정도로 엄격한 차이니즈월 규정을 적용받는다.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를 통해 알게되는 헤지펀드 운용 정보가 증권사내 다른 부서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프라임 브로커 부서가 사장 직속 부서로 편입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라임 브로커가 헤지펀드 시딩을 전담하면 이같은 문제는 해결될 수 있겠지만 아직 국내 환경에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헤지펀드 시딩은 프라임 브로커의 주요 서비스 중 하나이지만 국내 헤지펀드 생태계에선 이같은 업무가 프라임 브로커 전담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 속도가 업계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제도 및 시스템 정비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헤지펀드 1호 출시가 임박하다보니 이같은 혼선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관련 가이드라인 공백은 시딩 비지니스를 셋팅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시딩 업무에 대한 별도 규정이 헤지펀드 모범규준안에도 생략되면서 당분간 증권사 시딩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나오기 어려운 분위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사 프라임 브로커 업무 가운데 헤지펀드 시딩이 정책적으로 상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감독당국이 감독규정을 제정할 필요는 없다"며 "시장형성을 보고 사후적으로 정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