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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공룡 아르셀로미탈과 맞짱 뜨나 그린필드 고수 전략 수정‥ 글로벌 M&A 전략 수세에서 공세로

박준식 기자공개 2011-12-22 15:11:21

이 기사는 2011년 12월 22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가 정준양 회장의 주도 아래 호주 2대 철강사 원스틸(Onesteel) 인수를 추진하는 것을 계기로 글로벌 전략에 중대한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는 고 박태준 창업자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일본의 차관자금으로 건립한 제철 기업이다. 지난 30여 년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화를 쓰면서 세계적인 철강사로 성장해왔지만, 최근까지는 국내 성장에만 집중하면서 '안방 호랑이'로 전락했다는 일부의 지적도 받아왔다.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의 전임자인 이구택 전 회장 시절부터 인도 오리사주 등에서 일관제철소 건설을 계획하며 해외 확장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규제당국과 지역주민의 비위를 맞춰가며 제철소를 짓는 것이 호락호락한 일은 결코 아니었다. 실제 인도와 베트남의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는 수년간의 노력과 비용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실패로 결론났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진출하려는 포스코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문제는 진출 전략에 관한 것이다.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에만 집중해온 포스코는 해외에서도 M&A가 아닌 그린필드(Green Field) 방식의 사업 확장만을 고집해왔다. 30여 년간 포항과 광양에서 쌓은 제철소 건설 및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생산기지를 해외에서도 확보하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 전략은 2000년대 들어 세계 철강업계가 합종연횡의 격변 시기를 맞으며 점차 수정되기 시작했다.

우선 2002년 프랑스의 위지노르(Usinor)와 룩셈부르그의 아르베드(Arbed), 스페인의 아셀라리아(Acelaria) 등 3사가 합쳐 세계 1위 아르셀로(Arcelor)가 탄생했다. 이 통합은 수익성과 성장성면에서 성공한 M&A로 평가됐다. 이듬해인 2003년에는 일본의 NKK와 가와사키제철이 합병해 JFE(2006년 기준 세계 조강생산 4위)가 탄생했다.

원스틸 오퍼레이션
↑ 원스틸의 생산 및 판매기지 현황 (ⓒ OneSteel)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2006년에 나왔다. M&A로 몸집을 키워온 인도의 미탈스틸(Mittal Steel)이 아르셀로를 합병해 조강생산능력을 1억 톤까지 높인 것이다. 인도와 유럽 기업의 합병으로 탄생한 아르셀로미탈스틸은 27개국에 61개 공장과 32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골리앗(시장점유율 10%)으로 우뚝 섰다.

포스코는 이 시기부터 아르셀로미탈이나 인도 타타스틸(Tata Steel)의 적대적 M&A 위험을 인지하고 해외진출을 모색보다는 방어책 마련에 집중해왔다. 일본 철강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현대중공업 등 후방산업 기업들과 지분 맞교환 등을 추진한 것이다. 이런 대응책은 실제 아르셀로미탈의 적대적 M&A 시도를 초기에 잠재우는 효과를 냈다.

이렇게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일본 철강사들과의 제휴 등은 포스코의 해외진출을 붙잡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포스코는 아르셀로미탈과 중국 철강사들의 성장에 대비해 '아시아 생산벨트' 구축의 목표를 세웠다.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중국-인도 등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지역에 생산기지를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는 전략이다.

포항제철
↑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야경 (ⓒ POSCO)

아시아 벨트를 위해서는 전략 지역에 대한 기지 건설이나 M&A가 필요했다. 하지만 일본 철강사들이 제휴 계약을 근거로 매물탐색이나 M&A 실행 등에 있어 내부정보 교환을 요구했고 실제 교환요구는 정보보고를 원하는 수준에 가까웠다는 게 포스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일본 철강사와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을 감수하고서 해외 진출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포스코의 해외진출 전략은 2000년 후반에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1997년에 중국 사강집단과 합작한 장가항포항불수강이 올해 스테인리스 연산 100만 톤 체제를 갖췄고 말레이시아 MEGS(2007년)와 베트남 ASC(2009년), 태국 타이녹스(2011년) 인수 성공으로 아시아 벨트라인을 어느 정도 구축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제철소 건립계획(연산 300만 톤)이 승인되면서 아시아 생산기지의 교두보가 한층 굳건해지는 결실을 맺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가 호주 2대 철강사인 원스틸을 인수하게 되면 한국을 기점으로 좌하향하던 생산벨트를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아메리카대륙까지 확장하게 된다. 원스틸이 오스트리엘리아 대륙은 물론 북미와 남미에도 기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 산업에 있어 북미 기업들은 과거의 경쟁력을 잃었고, 남미는 아직까지 아르셀로미탈 등의 손이 미치지 못한 개척 시장으로 꼽힌다.

포스코는 최근 원스틸 이외에도 북미 시장에서 몇몇 철강 관련 기업에 대한 초기 수준의 인수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원스틸 인수 추진계획은 물론이고 차기 M&A 전략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0년간 아시아의 변방에서 묵묵히 산업적 경쟁력을 쌓던 포스코는 시장이 과다공급으로 피폐해지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매물들이 출회되자 통쾌한 반격을 계획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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